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해 국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그중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또한 역대급 어려움을 겪고 있다. 힘들게 취업의 문턱을 넘어서 회사에 들어왔더니 막상 나를 반겨주는 것이 마이너스 매출이라니... (이러려고 내가 그 고생을 했나) 내가 내린 선택이기에 후회하지는 않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최근 들어 취업을 준비할 때, 지원서를 쓰던 시절이 가끔 떠오르곤 한다. 그때는 순간의 선택이 내 삶에 미치게 될 영향이 이렇게 클 것이라곤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나는 여느 취준생과 마찬가지로 여러 기업들의 채용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하던 기업들이 속한 산업은 매우 다양했는데 홈쇼핑, 면세점, 통신사, 식품회사, 이커머스 등 유통업의 비중이 높긴 하였지만 전체적으로 통일감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취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 중 나는 운 좋게 몇 군데로부터 합격 소식을 받았고 그중 한 곳을 선택하여 현재 근무를 하고 있다.

많은 취준생들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붙여주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라는 말이다. 나와 주변 친구들 또한 취준생 시절 이 말을 정말 많이 했다.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을 만큼 철저히 을의 입장에 놓이는 취준생이기에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이때의 나는 이러한 선택이 다가올 내 삶에 끼칠 영향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 산업에 발을 들이게 된 이상 나는 앞으로 좋든 싫든 이 산업에 대해 매일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내가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게 될 것들 역시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 있는 것들 일 것이다. 즉, 단 한 번의 선택이 내 삶의 중심을 완전히 뒤바꾸어놓은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까지도 변화시킨 것이다. 열심히 노력을 하거나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면 다른 회사, 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겠지만 이는 경우에 따라서 취업을 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많은 취준생분들께 입사 지원을 할 때부터 정말 필요 이상으로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붙고 나서 고민하자라는 마음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막상 합격 통보를 받고 나면 주어진 시간이 촉박하거나 혹은 선택지가 없어 깊게 생각하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취준생 입장에서 기업들에 대한 정보접근이 제한적 일 수 있고 지금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더욱 힘들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더욱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고 이는 분명 미래의 삶의 만족감 측면에서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과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