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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유럽 여행하기 [춘천 감성 숙소|스테이 아레]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공간


글ㆍ사진  신은지



가을에 떠나는 여행은 그 어떤 이유도 필요 없다. 매번 돌아오는 계절이지만, 매번 새로운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는 이 계절을 마음 가는 대로 누릴 뿐. 다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풍경을 많이 보고 싶다.


추억은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이 아니고 함께하려 노력할 때 쌓이는 것이더라. 오래도록 알고 지낸 소중한 친구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서울에서 한 시간 반, 산과 물이 아름다운 춘천으로.



주먹보다 커다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아 고개 숙인 감나무가 있는 골목. 남춘천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8분 정도 이동하니 오늘의 여행지 '스테이 아레'가 나타났다.



정겨운 동네에 자리한 스테이 아레는 유럽 감성의 인테리어에 고즈넉한 한옥 구조가 어우러진 숙소다. 포근하고 아기자기한 것을 사랑하는 친구의 감성과 잘 맞을 것 같았는데, 들어서자마자 마음에 들어해서 더 흡족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포근한 향, 그리고 그루비한 재즈 선율.



이렇게 우리는 체크인 시간인 오후 3시에 맞춰 들어가 체크아웃 시간인 오전 11시까지 온전히 '스테이 아레'로 가득찬 하루를 보냈다. 쉬느라 바쁠 지경이었다. 숲 뷰를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 뜨개질을 하다가, 법랑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아 스파를 즐기고, 거대한 스크린과 고화질의 빔프로젝터로 밀린 드라마를 챙겨보기까지. 머물기만 하는데도 할 일이 정말 많았다. 


온전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었던 1박 2일. 어느 곳 하나 허투루 만들어진 곳이 없는 스테이 아레의 곳곳을 소개해 본다.




소박한 정취를 품은

정원



작지만 더없이 사랑스러운 정원이다. 한옥을 ㄱ자로 둘러싼 형태였는데, 구석구석 정성스레 가꾸어진 티가 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가을에 피는 수수한 들꽃과 무심한 듯 놓인 러프한 텍스처의 목재 소품들, 그리고 오묘한 무늬와 말린 장미 색을 띠는 자갈 같은 것들이 어우러져 유럽의 작은 마을에 놀러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고개를 들면 한보이는 한옥 처마. 이 묘한 풍경에 기분이 들떴다. 



테이블과 의자가 넉넉히 준비되어 선선한 가을 공기를 마시다가 안으로 들어왔다. 닫히는 문틈 사이로 손가락 만한 사이프러스 아기 나무를 발견해서 더 기분 좋았던 짧은 산책.




아기자기한 동화 속 주방

다이닝 룸



내부는 영화 세트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티지 가구와 조명,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디자인 가전까지 매끄럽게 결을 맞춰 시선이 닿는 모든 장면이 사랑스럽다.


특히 주방 공간에 감탄이 나왔는데, 주방은 생활용품과 가전 때문에 디자인을 살리기 어려움에도 전자렌지에 토스터, 커피 머신과 작은 집기까지 컨셉에 맞게 통일되어 있었던 것. 



버터 컬러의 유럽 미장에 어울리는 파스텔 톤 가전과 식기가 있었다. 예쁘기만 한 스테이가 아니라 편리한 이용성을 겸비한 숙소다. 부드러운 톤 온 톤 인테리어에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완벽한 컨셉의 유러피안 다이닝 룸.



주방에 준비되어 있던 페리에 탄산수와 히비스커스 티를 섞어 음료를 만들었다. 몰드가 예쁜 고블렛잔과 동그란 티스푼을 들고 여유를 부리니, 일상에서는 해소되지 않던 갈증까지도 비로소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스테이 아레 예약하기




원하는 만큼 영화 보고 책 읽는

거실 & 다락방



스테이 아레는 탁 트인 공간 아래 내부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적절한 단차와 가구 배치로 자연스럽게 구분되는데, 거실에는 길게 누워도 자리가 남을 정도로 큰 소파가 있어 무척 편안했다. 주방 옆에는 다락방이 있어 공간감이 더 풍부해진다.



