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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Oct 17. 2021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감상평

모빌리티 사업기획자로서 보는 내내 생각이 복잡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을 보기 위해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영화관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모빌리티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업기획자로서 이 작품의 개봉 소식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내가 2017년부터 직접 겪어왔던 또 겪고 있는 모빌리티 업계의 격변, 그리고 같은 업계 다른 회사의 내부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 또 타다라는 서비스에 대한 복잡 미묘한 감정 모든 것들이 엮여서 이 작품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일요일 오전 해당 작품을 관람하면서 든 생각을 풀러스를 추억하며,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회고하며, 영화로서의 평으로 나누어서 정리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3번만 보시면 됩니다:)



#1 풀러스를 추억한다.

나는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 1기의 마지막 직원이다. 그러니까 2018년 6월 19일부로 구조조정이 되기 이전에 입사했던 직원 중 마지막으로 2018년 9월 풀러스를 나온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타다의 시작은 풀러스의 끝과 맞닿아있었기 때문에 나는 타다를 늘 불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타다가 세상에 내놓은 것이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타다 서비스는 늘 관심의 대상이면서도 마냥 편하게만 바라볼 수는 없었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해당 일을 겪으신 타다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쉽게 공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타다는 "타다 베이직 마지막의 순간을 이런 영화로라도 세상에 남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러웠다. 나는 풀러스가 그렇게 맥락 없이 날개가 꺾일 거라고는, 그 좋은 팀이 그렇게 바스러질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었다.


 풀러스라는 이름은 이 영화에서도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고, 최근의 모빌리티 히스토리에서도 이제는 그 이름이 많이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의 짧지만 진했던 연남동 시절도 세상 사람들의 기억 속 어딘가에 계속 남아있으면 좋겠다.


#2 타다 베이직 서비스에 대한 생각

사업이라는 것이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타다 팀의 기포카라는 아이디어를 세상에 풀어놓은 실행력은 정말로 높게 평가하고 리스펙트한다. 하지만 (적어도 택시 산업에 있어서)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집요함을 바탕으로 한 해법을 발견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타다 베이직 사태가 사회적 갈등이 된 후 그리고 이후의 행보를 지켜보더라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타다 베이직 서비스에 대해 박재욱 대표를 비롯한 타다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그동안 가정만 하고 있던 것들을 실제로 그들의 목소리로 확인할 수 있었다.


 타다팀은 어느 정도 순간까지는 분명히 "기사포함렌터카 (속칭 기포카, 기포렌)"에 대해 정말로 법규 상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카풀이 문제가 되자 법에서 출퇴근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법을 개정하는 것을 보면 다음은 기포카라는 것에 대해 정말 고려하지 않았는지는 다큐를 다 보고 나서도 여전히 궁금하다.* 심지어 카풀은 법적 근거가 여객법이고 기포카는 하위법령인 시행령에 기반한 사업이었다.


(물론 내부에서 당사자로 있으면서 당면한 문제에만 몰입하다보면 충분히 그랬을 수 있다..... 나도 그랬고...)


 법의 명시적인 해석도 중요하지만 법은 결국 사회적인 맥락에 따라 형성되고 변화한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단순히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해당 이슈가 급하게 처리된 것처럼 다루지만 이 문제는 그 이상으로 굉장히 큰 문제이다. 영화 인터뷰 속 장병규 위원장의 말처럼 재산권에 대한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가가 세팅한 택시 면허 체계에 대한 해킹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다. 관료들은 정부가 정한 룰을 우회해서 해킹하고 끝내 룰을 바꾸는 데 성공한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근본적인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포괄적인 법의 제정 배경과 택시 업계의 명분, 국가의 불안감을 고려하면 분명 기포카는 불안 불안한 사업이었고 넥스트 플랜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었다.



 개인적으로 개정 여객법이 통과된 이후에 타다 베이직의 팬층을 기반으로 타다 베이직을 택시라는 기반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협상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예를 들어 택시 면허로 할 테니 기여금을 유예해달라고 하거나.. n년 이내에 고급 택시 면허로 전환할 테니 법인 운수사의 3년 무사고 조항을 유예해달라고 하거나 등등(지금은 없어졌다)..  물론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상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2021년 지금, 이런 기사가 뜨는 걸 보면 마냥 부질없는 상상이기만 할까?

