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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스톤보이 May 22. 2022

2년 만에 끝난 대기업 생활

기대감 가득 시작했던 대기업 생활을 올해 2월, 다소 빠르게 정리했습니다.

2020년 1월 첫 입사를 하였으니 거의 만 2년을 채우고 퇴사하게 되었네요.
입사 초반에는 회사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만족감이 스스로도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브런치에 아래처럼 글도 쓰기도 했죠.. ㅎㅎ)


대기업, 막상 와보니까 (2020. 4. 12.)


그런데 세상의 대부분의 일이 그러하듯,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마냥 회사의 만족스러운 부분만 보이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지난 2년간 이런 부분들을 조금씩 발견할 때마다, 제 머릿속은 뒤쳐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함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곤 했습니다.


여러 고민 끝에 새로운 도전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쯤, 운이 좋게 다른 곳으로부터 면접 제안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잘 아는 곳은 아니었지만 면접을 거치면서 좋은 경험들이 축적되었고 그 결과, 현재는 미용의료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에서 3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힘든 취준 생활을 거쳐, 당당히 입사한 곳을 2년 만에 그만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한창 고민을 하던 시기에는 누군가 이런 질문을 건네면 와다다 이유를 쏟아내곤 하였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니 또렷했던 기억들이 점차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브런치에 퇴사 이유들을 정리해보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의 이전 직장은 면세점의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입사하자마자 코로나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죠. 바로 위 선배부터 멀리는 사업을 책임지는 경영진까지 모두가 흔들리는 것이 신입이었던 제 눈에도 선명히 보이더군요.


그러나 코로나로 위기를 맞은 곳은 면세업계 하나뿐이 아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맞아 크게 성장한 곳이 있는 반면 여러 산업, 여러 회사가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입게 되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 속에서 헤쳐나갈 (혹은 버틸)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던 회사는 코로나 위기를 버틸 방법으로 '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내렸습니다. 저는 회사의 선택이 이해가 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그 선택이 앞으로 우리 회사가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020~2021년의 이커머스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심한 시기였고 기업 간의 심화된 경쟁은 오히려 고객들의 쇼핑 경험을 나날이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나 당시 회사는 경쟁과 위기감을 체감하지 못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오히려 '면세업'이라는 특수한 산업군 안에 위치한 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죠. 그 결과, 고객 경험을 개선시킬 방안들은 '비용 최소화'라는 명목 하에 우선순위가 계속해서 뒤로 밀리고 있었습니다. 이 결정으로 회사가 '현재 위기를 버텨낼 지구력'을 얻은 대신 '미래 성장을 위한 추진력'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안에서 제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롤모델로 삼고 싶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일 욕심이 많고 일로 얻는 성취감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이기도 했죠.


그런데 전 회사에는 제가 가지고 있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에 대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코로나 전까지 매우 안정적이고 성과급도 꾸준히 나왔던 회사였기에 회사 전반적으로 일보다는 가정과 본인의 삶을 가꾸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 많으셨던 것 같았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회사의 이런 분위기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사람마다 지향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단지, 제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분들이 전 회사에는 많이 안 계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혹은 제가 그런 분을 회사에서 충분히 만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요.)



일이 아닌 다른 고민들이 많아짐을 느꼈습니다.

입사 후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사 내의 정치적 분위기, 위계질서가 눈에 들어왔고

이런 것들을 알게 될수록 스스로 오히려 일에 대한 고민이 점점 부족해져 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치열하게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집중하면서 내가 내린 결정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곳에서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답은 오히려 간단했습니다.

'스타트업'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난 회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제가 기대한 것과는 다른 일이 새로운 직장에서도 똑같이 벌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희망을 품고 옮긴 새로운 회사가 제가 '스타트업' 생활에 기대한 것과는 다른 결과를 저한테 보여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만족하며 다니네요 ㅎㅎ)


특히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안 좋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할 테고, 만약 그런 부분이 저한테 치명적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2년 뒤 저는 또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겠죠. 그러면 그때의 저는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또다시 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결정을 내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제 앞에 당면한 문제들을 이렇게 하나하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갈 때마다 제 내공도 자연스럽게 쌓이지 않을까하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회사생활을 충실히 이어 나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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