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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Dec 28. 2019

waikiki

연말 휴가를 맞아 부산에 내려왔다.

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여 반주를 했고,

분위기에 젖어 동네 노래방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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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과거를

나는 현재를

아버지는 세월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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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TV를 틀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가 방영 중이다.

이 영화를 접할 때면 늘 그랬듯

오묘한 기분이 든다.


'평범함' 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 

한국 사회에서 순수의 감성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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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비보잉을 하겠다고 생떼 쓰던

젊은 날이 생각났다.

그 날의 진정성과는 별개로

나는 여전히 그때처럼 '가슴 뛰는 것' 에 천착하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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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과 현실의 괴리를

단순히 현실 직시 혹은 열정의 고갈과 같은

상투적인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오히려 그보다는,

성장의 과정에서 정립되는

이념적 정체성과 실존에 대한 고민이

짙어지면서 '문제 아닌 문제' 가 비롯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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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음악을 사랑했던 한 소년은

오로지 그것만을 바라볼 수 없는 나이가 되고.

호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은 '현실적으로' 변해버렸다.

그중 한명이 묻는다.

하고 싶은 걸 하는 넌 행복하니

대답 없이 술잔만 바라볼 뿐이다.

다행인 것은,

다소 빛바랬을지라도

밤무대를 전전하며 갖은 수모를 당하더라도

음악 속에 있을 때만큼은 엷은 미소를 띠게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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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도

간이 주어지는 그 순간들을 탐닉하기 위해

무거운 세상을 기꺼이 감내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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