동생 모녀가 모처럼 여행을 준비하면서 ‘언니 같이 갈래?’ ‘당근이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온 대답이다. 이미 모녀여행에 낀 전작도 있고 그동안 몇 번 여행 얘기도 오갔던 참이라 동생의 말은 ‘답정너’다.
게다가 이번에는 막내동생까지 끼어 4명, 해외여행에서 4명은 최적의 숫자다. 비용상 2인실을 써야 하는 호텔에서 뿐 아니라 식당에서도 4인정도가 되어야 먹고 싶은 것을 골고루 시킬 수 있다. 4라는 숫자는 패키지여행에서 더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몇 달 전 코카서스여행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식당에 들어서면 가이드는 우선 4 인팀에게 식탁을 배정하고 (경제의 논리?) 2인팀이나 1인은 나머지 자리에 알아서 조인해야 했다.
10일간, 점심 저녁 총 20번 반복되는 ‘4인가족팀’ 호명으로 4라는 숫자의 위대함(?)을 체감했다는 이상한 에피소드.
오랜만에 작동되는 나의 최애 아이템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기’
패키지는 싫고 자유여행 능력은 안되고 호시탐탐 주변 젊은이들(?)을 꼬시는 작전이다. 언제 휴가를 가는지, 어디가 좋은지, 뒷설거지 정도는 자처하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후쿠오카 갈래? 나고야 갈래?’ 검색하기도 귀찮고, 떠나면 되지 어디든 무슨 상관, 그 순간 나고야라는 지명이 신선하게(?) 들어온 것은 운명?. ‘나고야 가자’. 그리하여 나고야 이틀, 주변 소도시 하루, 게로 온천마을 료칸에서 하룻밤, 일사천리로 4박 5일의 일정이 짜였다.
나고야는 내가 생각하는 일본과는 조금 달랐다. 몇 달 전 교토여행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는지 내 머릿속 일본은 교토에 머물러 있었다. 핀셋으로 집어 올려 넣은 듯한 초소형 주차장, 너무나 조금, 잘게 썰어져 나와 덜어가기조차 미안했던 호텔 조식, 좁은 골목길에 있는 횡다보도와 신호등, 2명만 모이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줄, s사이즈만 입을 것 같은 작은 체격의 사람들, 여행 내내 경적소리 한번 들을 수 없었던, 거의 강박 수준인 타인에 대한 배려. 일본은 이렇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브런치에 올리기도 했건만 나고야 여행은 나의 우매함에 직격탄을 날렸다. 부분으로 전체를 단정 짓는, 경험의 확대 해석은 결국 경험의 부족에서 나온 소치, 마치 경주를 여행하고 한국은 이렇더라고 말하는 외국 여행객과 같다.
넓은 도로와 비교적 큰 주택들, 한결 편안해 보이는 주차장, 사람도 도시도 중간 정도의 사이즈, 옛것과 새것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있는 나고야는 우리나라 대전정도라고 한다.
보는 여행에서 느끼는 여행, 나아가서 체험하는, 여행으로, 여행은 진화한다.
많은 일정은 피곤함을 가중시키고 그 결과 여행지의 기억은 뒤죽박죽 된다.
많은 것을 보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는 여행에서 벗어나 일상과 다른 분위기와 공기를 느끼는 것이 내 여행의 목적, 그러려면 이곳의 나를 여행지에 데려가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몸은 가되 일상은 두고 가기, 여행하는 동안만이라도 새로운 나로 살아보기. 당연히 잘 되지 않고, 가능할지, 언제 될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나의 궁극적 여행목적이다. 비어있는 마음에 들어오는 새로운 인식, 그 매개체가 되어주는 여행, 후쿠오카든 나고야든 여행지가 크게 상관없는 이유다.
이번 여행의 가이드는 조카, 그녀의 옵션은 유명관광지대신 맛집과 잡화점, 난감하기도 새롭기도 했으니 절반의 성공. 그럼 된거다. 그래서.. 여행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