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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tenjohn Mar 24. 2024

성공일까, 실패일까

인생 처음으로 내 것 하나를 끝낸 이야기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큰돈은 아니어도 얼마간의 수입을 내면서 배만 곯지 않으면 좋지 않을까, 막연한 바람이었다. 아마 브런치에 처음 기웃거리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거다.


 이전 글에서 내가 놓아버리고 후회했던 것들, 그러니까 '버려졌던 것들' 중 하나를 주워 들어야겠다는 계획이 지난 연말에 완성되었다. 바로 그것은 2019년에 쓰기 시작한, 총 11부작, 연재 화수 300화로 계획된 판타지 웹소설을 완결 내는 일이었다. 그 소설은 200화 초반에서 1년도 넘게 그냥 멈춰져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아껴주던 몇 명의 독자들마저 떠난 상태였다.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그냥 뭔가 하나를 끝내야 되겠다는 강박이 밀려들어서, 그냥 꾸역꾸역 완결만을 목표로 글을 다시 써대기 시작했다. 써댔다는 표현은 지금 생각해도 정확한 것 같다.


 그 사이 지난 독자 몇 분이 돌아왔다. 그래봤자, 정기적인 독자는 다섯 정도였다. 진짜 말 그대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이고, 완결이 낸 지금도 나는 나를 포함하여 그 소설을 '전부' 읽은 사람이 이 세상에 딱 여섯 명임을 안다.


 그리고 무료 연재였던 소설에, 유료화를 할 기회가 생겼다. '패션 선작'이라는 밈으로 그나마 구독자가 많았던 탓이다. '패션 선작'이라는 말이 생소할 분이 많을 줄 알지만, 내 입으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끄러우므로 설명은 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작품은 유료화가 되었고, ISBN까지 받은 당당한(?) 출판물이 되었다.


 그렇게 되고 보니, 또 괜히 사소한 기대가 들었다. 혹시나 완결을 내면, 우연한 기회에 입소문이라도 좀 타고, 약간의 흥행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뻑뻑한 벽돌 스타일의 트렌드 뒤쳐진 이 판타지 소설은 완결된 지 넉 달이 가까워 오는 지금까지 잘될 조짐이 보이진 않는다.


 무언가 하나를 끝내면 인생이 바뀔 거라고, 혹은 바뀌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한동안은 좀 더 우울해졌다. 공부하고 성적이 나쁘면 머리가 나쁜 게 증명될까 봐,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나쁜 척하는 학생 같이 살았었는데, 굳이 공부하고 시험 봐서 성적을 확인해 버린 탓이다.


 어쨌든 하나를 끝냈기 때문에 명목상 출판물을 찍어낸 작가가 되긴 했으며, 완결 전후로 창작지원금과 후원금, 작품 판매 금액을 포함한 약간의 금전이 생겼고, 13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남겼다. 그중에는 평생 마음에 담아 감사할 분들도 몇 분 생겼다. 그러나 4년 동안 글을 썼을 때나, 안 썼을 때나, 이것 때문에 가졌던 마음고생까지 생각하면 별로 남는 장사는 아닌 것 같다.


 무언가를 끝냈고, 지난 한 달 내가 그 글로 번 돈은 플랫폼 수수료와 세금을 제외하기 전 5500원이다. 성공일까, 실패일까. 무언가를 끝내면 인생이 바뀐다는 누군가의 말은 진실인지 아닌지 아직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하나는 끝냈다. 두 번째를 고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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