 복잡한 속사정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도 여전히 모르겠지만 여전히 베이직을 그렇게 종료한 것은 아쉽다. 1년의 유예 기간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내 생각은 당시에 쓴 아래 글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박재욱 대표가 타다 라이트를 준비하면서 카니발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여전히 타다의 만족도 중 상당 부분(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절반 정도는) 카니발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카카오모빌리티가 벤티를 스타렉스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그렇고 역시나 이 업계는 자동차의 중요성에 대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또한 다큐멘터리에서는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안 나지만) 베이직 서비스 종료로 인해 타다가 500억의 손실을 떠안았다고 했는데, 과연 서비스가 계속됐다면 해당 손실을 메꿀 이익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타다 베이직의 원가 구조를 생각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사납금이 택시 불친절의 문제였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택시 서비스"는 분명 명확한 시장의 known problem인데 진짜 해결이 어렵다. 나도 처음에는 사납금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업사이드가 막혀있어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시장 구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납금 혹은 요즘은 리스제라고 부르는 것들, 렌트 기반 BM이 나빠서 서비스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왜곡된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 아닐까.



#3 영화에 대한 감상평


 이 작품의 부제는 "스타트업의 초상"이다. 스타트업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나가는 조직이다. 감독의 의도는 그런 조직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솔직하게 이 영화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좀 맹숭맹숭한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도 VCNC 팀이 겪은 일련의 시간들을 스케치하는 것 이상의 어떤 의도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  영화는 분명 굉장히 재미있었다. 나도 같은 업계에서 같은 사건을 겪어온 당사자이고, VCNC라는 조직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에 때로는 관음 하는 느낌으로 굉장히 몰입해서 봤다. 특히나 박재욱 대표가 회의에서 짜증을 내는 장면을 보면서 내적 친밀함과 같은 업계 동업자 의식을 강하게 느꼈다. (그래  일이 하다 보면 매일이 그렇지... )


 근데 나 같은 사람이 아닌 다른 관객들이 봤을 때는 어떨까? 이게 박재욱 대표라는 매력적 인물을 드러내기 위한 헌정 영화인지, 모빌리티 업계의 복잡한 사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건지 애매하다. 이 모든 게 다 조금씩 담겨있어서 의도를 모르겠는데, 그 어떤 것도 딥하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쉽다.

이 드라마가 살짝 떠올랐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일하는 풍경, 회의하는 광경이 흥미로울 수 있겠으나,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 그 과정의 갈등, 맨땅에 헤딩,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 등 스타트업이 다른 기업 형태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피상적으로만 다루어져서 그 업계의 사람들이 봤을 때는 크게 흥미로울 만한 요소는 없었다. 내부적인 비밀상 그런 요소를 다루는데 제한이 컸다면 타다 대리와 라이트 런칭을 위한 과정보다는 새로운 런칭을 준비하기까지의 좌절과 상이에 대해 더 힘을 실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신규 서비스 런칭에 대한 과정을 절반 정도 다루자니 영화가 준비되는 1년 사이에 타다 대리는 서비스를 접었고 라이트는 미래가 불투명해질 정도로 이 업계의 속도가 빠르기도 하고. (느린 거 같지만 따지고 보면 빠른 게 이 업계...) 그리고 주요 인물로 인터뷰하신 한 분은 그 회사를 떠나신지도 꽤 됐고.


 또한 타다 베이직이라는 핫했던 서비스의 종료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택시 업계 혹은 모빌리티 업계의 복잡한 사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 감독이 딥하게 다루고 싶었다면 택시 단체 혹은 기사들의 인터뷰가 조금이라도 들어갔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애초에 부제를 생각하면 주제 의식은 스타트업이지 모빌리티는 그냥 소재였던 것 같기는 하다.


 명확한 주제 의식이 아니라 스케치 형태라는 게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될 수 있겠으나 스타트업이 소수의 열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처럼, 이 다큐도 조금 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더 뾰족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족

-(스포) 영화의 마지막에서 타다 팀이 바꾸지 않으면 이 산업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박재욱 대표의 내레이션이 있는데 맥락은 이해하지만 결코 동의하지 않으며 다소 오만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다른 누군가도 노력하고 있을 거고 스타트업들은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서비스 한창 운영할 떄 140명이 타다 베이직 한 서비스를 위해 달렸다는 게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1명당 10명 몫을 했다잖아요... 우리 회사도 좀 더 사람이 필요해....... 죽겠어요....


-영화에서 잠시 언급된 규제 샌드박스 택시 임시자격증. 나는 이 아이템이 세상에 등장하게 한 데에 진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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