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저임금이 16.4% 급격하게 올랐다.
국민들은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표출하는 여론을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크게 두 편으로 나누어 표현 가능하다. 찬성과 반대. 옹호와 비판. 환영과 거부. 생계와 생업. 고용인과 피고용인.
이번 사안을 계기로 다시 한번 느꼈다. 일체의 흠결 없이 '완벽하게' 혹은 '공평하게' 국민을 위하는 정책을 발효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양분되어 있는 양측의 입장이 그 나름대로 이해된다. 우리 가족을 이 문제에 대입시켜보자면 환영하는 측에 조금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 불안정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채용 결정권을 쥐고 있는 갑의 입장인 업주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노동 인원을 줄이거나 혹은 노동시간을 단축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결정의 피해는 다시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소위 '질 좋은' 근로 시장의 사각지대에 속하는 대형마트 노동자, 하청업체 생산 노동자, 규칙적인 수입원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예술가들의 경우 보통 100만 원 초반대의 월급으로 빠듯한 생활을 유지한다. 정확히 말하면,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또한 조사에 의하면, 이들과 같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10명 중 8명 가까운 인원이 가구 당 핵심 소득원으로 확인되었다. 그 말은 곧 그들의 임금 수준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딸린 자식과 부모와 배우자의 삶도 덩달아 위태로워짐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은 '삶의 질'을 언급하기 전에, '생계유지' 측면에서 이 변화를 적합한 이익으로 여긴다. 충분히 납득이 간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가족 중 한 사람으로서 납득을 넘어, 그 절박한 심정까지도 오롯이 전해진다.
그렇다면 그 반대편에 속한 사람들은? 그들도 똑같이 대한민국 국민인데.
자영업자, 영세업자 혹은 중소기업 사장님이라고 해서 모두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았건, 타 분야에 종사하다 새로운 꿈에 도전하건, 뜻하지 않은 이유로 얼떨결에 시작하게 되었건 간에 그들에게도 결국 '생업'임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소득 자산만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오래된 동네 친구들과 오랜만에 술 한잔 하게 된 자리에서, 이 문제가 나왔을 때 아버지가 조그마한 소기업을 운영하고 계시는 한 친구가 다소 격하게 반응했다. 처음에는 그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 같이 잘 살자는 건데. 그나마 사정이 나은 사람들이 조금씩만 양보하면 될 것 같은데.
몇 번의 가벼운 설전이 이어지고 나서야 내가 가지고 있던 의견이 철저히 '나의 입장'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일반적인 서민보다는 상황이 나을 거라 생각했던 친구 아버지의 회사도 마냥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었다. 경기 불황으로 사업 수완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자 그나마 있던 소수의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조차 또 다른 스트레스가 돼 버렸다. 그렇다고 인원을 줄이자니 기존의 노동력을 유지할 수가 없고, 더군다나 오랜 기간 함께 가족같이 일했던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심적 고통을 수반한다. 거기다 이전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친구의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허리띠를 졸라매게 되었다. 현재 정부에서 지원해주기로 한 일자리 안정자금 13만 원은 지급 기준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약하다고 한다. 일부 근로자들은 회사 내규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은 점을 악용하여 근무태만과 비양심적인 연차 사용 등 낮은 가치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회사의 사정은 고려치 않고 과도한 추가 복지를 요구하기도 한다. 나는 '내 입장'을 '다수의 입장'으로 바꾸고, 중립적인 위치로 선회했다.
결론적으로 이 문제의 핵심은 양쪽 모두 입장이 같다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분투하는 것.
장기적인 측면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야 함은 지당한 수순이지만, 다소 큰 폭으로 올라서는 바람에 예기치 않은 분열이 생성되었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의 지급 기준을 완화하고,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가임대차법 개정 등 안정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고용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뿐더러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짧은 나의 견해로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상대의 '입장'도 이해해보려는 노력 정도는 해주었으면 한다. 딱 이만큼의 마음 밖엔 표현할 수가 없다.
앞으로 정부의 발표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안정될 것인지, 소비 위축이나 중소기업의 서비스 질 저하 등 연관된 문제가 발생할 것인지 지켜봐야겠지만 모두에게 가능한 '최소한의' 피해와 '최대한의' 이익이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부디 '임금님'이 잘 좀 자리 잡아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