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으로 선거가 끝났다.
#1
이번 대선에서 시대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여전히 "공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게 "결과의 공정"이 아닌 "과정의 공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공정"을 기치로 내세운 정권에 대한 반발이 컸지만 그건 "공정"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이라기보다는 "내로남불"에 대한 반감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 부동산 폭등이 문제였다기보다는 부동산 폭등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였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2
기계적인 결과의 공정에 대한 반발은 능력주의고, 능력주의가 표방하는 것은 경쟁의 공정함이다. 경쟁의 무대까지의 개개인의 사정보다는 모두가 절박하니까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것.
그동안 민주당 식 공정함은 과정이 아닌 결과를 보정하려고 했던 것 같다.
페미니즘에 대한 논란도 결국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어느 한 집단을 약자로 규정하고 (반대는 약탈자로 규정) 그 집단에 기계적인 할당을 하는 것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약자가 정말 약자가 맞는가?
그리고 약자라고 선한가?
이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3
이재명 후보가 경쟁에서 가장 앞섰던 때는 삼프로에서 윤석열 후보와 경제 분야에 대한 식견이 비교됐을 때다. 그의 가치관을 떠나서 그는 확실히 행정에 대해, 산업, 미래에 대해 자신의 식견이 있어보였다. 그리고 그의 업적 중에 계곡 불법 설치물 철거 사업은 불공정한 경쟁을 제거한 사례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이 부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윤석열 당선인이 빠르게 관련 지식을 학습해서 일수도, 여가부 폐지 등 불공정하다고 (일부) 사람들이 느끼는 분야에 대한 아젠다를 선점당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4
내가 개인적으로 그동안 민주당에 실망했던 것은 그들이 정한 옳고 그름에 따른 국정 운영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부동산 문제만 하더라도 국가가 수요와 공급 양쪽을 신경써야 하는데, 수요를 억제하는데 모든 정책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공급은 방기한 것은 실기가 아닌가? "단순히 투기는 나쁘니 규제하는게 옳다"라는 인식을 가지니 "영끌하는 30대 안타깝다" 등의 발언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정치에는 신념에 따라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를 너무 정치적으로 대한 것은 아니었을까? (*경제 목표 설정은 정치적일 수 있지만 달성을 위한 수단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야 한다. )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 공과 과가 있기 마련인데 과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방어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박빙이었다. 결국 선거는 4:4의 보수/진보 싸움에 20% 부동층 싸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박원순 전 시장이 그런일을 저지르지 않고 여전히 서울 시장이었다면 서울에서 민주당이 더 표를 얻어서 이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새로운 시대다. 그리고 새로운 유형의 대통령이 등장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불과 작년 말만 해도 불리했던 형세를 빠르게 학습하면서 결국 흐름을 바꿨고 승리했다는 것이다. 이건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고 (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 혼자 국정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만큼 정말 일 잘할 사람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능력이 입증된 사람들을 많이 기용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