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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스 Apr 06. 2022

[당신의 인생영화] (10) 화양연화

불편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 이야기 

지난 3월, 넷플릭스가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들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서비스가 하기 시작했다. 왕가위 감독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세계적인 거장이다.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인 '중경삼림'은 한국 멜로 영화에 큰 영향을 끼쳤고. 양조위- 장국영 등 홍콩영화를 대표하는 스타들은 1980년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왕가위 감독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화양연화'(2000)다. 화양연화는 BBC가 2016년 선정한 21세기 100대 영화 2위, 가디언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6위 등 세계 언론으로부터 21세기를 대표하는 영화로 손꼽히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두 사람의 아름답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사랑이야기를 환상적인 미장센과 연출로 담은 화양연화에 대해 모임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인생의 꽃과 같이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영화의 제목 화양연화를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꽃과 같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뜻이 된다. 이 영화에 화양연화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주인공 두 사람의 인생에서 서로 사랑한 순간이 꽃과 같이 아름다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옆집 이웃 소려진(장만옥)과 주모운(양조위)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그 이유는 소려진의 남편과 주모운의 아내가 두 사람 몰래 만남을 이어오며 외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본인들의 처지를 한탄하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그리고 각자의 배우자처럼 두 사람도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외도한 배우자에게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인걸 알지만 섣불리 선을 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보수적인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소려진이 먼저 주모운에게 거리를 두고, 주모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간다. 그리고 함께 떠날 것을 소려진에게 제안한다. 하지만 소려진은 주모운과 함께 떠나지 못하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별한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각자의 생활을 한다. 주모운은 새로 떠난 나라에서 사업을 하며 지내고, 소려진은 외도했던 남편과 자식을 낳아 기르고 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달라진 삶을 보여주지만, 두 사람이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내로남불, 불편하면서도 아름다운


환상적인 연출로 두 사람의 사랑을 아름답게 담아냈지만, 스토리만 보면 두 사람의 사랑은 엄연한 불륜이다. 두 사람의 배우자가 불륜을 했다고, 두 사람의 사랑에 면죄부가 주어지기는 힘들다. 당장 내 주변에 이런 커플이 탄생한다면 법적으로 깔끔하게 관계가 정리되지 않고서는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랑을 우리가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두 사람이 선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내내 두 사람은 손을 잡는 것 이외의 직접적인 스킨십을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사랑을 직접적으로 고백하는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영화의 여백을 통해 관객들에게 설득한다. 영화 중간에 나온 ' 두 사람도 이렇게 시작했을까요?'라는 소려진의 대사처럼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지만, 영화는 사랑을 직접적으로 연출하지 않는다.  


영화 화양연화의 매력은 여기서 나온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추악한 욕망으로 표현될 수 있는 사랑을 영화의 연출과 절제를 통해 두 사람의 양심과 고뇌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 두 사람을 버리고 외도한 두 배우자의 얼굴을 끝내 공개하지 않는 것, 핸드 헬드로 두 사람을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한 장면, 두 사람의 서로 고뇌하는 장면 사이에 벽이라는 선을 두고 연출한 장면 등은 의도적으로 관객들이 두 사람의 사랑을 외도가 아닌 순수한 사랑으로 보게 만든 감독의 연출 의도가 잘 드러난 장면이다. 


영화 내내 관객을 자연스럽게 참여시키는 '여백의 미'도 영화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다. 영화는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을 러닝 타임 내내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여백을 철저히 활용해 관객이 역으로 감정을 투사하게 만든다. 감정을 몰아치는 장면이 없지만, 두 사람의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테마곡을 까는 등의 방식으로 두 사람의 고뇌에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화양연화



화양연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아름다운 순간들을 간직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설프고, 아팠고, 힘들었고, 결국 완성되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순간들을 마음속에 품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두 사람의 미완성된 사랑이야기에 더욱 공감하는 것 같다.  


누구의 인생에나 존재하는 꽃과 같이 아름다운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의 아름다움을 알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꼭 보길 추천한다. 


#평점


브루스

★★★★(5.0/5.0 만점) 

선을 넘지 않는 아름다움


새라

★★★★(4.5/5.0 만점)

아름다운 둘을 응원하게 되는 내가 불편해지는 오묘함 


한모

★★★(3.5/5.0 만점) 

피어나는 붉은 꽃, 그러나 이내 저버리고 마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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