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고서우
8월 20일은 태풍 종다리가 제주도에 예보된 날이었다.‘택하다, 스테이’를 찾아가는 길, 비는 소나기처럼 잠시 내렸다, 멈췄다를 반복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름다운 이곳에 쨍한 볕 한 줄기가 없을 것이라는 상상은 나를 실망케 했다.
‘택하다, 스테이’를 어느 정도 또렷하게 상상해 볼 수 있었던 건, 호스트께서 함께 운영하는 ‘택하다, 커피’에 찾아갔던 기억 덕분이었다. 제주도에서 카페투어를 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외관, 거기에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니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옆은 스테이인가 봐.”
카페를 찾아와, 빼꼼히 쳐다보며 궁금하기만 했던 그곳에서 하루를 머물러볼 생각에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커다란 나무 아래에 차를 세우고, 다시 세찬 비가 내리기 전에 얼른 짐을 옮겼다. 매우 무덥고 습한 날씨였기에 그만큼 쾌적한 온도로 나를 맞이해 주는 내부 공기가 반가웠다.
가지고 온 짐을 풀면서, 내부를 한 번 둘러보았다. 겉에서 예상하기보다 널찍한 거실에는 소파와 TV, 차를 마시거나 기대어 독서하기 좋은 작은 평상이 짜여 있었고, 한 쪽에는 주방과 정갈한 식탁이 보였다.
그리고 그 곁에는 욕실이 있었는데, 욕실 또한 제법 널찍하고 사용이 편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 하루를 머물 숙박객 입장에서 마음에 들었다.
곧이어 발걸음은 침실로 향해 갔다. 침실에는 특이하게 욕조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침실과의 분리 없이 욕조가 바로 놓여 있는 공간은 처음 보았기에 이점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침대는 조금 높은 곳에, 발밑과 옆에 자그마한 창문을 두고 있었는데, 밖에 내리는 비가 창살에 아른거리며 운치 있는 첫인상을 주었다.
택하다, 스테이 예약하기
뒤돌아, 다른 공간으로 넘어갔다. 욕조를 지나치면, 또 하나의 작은 세면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바깥으로 연결되는 곳이기도 했는데, 바깥으로 통하는 문 앞에 나막신이 있다는 점이 공간 경험의 특별함을 부여하기도 했다. 일본풍 숙소는 더러 보았어도, 나막신이 준비되어 있는 곳은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처음 경험해 보는 발걸음의 느낌이기도 했고.
“큰일 났다!”
거센 비가 몰아치기 시작하자,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원을 거닐며 사진도 남기고, 오래도록 천천히 구경하고 싶었는데 우산조차 무용지물이었다. 일단은 비가 그치길 기다려 보면서, 메말라 가던 목을 축이기로 했다.
‘택하다, 스테이’ 주방에는 정수기가 설치돼 있었는데, 일단 그 점 자체가 나 같은 물 먹는 하마에게는 벌써 합격점이었다. 물을 정말 많이, 자주 마시는 편이어서 웬만하게 제공되는 생수병으로는 늘 모자람이 있어, 마트에서 큰 용량의 생수를 사 들고 돌아왔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수기를 볼 때면 늘 “나이스!”를 외치는 편인데, 이 정수기는 얼음도 나오는 제품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냉장고에 용량이 넉넉한 빈 물병 두 개를 두셨던 거구나.’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얼른 빈 물병을 들고 와서, 얼음을 넉넉히 채우고, 물도 채웠다. 매트리스나 베개가 편안한 밤을 이끌어 준 아침이면 커버를 뒤집어 보았듯, 체감되는 만족함이 커서 찾아본 제품명은 청호나이스 아이스트리 플리.
얼음물을 시원하게 들이켜니, 바깥 무더위가 금세 잊혔다. 다시 밖으로 나가보려 문을 여니, 아까보다는 잠잠해진 빗방울이 얼른 나갈 채비를 하도록 했다.
밖으로 나가, 정원 곳곳을 걸었다. 카메라 렌즈에 습기가 뿌옇게 차서, 습기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릴 겸 그렇게 걸었다. ‘택하다, 커피’ 카페에서는 벽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정원을 마음껏 걸어보니, 나만 특별대우를 받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꼭 몸을 담갔을 야외 자쿠지도, 자쿠지 옆에 세워진 간이 샤워기도 보는 것만으로도 구경하는 재미가 컸다.
그것들을 빙 돌아서 뒤로 가면, 감귤밭 사이에 오목조목한 캠핑 공간이 있다. 제주에 온 관광객이 이곳에 머문다면, 아마도 이 공간에서 몇 번이나 사진을 찍었을 테다. 그만하게 가꿔진 정원이었기에!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어 올려 ‘택하다, 스테이’의 한 장면을 담았다. 밤에 보면 필시 더 아름다울 법한 모습의 창살들. “비가 오지 않을 줄 알고, 마련해 두었었어요.” 호스트께서 아쉬움을 내비치셨던 땔나무들까지. 어두운 밤이 기대되는 곳이어서, 더욱 그날 밤의 태풍이 미웠던 건지도 모른다.
“저희, 겨울엔 정말 더 예뻐요. 눈이 쌓이면.”
처음 도착했을 때, 짧게 스테이 소개를 해 주셨던 호스트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도 그럴 것이, 정원으로 들어오는 좁은 길목엔 대나무가 촘촘했기 때문이다.
‘그 겨울이 궁금하다.’
무더운 여름, 몰아치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택하다, 스테이’의 정원 한가운데에서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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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Photographer 고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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