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승부는 회사 밖에서 시작된다
직장인에게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경쟁이다. 회사 내의 한정된 물질적 보상을 두고 옆자리의 동료와 경쟁을 통해 누가 더 많은 보상을 받을지 결정한다. 회사는 다양한 비밀보장 정책을 통해 경쟁이 과열되지 않고 선의의 경쟁이 되도록 조정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은 지금도 사무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른 업계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업계인 광고/홍보 대행사는 대부분 그룹 단위로 업무를 수행한다. 한 사람이 단독으로 업무를 맡는 경우는 드물고, 프로젝트의 업무 범위와 예산 규모에 따라 적게는 2명, 많게는 10명 이상의 사람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다른 프로젝트나 사업을 담당하는 팀은 매출액 같은 정량 지표를 통한 경쟁이 이루어지지만, 팀 안에서는 협업이 업무의 바탕이 된다.
협업이 기준이 된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경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한 사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익률을 높인 사람, 프로젝트 성공의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 등 프로젝트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경쟁이 벌어진다. 이런 경쟁을 통해 프로젝트는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사내 경쟁을 펼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처럼 업무의 스케일이 큰 회사를 제외하면, 각 회사가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입사 후 3-5년이면 충분하다. 3-5년 동안 회사 업무 발전과 자신의 역량 개발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라면 팀 내에서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한 성장 곡선을 그려왔을 것이다. 회사나 팀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매너리즘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매너리즘을 탈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직을 통해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직은 개인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영향을 받는 중요한 문제고,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무한정 이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도 3-4년 전에는 동료들과 이런 고민을 많이 나눴다. 회사와 팀 내에서의 경쟁에는 한계가 있는데, 진짜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답을 찾지 못했지만, 연차가 쌓이고 이직을 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경쟁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방법은 바로 회사 밖, 즉 필드에 있는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다. 유튜브 무빙워터의 유명한 말처럼,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회사와 이별하게 된다. 좋은 기회를 만나 이직하든, 회사의 상황 때문에 사직하든, 정년까지 함께 하다 은퇴하든, 회사와의 관계는 계약이 다하는 날까지만 성립한다. 개인마다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회사라는 방패는 언젠가는 벗어야 한다.
회사 밖에는 나와 동일한 연차, 동일한 직무를 가진 사람이 수천 명 이상 존재한다. 업계에서 좋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 회사 내의 리소스나 관계, 네트워크를 배제하고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를 봐야 한다.
회사 안이 아니라 회사 밖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면 직장생활은 달라진다. 내가 가진 기술이나 노하우를 회사 내 동료에게 더 나누고, 함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며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역량을 기르는 시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만약 회사 내 관계나 지위를 통해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면, 이제 시선을 밖으로 돌리는 것을 권한다. 진정한 승부는 강이 아닌 바다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