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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뷰 자쿠지와 말차키트가 있는 [제주 조천 | 조차]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고요를 간직한

바다 옆 검은 집


글ㆍ사진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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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북쪽 조천의 바다는 잔잔하게 더욱 너른 지평선을 그린다. 북적이는 서귀포보다 조천은 그 진솔한 일상성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동네다. 정자에 모여앉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즐거이 오후 한때를 보내는 저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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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새 이곳, 크게 호흡을 고른다. 조천 마을 방파제 끝에 ‘앞빌레’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앞빌레는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암석이나 땅 위로 솟아나는 용천수를 뜻한다.


조수가 찼을 때는 바다와 하나가 되고, 빠졌을 때는 바다 속 거친 지형을 그대로 드러낸다. 평평한 현무암이 머금고 있는 거무스르한 바닷물은 제주만이 간직한 바다의 전초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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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천 숙소 ‘조차’는 이 앞빌레와 맞닿는 땅 끄트머리에 위치한다. 불쑥 솟아있는 매스는 마치 암반과 하나가 된듯 절묘하다. 돌담에 둘러싸인 검은 집, 조차는 세 개 공간이 리드미컬하게 연결되어 있다.


빛과 그늘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거실, 바다와 가장 가깝게 시선이 닿는 욕탕, 천창으로 빛이 쏟아지는 방이 숙소의 큰 축이다. 그리고 거실만큼이나 넓은 마당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로즈마리, 강아지풀, 댑싸리가 돌무더기 사이에서 살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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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열고 좁다란 오솔길 같은 진입로를 기분좋게 지난다. 스테이 조차의 문을 열자 창틈으로 새어나온 길다란 빛이 마룻바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집 외부의 먹색은 내부로도 이어지는데, 길고 얇은 수직창과 거실의 넓은 통창으로 인해 빛과 어둠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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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경한 조도는 어둠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적당한 밝음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쓴 산문집 <그늘에 대하여>가 떠올랐는데, 아마도 전체적인 어둠 속의 얇은 빛이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옅게 선명한 것보다도, 가라앉아 그늘진 것을 더 좋아한다. 세월의 손때를 연상시키는 듯한 흐릿함을 띤 빛인 것을" 같은 구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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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중심이 되는 거실에는 커다란 정사각 평상이 놓여 있다. 소파나 라운지체어에 익숙한 우리에게 평상은 특별한 구조다. 자연스럽게 다리를 뻗고 앉거나 엎드려 뒹굴거리는 행위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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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조차의 정겨운 마당과 잔잔한 바다, 그리고 숙소 주변 조천 마을에 옹기종기 이웃한 집들이 펼쳐진다. 마치 프레임 속 정지된 풍경 사진처럼 보이다가 슬며시 흐르는 수면과 바람에 나부끼는 풀잎들이 그 정적을 깨뜨린다. 제주에 왔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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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체로 고단한 여행의 피로를 스테이에서 보상받는 편이다. 호스트의 배려와 환대가 읽히는 구석구석의 자리들,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는 기쁨, 그 지역만이 자아내는 고유한 풍경 그리고 숙소가 오늘 하루만큼은 나의 보금자리가 되었다는 안도감이 뒤섞여 느슨한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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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 중앙의 바닥에는 정사각형의 나무 박스가 보물상자처럼 매립되어 있다. 바닥의 뚜껑을 열고 묵직한 박스를 꺼내본다. ‘빛과 바다의 찰나를 여유로이 음미할 수 있도록 준비한 찰나함’이라고 카드에 곱게 쓰여있다. 찰나함이라는 시적인 이름 때문에 그 안에 들은 것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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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무거운 찰나함을 조심스레 꺼내어 열어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복주머니 안에 든 공깃돌, 말차 레시피가 저마다의 자리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 밑에는 탕에서 사용할 목욕 소금과 모래 시계, 패브릭에 새긴 입욕 설명서가 숨어 있다. 찰나함은 어릴적 받았던 종합선물세트처럼 머무는 동안 누릴 힐링을 기약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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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가장 떨어진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조차에서 천고가 가장 높은 공간인데 1층의 창가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다. 테이블 아랫쪽으로는 몇 권의 책이 놓여 있어 취향껏 골라 읽을 수 있고, 게스트북에 빼곡한 숙소 손님들의 후기를 읽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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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쪽의 좁은 계단을 오르면 2층 침실을 만난다. 천장으로 난 유리창 밖은 1층과는 또 다른 퍼스펙티브의 조천 해안이 시야에 걸린다. 비밀을 간직한 아이의 다락방처럼 혼자만의 상상과 호흡으로 채워질 것만 같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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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이 당기는 시간이라 키친 서랍에 준비된 해치 말차가루를 꺼냈다. 세팅된 다완에 담아 격불해 말차 라떼 한잔을 마셨다.


서투른 격불은 아직 어렵지만, 차선으로 가루에 물을 녹이는 일은 손을 바쁘게 움직여야 해서 흥미롭다. 드립 커피를 내리는 것만큼이나 섬세함을 요하지만, 격불을 하는 건 어쩐지 더 호방하고 터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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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 바다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가라앉는다. 해와 바다가 모두 저녁 빛으로 물들어갔다. 탕에서 목욕을 하기 위해 미리 물을 담기 시작했다. 커다란 탕을 가득 채우려면 두 시간 가까이 걸린다는 입욕 설명서를 읽은 터였다. 그 사이, 서둘러 마을의 작은 식당에서 저녁을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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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탕에는 뜨거운 물이 절반 넘게 채워지고 있었다. 향을 피우고 한발 한발 조심스레 탕으로 들어갔다. 향과 뜨거운 수증기로 자욱해진 탕안에서 일순간 보이는 감각과 듣는 감각이 사라져버린 듯했다. 창 밖의 바다도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다. 갖은 생각들이 달아나고, 남은 건 물의 촉감과 온도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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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된 몸과 마음은 서둘러 나를 침대로 이끈다. 거실 옆 간살문 너머의 너른 침실에 누워 찰나함에서 꺼낸 <노인과 바다>의 중간쯤을 무작정 펼쳤다. 공교롭게도 페이지에 적힌 문장이 지금 이 순간과 절묘하게 맞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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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잠이 든 노인은 어린 시절 갔던 아프리카 꿈을 꾸었다. 하염없이 길게 이어진 금빛 해변, 눈이 부시게 새하얀 해변, 그리고 높이 솟은 곶과 우람한 갈색 산들이 보였다. 요즘 들어 노인은 매일 밤, 그 해안가에 사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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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는 TV도 없고, 핸드폰도 꺼버린지 오래다. 9시에 잠이 들어버리는 리듬은 서울에서의 루틴보다 더 단조롭지만, 그건 조차의 시공간이 몸과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이상적 상태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르는 시간 속에 애쓰지 않고 머무는 상태야 말로 휴식의 진정한 에센스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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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Traveler 박선영
<독일미감> <유럽호텔여행> <SEOUL SEOUL SEOUL>을 썼습니다.

▶️ 작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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