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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Feb 11. 2018

상생합시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직접적인 인건비 부담의 중심에 놓인 편의점 및 제과점 '가맹점주 살리기' 상생 안이 제공되고 있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소위 '편의점 빅 5'라고 불리는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유, 지에스25, 이마트 24는 각각 브랜드별 상황에 맞는 '가맹점 상생협약'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세븐일레븐>은 우리은행과 1천억 원 상생 펀드를 제휴하고 가맹점주들이 대출 신청 시 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음식물 폐기 지원도 기존 대비 30% 증가된 50%까지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7년 동안 1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하였지만, 약 6200억 원에 해당하는 실질적인 비중은 모두 AI 시스템 개발인 것으로 알려져 '반쪽짜리'라는 비판 여론도 발생하고 있다.


<미니스톱> 역시 최저수입 보장을 기존 대비 1천만 원 늘려 7천만 원으로 확장하고 5년 동안 약 3천억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이 역시 절반 이상인 1750억 원이 기술 개발 비용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씨유>와 <지에스25>는 각각 신규 점포 최저수입 보장금액 확대 및 전기료 지원 등을 시행 중이고, <이마트 24>는 영업시간 자율 선택, 학자금 지원 제도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정부 정책의 변화에 맞춰 'WIN-WIN' 할 수 있는 전략을 고려하는 모습은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가맹점주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다소 역부족이다. 특히 24시간 풀타임 영업 등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제 조건이 요구된다거나, 전체 투자 규모 중 상당 비중을 기존에 추진해오던 기술 및 점포 개발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가맹점주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브랜드 이미지 쇄신 목적의 '구색 맞추기'라는 평가도 있어 향후 진행상황을 지켜보아야 하는 실정이다. 점주들은 상생안도 좋지만, 편의점 간 거리제한 및 가맹수수료 배분율 조정 등 보다 더 효과적인 방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파리바게트>는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필수 품목을 3100개에서 2700개로 13% 줄이고, 특정 제품의 마진율도 최대 7% 축소하는 등 손익 개선에 힘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별도의 상생 안을 추가적으로 마련하는 대신 이처럼 가맹점-본사 간 관계에 있어 구조적인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필수 품목 구입 축소의 경우, 과거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포장재 등 일부 품목을 시장가보다 훨씬 더 비싼 값에 구입할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갑질' 문제가 있었기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점주가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매출 향상이므로, 제품 판매와 관련된 부분을 직접적으로 건드릴 수밖에 없다. 유통 업체인 편의점 내 대부분의 제품은 제휴를 맺고 있는 타 제조업체로부터 공급되기 때문에 단시간에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최근 PB(자사 상품)의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이니, 여기서 파리바게트와 같이 손익 개선을 위한 조처를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로서는 체감지수가 낮겠지만, 향후 타사 제품 중 판매율이 높은 특정 제품의 유통 수수료 중 일부를 점주에게 환원한다거나 지점별로 수익성이 높은 제품의 공급을 점주가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실적인' 상생 안이 제공된다면 충분히 인건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부, 기업, 점주 등 다양한 이해집단 간 깊이 있는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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