손으로 한땀한땀 빚어냈을 것만 같은 앤티크 무드 이면에는 편리한 기술력이 숨어 있다. 블라인드 커튼이라고 생각했던 건 거대한 스크린이었고, 그 앞에는 스탠바이미가 있어 어디서든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세세하게는 소파 바로 옆에 콘센트가 있어 충전도 용이한 동선에, 이용안내서도 굉장히 이해하기 쉬워서 누가 오더라도 스테이 아레의 모든 것을 잘 누리고 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숲을 그림처럼 담아내는

욕실



스테이 아레는 공간의 모든 방향에 창을 냈다. 욕실도 마찬가지인데, 세면 공간을 마주한 네모난 창이 숲 뷰를 비추는 점이 좋았다. 거울 대신 숲을 바라보며 양치를 하고, 손을 씻으니 당연한 일상의 순간도 새로워지는 느낌.



욕실은 샤워 공간과 위생 공간이 나뉘어 깔끔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샤워기와 핸들마저 독특한 몰드와 곡선을 지닌 하드웨어. 디테일의 완성도가 높다. 




사색과 치유의 공간

힐링 룸



노을이 질 때 가장 아름다웠던 공간은 힐링 룸이었다. 두 면에 큰 창이 있는데 한쪽은 공원의 소나무 숲이 보이고 다른쪽은 오래된 한옥 지붕과 동네 풍경이 보인다. 둥지를 찾은 새가 된 양 에그 체어에 몸을 기대어 해가 지는 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창밖에는 이토록 한국적인 풍경이 펼쳐지는데 내가 몸 뉘인 곳은 유럽의 작은 집이라는 점이 정말 재밌다. 두 개의 차원이 맞닿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다른 세계에 온 듯 상상을 하게 만드는 여행 속 여행의 공간. 



힐링 룸에는 LP와 턴테이블, 호스트가 큐레이션한 책이 비치되어 있다. 이렇게 완벽한 컨셉의 스테이에서는 책도 하나의 단서가 된다.


에두아르 부바의 사진집과 책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같은 프랑스 책이 많았다. 책장을 넘기니 어쩐지 위태로운 프랑스 소녀가 된 듯한 감각. 기어코 머무는 이를 무대 위로 올려 주인공으로 만들고 마는 스테이.



창가에 앉아 뜨개질로 목도리를 떴다. 가을도 좋지만 겨울도 좋을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연말이 무르익을수록 스테이 아레는 근사해질 것 같다. 눈 쌓인 소나무와 한옥 기와 지붕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 상상만으로 행복해졌다. 분위기가 로맨틱해서 기념일에도 오기 정말 좋겠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침실



힐링 룸과 연결된 침실. 힐링 룸 중앙에 욕조가 있어, 몸을 따스하게 달군 후에 잠에 들 수 있다. 엘레강스한 뉘앙스를 지닌 수전과 법랑욕조가 그 자체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침실 내부도 마찬가지. 큼직한 목제 열개문 너머에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잠자리가 나타난다.


언젠가는 집에 저런 열개문을 달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 본의 아니게 인테리어 투어. 



침실에도 가전 라인업이 알차다. 침대에는 큼직한 전기 장판이 깔려 있고, 문 옆에는 스타일러가 있어 겉옷을 깔끔하게 정돈할 수 있었다. 베개는 일반형과 경추형 2가지가 마련되어 있기도. 정말로 우아한 쉼이 가능하다. 


스테이 아레 예약하기




함께 방문하기 좋은

로컬 맛집



1.5닭갈비 본점

체크인 문자에 정성스레 적힌 주변 맛집과 카페를 참고하면, 무엇을 먹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스테이 아레 주변에는 1.5닭갈비 본점이 있는데, 현지인 맛집으로 알려진 데다 풍자 또간집에 나온 후로 줄 서는 식당이 된 듯. 하지만 먹고 나면 대기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닭갈비도 맛있지만 메인은 볶음밥이다. 닭 기름의 고소함이 가득 배어 나오는 볶음밥을 위해 배를 넉넉히 남겨 둘 것.



