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말, 그러니까 고2,고3때 정도의 기억이다.
그때만하더라도 인생의 주요 사건들이 언제 정확하게 일어났는지, 디테일은 어땠는지에 대해서 상당히 잘 기억하고 있었고 나는 기억력이 좋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20여년이 지나고 나니 기억이라는 것처럼 세상 믿을 게 없다는 생각도 든다. 살면서 많은 이벤트를 만나다보니 어떤 이벤트는 정말 새까맣게 잊게 되기도 하고,기록은 있지만 기억은 전혀 없는 일들이 쌓이기도 한다. 그리고 한때 알던 시절 인연을 우연히 다시 봤을 때 이름 조차 잘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기억도 상대방에게는 희미하다는 걸 알게되는 경우도 있다. 그냥 이것 또한 나이먹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최근의 술자리에서 내가 친구에게 상처를 줬던 에피소드를 들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아 당황스러웠다. 친구에게는 상처였던 기억이지만 내 머릿속에 딱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그런 경우들을 만들었을까? 의도와 상황과 관계 없이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순간들은 나의 업보일텐데 그 업보가 얼마나 있는지조차 모른다. 반대로 나는 기억 못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상적인 응원을 한 순간도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고 후회할만한 순간들을 제일 적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기억력은 믿을게 못되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순간들을 많이 많이 갖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손흥민이 골을 넣고 이 순간을 기억속에 남기겠다는 의미로 하는 세레머니처럼 더 많은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기억할만한 순간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순간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