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아이가 헬로카봇, 또봇 같은 로보트에 한창 꽂혔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로보트가 집에 늘어나는 속도가 엄청나게 늘었다. 로보트가 너무 많아졌나 싶으면서도 아이가 로보트에 열중해서 합체했다가 변신했다가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하면서도 동시에 괜시리 짠하다.
나도 어렸을 때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로보트나 자동차를 참 좋아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내가 지금의 아이 나이 때의 몇 가지 장면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엄마한테 심심하다고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기억이다. 엄마는 매일 새로운 장난감을 사달라는 나 때문에 당시에 꽤나 힘들었다고 말하시곤 했는데 나한테는 그저 엄마의 화난 목소리와 서초동 비디오가게 길가의 풍경, 그리고 시무룩한 마음이 흐릿하게 남아있다. 물론 나도 나이를 먹었고 부모가 된 입장에서 화장실이 별도로 딸린 단칸방에 살던 당시의 우리 집을 생각하면 엄마의 막막함을 절절하게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이해와는 완전히 별개로 그때의 작은 나와 실망감 역시 내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도 맞다.
우리 아이도 어느덧 어린이가 되었고, 지금의 기억들 중 일부는 이 아이의 인생에 남는 장면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래서일까. 아이가 로보트를 사달라고 말하는 걸 거절하는 것이 참 어렵다. 원하는 것을 바로 바로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부모로서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과 동시에 그런 것과는 아무렴 어떠냐는 마음으로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곤한다.
무엇이 맞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은 그저 갖고 싶었던 로보트를 갖게되어 기뻐하고 아빠 최고라고 말하는 아이의 신나서 방방 뛰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이게 아이의 인생에 한 장면일지 모르지만, 내 인생에 한 장면인 것은 분명하다.
고마워.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