214도넛

아메리칸 빈티지 디저트 숍을 표방하는 베이커리. 이곳도 호스트님 추천 리스트에 있었고, 흥미롭게도 스테이 아레처럼 스타일에 진심인 곳이었다. 공간부터 컨셉추얼한 미국 감성이 물씬 풍기는데 베이커리는 더 강렬한 맛이다. 달콤한 크림을 가득 품은 크림브륄레 도넛, 그리고 마찬가지로 크로와상 생지에 크림을 채워 넣은 시그니처 메뉴 크로넛을 사왔다.


여기에 스팀기가 있는 커피 머신으로 라떼와 에스프레소 한 잔씩 먹으면, 배부른 고양이 표정을 짓게 되는 행복한 디저트 시간.



활어회포차

추천 스팟은 사거리횟집이었는데 그날 방어회를 빠르게 주문할 수 있었던 활어회포차로 선회했다. 광어와 소방어회 세트 소 사이즈가 42,000원. 회가 무척 두껍게 썰려 있어 식감이 좋다. 양도 많아서 둘이 다 못 먹고 조금 남겼을 정도.


이 외에도 스테이 아레는 강원대 후문 근처의 여러 식당과 가까워, 포장과 배달이 편리한 장점이 있었다.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저녁 루틴



다리에 깁스를 한 나는 아쉽게도 욕조를 쓰지 못했지만, 친구가 내 몫까지 알차게 온욕을 만끽해주었다. 뜨거운 물에 입욕 소금을 넣고, 마음에 드는 LP를 골라 턴테이블에 올리면 준비 완료.



붉게 일렁이는 벽난로 조명과 은은한 브래킷 아래 사색과 치유의 시간이 찾아온다. 이십 여 분이 지났을까, 따끈하게 달아오른 양 뺨을 하고는 근육이 풀리는 것 같다며 신기해하는 친구를 봤다. 매일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참 행복할 텐데.



스테이 아레에는 다양한 빈티지 무드의 조명이 있어, 밤이 깊을수록 그 아름다움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작은 테이블 등 하나만 켜 두고 시작된 ott 탐험 시간. 결국 정년이의 최신 회차를 챙겨 보고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부자리를 정돈하는 모습마저 그림이 된다. 두 명이 자기에는 넓다고 느껴지는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내일은 어떤 하루를 시작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서서히 잠들었다.




갓 구운 크로와상으로 시작하는

아레의 아침



하늘거리는 린넨 커튼 너머로 들어온 햇빛이 아침을 깨웠다. 바스락거리는 이불에 웅크리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고소한 빵 냄새가 나서 번뜩 일어났다.



먼저 일어난 친구가 고맙게도 빵을 굽고 있었다. 스테이 아레에는 조식으로 크로와상 생지가 마련되어 있다. 준비가 번거로울 법 한데도 다른 먹거리가 아니라 '크로와상 생지'인 점에서도 세심한 의도가 느껴졌다. 토스터가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갓 구운 고소한 빵 냄새가 이 공간과 놀랍도록 잘 어울린 것이다. 사소하지만 이 또한 집에서는 하기 어려운 경험이라 즐거웠다.



십 년이 넘게 매일 아침으로 사과를 챙겨먹는 친구의 과일 지참, 그리고 크로와상과 커피로 든든한 아침을 완성했다. 처음 먹어보는 시나노골드는 제철 과일답게 싱그럽고 달콤했고, 크로와상은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버터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꿈 속의 아침 같다.



낭만 없는 삶이 힘들었다. 채워진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결핍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잃어버린 낭만을 되찾아 마음 가득 느끼고 싶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좋아하고 싶을 때, 소중한 마음을 그 무엇에게든 고백하고 싶을 때, 그럴 때에 스테이 아레를 찾아가자.


호스트의 감성으로 밀도 있게 채워진 이곳은 그 어떤 시간도 공간도 문화도 초월한 무엇으로, 오직 다정한 취향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도피해 그저 상냥하고 편안한 품에 기댈 수 있는 곳.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꼭 선물해 주고 싶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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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 신은지
공간을 통해 세상을 읽는 뚜벅이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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