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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sueproducer Apr 18. 2020

[Ep2-18]그런데, 한국이랑 왜 헤어졌어?

<한국이 싫어서> 문학기행, 두번째 이야기

헤어짐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고, 굳이 떠나겠다고 결심한 사람에게 왜 헤어지느냐고 물어보는 것도 의미 없단 걸 안다. 그래도 항상 궁금하긴 하다. 그래서 한국과 이별을 선택한 계나에게도 물어보고 싶다. 한국이 전 남자친구 같은 존재라면, “계나야, 너는 그 애가 왜 그리 싫었어?”라고 말이다. 연인과 헤어질 때라면 “니가 싫어졌어. 너랑은 더는 이 관계 유지 못 하겠다.” 정도의 답변을 할 테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여기서는 도저히 못 살겠어서.” 라고 대답했다. 싫다는 대상이 전 남자친구가 아니라 모국이라니. 대체 왜 한국이 싫어졌는지, 왜 한국에서 못살겠는지 알기 위해서는 일단 계나가 처한 상황을 좀 더 이해해야만 한다.


20대 후반 여성인 계나는 부모님과 언니 혜나, 여동생 예나 이렇게 다섯식구가 함께 살고 있으며 홍대를 졸업하고 역삼역에 있는 W종합금융이라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강남출신의 꽤 부유한 집 아들인 지명이라는 남자친구도 있었고. 언뜻 보면 나쁘지 않게 혹은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왜 한국이 싫어졌을까? 남자친구인 지명이도 한국을 떠나려는 계나에게 한국의 좋은 점들을 이야기하며 가지 말라고 설득한다.


호주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뒤에도 사실은 마음이 여러 번 흔들렸지. 지명도 그걸 눈치챘어. 그래서 나를 계속 설득하려 들었어. 이런 식으로.
“한국이 그렇게 싫은 이유가 뭐니? 한국 되게 괜찮은 나라야.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1인당 GDP를 따지면 20위권에 있는 나라야. 이스라엘이나 이탈리아와 별 차이 없다고.”
“아니, 난 우리나라 행복 지수 순위가 몇 위고 하는 문제는 관심 없어.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런데 난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어.” (p.61)


행복과 불행은 양팔 저울에 놓인 것과 같아서, 행복의 추 하나의 무게와 불행의 추 하나의 무게는 다를 수 있다.


지명이 말에 적극 동의하는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다양하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연인과의 이별을 한 번 생각해보자. 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조건과 장점이 있다 하더라도, 나를 힘들게 하는 강력한 문제점이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이별을 선택한다. 행복과 불행은 양팔 저울에 놓인 것과 같아서 행복 쪽으로 기울어질 때도 불행 쪽으로 기울어질 때도 있다. 그런데 행복의 추 하나와 불행의 추 하나는 같은 무게가 아니다. 어떤 행복의 추 하나는 많은 불행의 추보다 더 무거울 수 있고, 반대로 어떤 불행의 추 하나가 여러 행복의 추보다 더 무거울 수도 있다.


이건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끼기 때문에 계나에게 아무리 한국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추가 많다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계나가 가진 커다란 불행의 추 하나를 이기지 못하니까 말이다. 결국 계나가 한국에서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계나가 어떤 크기의 불행의 추를 얼마나 가졌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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