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3 _ 사사키 후미오 블로그 번역
출처: http://minimalism.jp/archives/545
나는, 꽤 심한 건망증 환자다. 요전에 열쇠를 현관문에 꽂아둔 채로 외출하고 반나절 정도 집을 비워버렸다.
………뭐야, 이거???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열쇠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왠지 열쇠 커버만 있다.
이런 모양의 열쇠 커버를 쓰고 있었는데, 최근 커버를 교환했을 때 고리에 열쇠를 끼우지 않고, 바깥쪽 열쇠 커버 부분만 끼웠던 것 같다.
문을 잠그고 열쇠를 뺄 때 쑥하고 커버만 잡아서 가방에 넣었던 것이다.
왜 알아채지 못하나, 나…….
열쇠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아마도 열쇠를 문에 꽂아두었겠지라고 짐작하였다. 열쇠를 꽂은 채로 반나절이나 집을 비우다니……
한순간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음으로 느낀 것은 왠지 모르게 “안심감”이었다. 혹시나 이 반나절간 도둑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훔쳐서 기뻐할만한 고가의 물건은 집에는 없다.
이 사소한 사건 전에, 은행계좌 통장도 버렸었다. 평소에 쓰고 있는 계좌이지만 통장은 몇 년이나 쓰지 않았다. 1년간 쓰지 않은 물건은 버린다, 라는 룰이 있었기에 버렸다. 아마 조금 불편할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어떻게든 된다. 인터넷에서 “통장은 버려도 되는건가요?”라고 검색해서 생각하기 전에, 어찌됐든 버렸다.
중요한 물건이 집에 없다. 이것은 매우 자유롭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을 깨달았다.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타인에 대한 시선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가지고 있던 아주 조금의 시샘. 조금밖에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의, 어렴풋한 깔봄. 이런 기분이 없어지고 있다. 모두가 다르겠지만, “동등한 인간”으로서 접할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시선이 바귄다는 것은,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라는 것이 바뀐다는 것이다. 잠깐 설명하고 싶다.
소학교 시절,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안에는 이천엔 정도 있었을까. 게임 센터에서 놀고 있다가 그대로 두고가버린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알아채고, 게임 센터로 돌아갔다. 지금 보자면 적은 금액이지만 당시에는 틀림없이 큰 금액이었겠지. 지갑도 어딘가에서 산 것으로 꽤 애착이 있었다. 지갑을 찾고있으니 주변 사람들이 전부 도둑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뒷주머니에 넣은 지갑. 그거 내 거 아니냐고, 진심으로 의심했다.
하나 더 예를 들고 싶다. 업무 때문에 가끔 해외에 가기 때문에, 100만엔 정도를 환전할 때가 있다. 거금을 가지고 있기에 평소보다 더 예민해진다. 환전을 할 시부야까지는 역 하나이지만, 그 왕복은 정신을 놓을 수가 없다. 조금만 수상해보이는 남자가 가는 도중에 있다고 하자. 거금을 가지고 있는 탓에 그 남자는 평소에 만났을 때보다 더욱이 수상하고 위험한 인물로 보여져버리곤 한다.
많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경비 회사와 계약하여, 방범 카메라를 온갖 곳에 설치하고, 굳게 집을 단단히 하는 것은, 과연 행복한 것일까?
마피아 영화에 자주 있는 씬. 마약왕의 대저택에 주인공이 잠입한다. 높은 벽은 주변을 막고 있고, 정원에는 부하들과 도베르만 무리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집에 접근 하는 것은 모두, 도둑이라는 것이다.
영화 감독 톰 새디악은, 1580㎡의 대저택을 떠나 93㎡의 트레일러 하우스로 이사하였다. “예전이었으면 전동 대문과 180센치의 울타리 탓에 서둘러 떠나버린 이웃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많이 가지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을, 그 사람의 본모습 이상으로 위험한 인물로 보거나, 도를 넘으면 도둑 취급을 하곤 만다. 타인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게 된다. 타인을 두려워하고, 결코 신뢰하지 않는다. 타인은 자기를 위협하거나, 무언가를 빼앗아 가는 존재다. 나는 그런 위험한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러한 세계를 보는 방식이, 행복으로 이어질 리 없다.
사람을 두려워하기 보단, 사람을 되도록 신뢰하는 세계에서 살고 싶다.
크로아티아의 사람들이 행복하게 보이는 이유를 또 하나 알게된 것 같다. https://brunch.co.kr/@togetoge/5 (http://minimalism.jp/archives/303)
첫 대면에서 신원을 모르는 일본인을 갑자기 집으로 초대해준 가족은, 우리들을 왠지 신뢰해준 것이다.
열쇠를 꽂아둔 채의 문은, 일단은 조심조심 열었다. 거기에서 도둑과 마주쳤다고 하자. 도둑은 물건을 훔치더라도, 모두가 흉폭하고 사람을 해치고 싶을리 없을 것이다.
마주친다면, 상대는 방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다. 이쪽이 두려워하지 않다는 것을 전한다면, 상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뭐 일단 앉아서 커피라도 한잔”이라고 권하고 싶다.
도둑도 반드시,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할 것이다.
나는 공상을 즐긴다.
도둑A “최근에, 빈집에 들어갔는데 말야……”
도둑B “설마…… 또?”
도둑A “그래, 또 방에 아무것도 없었다니까!”
도둑B “미니멀리스트!! 그 놈들 도대체 뭐냐고!”
도둑A “슬슬, 이 짓도 그만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