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 본 이야기는 제가 현재 근무 중인 직장을 기준으로 작성되었기에 모든 대기업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근무하시는 회사, 환경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점,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지난 1월 회사에 입사한 이후, 그룹 연수를 거쳐 부서에 배치받아 조금씩 일을 배우다 보니 2020년 1분기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본 글에서는 약 2개월간 대기업 신입사원으로서 업무를 진행하며 느꼈던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특히 입사하기 전, 예상했던 대기업의 모습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을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나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선 입사 전, 내가 그렸던 대기업에 대한 편견은 다음과 같았다.
대기업은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다.
대기업은 업무 R&R(Roles & Responsibilites)이 명확하다.
대기업은 회식을 많이 한다.
실제로 입사 전, 나는 대기업에는 꼰대들이 많이 모여있을 것이고 나 또한 대기업에 입사를 하게 된다면 꼰대가 되고 말겠지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더군다나 과거 인턴으로 근무하였던 곳이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경험하였던 것들을 반대로 정의하면 대기업의 실상이 될 것 같았다.
자유분방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스타트업과 달리 대기업은 상위에서 하위로 이어지는 권력 체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업무 분위기 역시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스타트업 인턴 근무 당시, R&R이 명확하지 않아 그 누구의 일도 아닌 일이 생기거나 혹은 너의 일이 나의 일이 되는 경험을 많이 하였는데 이는 대기업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만큼 업무 R&R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강압적이지는 않더라도 회식자리가 많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대기업의 회사생활을 그린 드라마 '미생'만 봐도 위 3가지 특징들이 명확히 드러났다.
권위가 없지 않지만 논리를 앞서진 않는다.
대기업에도 주인 없는 일이 생긴다.
회식은 코로나가 아니어도 6개월에 한 번 정도?
그런데 막상 대기업에 입사하여 2개월간 업무를 진행해보니 위의 3가지 현상은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예상과 정반대여서 놀라웠다. 편견을 걷어내고 다시 한번 내가 근무하는 곳을 바라보니 '피도 눈물도 없는 꼰대들의 집합소'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일과 회사의 목표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이 모인 곳에 가까웠다. 이를 깨닫고 나니 드라마, 영화에서 보았던 일부분의 모습만으로 섣불리 편견을 가졌던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지난 2개월간 직접 경험한 대기업은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권위가 논리에 앞서는 곳은 결코 아니었다. 물론 내가 아직 낮은 직급의 구성원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진 나의 상급자들은 나의 주장에 대해 이유를 들어주고 만약 의견이 타당하다면 이를 받아들여주었다. 또한 대기업이라고 해서 꼭 업무 R&R이 명확한 것은 아니었다. 스타트업에 비할바는 못되겠지만 대기업에서도 주인 없는 일이 꼭 생기기 마련이고 이 중 일부는 신입사원들이 처리하고 있는 상태이다. (대표적으로 총무 업무) 마지막으로 최근의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가 아니더라도 우리 회사, 우리 부서는 회식이 정말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여느 부서와 마찬가지로 업무 분위기가 좋은 걸 감안해보면 역시 '술을 곁들인 회식'과 '팀워크' 사이의 관련성은 크지 않은가 보다.
아직 2개월밖에 안된 신입사원의 시선으로 본 대기업 생활이기에 분명 첫 직장에 대한 콩깍지가 씐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더 깊게 파고들다 보면 내 생각이 틀렸을 수 있다. 다만, 앞으로도 대기업 생활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보다는 긍정적인 모습을 더 많이 발견하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