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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Feb 12. 2020

비우는 삶.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후기

이십 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곤 했다.

그 대상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밑 빠진 독처럼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소유욕은 곧 과시욕과 같고,

과시욕은 곧 부실한 내면과 정신을 감추기 위해 작동하는 일종의 방어 기제임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목적이 없는 소비,

그러한 소비로 자신의 가치를 향상하고 싶은 욕구는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타인과의 비교,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정서 상,

'미니멀 라이프'는 종종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반강제적으로 부족함을 수반하는 삶의 형태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이라는 철학적 사조는 이제 더 이상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다.

의식 있는 몇몇 선구자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덜 소유하고,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하나둘 찾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조슈아와 라이언은 일찌감치 몇 가지 방법들을 찾아냈고, 그것들을 공유해왔다.

과거에 이 둘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촉망받는 회사원이었지만,

전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풍족하다'는 수준도 어떠한 특이점이 존재하여,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본인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혹사시키길 원하지 않는다.


무릇 인간이란, 저마다 그 방식은 다르겠으나 공통적으로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려 한다. 생리적 본능과도 같다고 본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생활 반경 내 적절한 공간을 확보하고, 사물을 줄이는 행위는 곧, 온전히 본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프리즘을 통과하는 빛처럼 이리저리 분산돼있던 나의 시선들을 한데 응축시키는 것이다.




삶의 의미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시공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가치 외에도 가장 확실하고, 광범위한 '환경오염 개선책'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도시는 미세먼지와 매연으로 점점 잿빛이 되어가고,

극지방의 빙하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우리나라의 몇 배에 달하는 쓰레기 더미들이 뒤엉커 이리저리 유영하고 있다.

하늘과 땅, 바다 중 그 어느 곳도 성하지 못하다.


각 개인들이 실천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량생산 억제', '산업폐기물 처리' 두 가지 측면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불필요한 소비가 줄어드는 만큼,

기업들의 생산량도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거나 단기간 사용 후 버려지는 산업폐기물의 양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운동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급속도로 악화되는 자연의 단상들을 고려해볼 때, 현재 반드시 필요한 시민의식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미니멀 라이프'는 평범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소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친환경적 삶' 과의 거리를 좁혀주고, 부담 없이 동참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렇듯,

'미니멀리즘' 은


미시적으로 적용했을 때,

한 개인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거시적으로 확장하면,

지구와 공동체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배우는 전 인류의 성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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