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nonymous
Dec 20. 2019
늘 그렇듯 유튜브에 접속한다.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다,
"검정치마 - Everything" 을 발견한다.
다시,
아무 생각 없이 클릭한다.
역시나 좋다.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을 보고,
"지나온 적 없는 어제의 세계들에 대한 근원적 노스탤지어"
라고 평했던 기억이 난다.
검정치마의 음악이 그렇다.
장르가 무엇이든,
진실로 최정점에 있는 예술을 접하게 되면
어쭙잖은 평가는 사라지고
마음은 기분 좋게 불안해진다.
무언가 독특하고 기괴해 보이지만,
기저에 깔려 있는 잔여물들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감성' 들이다.
소위 '검치뽕' 을 맞은 것만 같은 어느 한 팬의 역설적인 표현처럼,
'세련된 촌스러움'
으로 그러한 가치를 순수하게 정제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많지 않다.
잔잔하고 느린 멜로디에 어울리지 않는
이 가사들은 또 얼마나 직설적인가.
사랑 앞에서 한 없이 멋지고 화려했다가
그다음 순간 더없이 치졸하고 이기적으로 변하는.
더불어 그것과는 상관없이,
우리의 과거는 '진짜' 였다고 담백하게 말해주는.
.
.
.
이토록 관계의 본질을 제대로 통찰하는 음악을 싫어할 이유는 없다.
우리의 삶에
'사랑' 이 없는 성공과 명예,
'행복' 이 없는 물질과 소유
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
.
.
그리고,
'좋은 음악' 을 느끼지 못하는 것만큼
확실한 불행도 없다.
검정치마의 음악은 분명히 '좋은 음악' 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