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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Dainn Feb 01. 2017

이 과장의 스타트업 생존기 1

제1편 스타트업과 홍보물 1


배경 소개 : 중견기업에 다니던 편집디자이너 이 과장.

반복되는 회사 업무에 지쳐가고, 결국은 이직을 결심한다.

이직 준비 중 그의 눈에 들어온 한 채용공고! [케이앤컴퍼니에서 브랜드디자인팀 과장 구합니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에 이 과장은 바로 지원을 했고,

그렇게 스타트업 기업인 케이앤컴퍼니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첫 출근, 첫 미션은 홍보물 제작


첫 출근 후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다음 주에 진행되는 스타트업 행사에서 사용할 홍보물 만들기였다.

디자이너는 나와 이사님 둘뿐. 기존 제작된 홍보물은 명함 하나.


나의 첫 미션은 LOBIG기술을 소개하는 브로슈어 만들기.

아무 생각 없이 익숙하게 인디자인에서 판을 짜고 있는데 이사님이 샘플을 하나 건네주셨다.


‘샘플 봐놓은 게 있는데 이거 어때요?’

A3보다 더 기다란 대문형 4단 반접지 형태의 홍보물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원고랑 이미지 준비는 누구테 부탁하나요?”

 “기획팀 새로 온 신입이 전달해 줄 거예요” 그렇게 나의 첫 업무는 시작되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과장님 원고 다 되었습니다”

“아 네, 고마워요”


나보다 2~3일 더 늦게 입사한 기획팀 신입사원. 그 친구의 첫 미션은 홍보물에 들어갈 원고 준비하기.


열심히 기존 원고를 읽고 거기서 글을 열심히 다듬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그렇게 하루 뒤 글을 받아보았는데 처음 시작하는 거라 그런지 문장도 길고 문체도 섞여있었다.

출판 쪽에서 근무하다 보니 기자와 에디터들에게 익숙한 나였기에 어설픈 문장들이 더더욱 눈에 띄었다.

그 친구도 나름 열심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기자들과 일을 함께했던 나의 성에는 차지 않았던 것 같다.


“이거 문장도 너무 길고 문체 다른데요?”

그런 나의 제안에 이사님은 “그럼 과장님이 한번 정리해보시는 건 어때요?”라고 하셨다.


과장 경력에 올라오기까지 글 다듬기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었다.

말은 쉽게 던졌는데 막상 하려니까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원고를 찬찬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과감히 빼버리고, 문장이 길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짧게 끊어 문장의 호흡을 조절했다.


어차피 어렵고 복잡한 언어의 사용은 고객이 보았을 때 불필요한 요소였다.

그래서 최대한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꾸고자 했다.

신입도 아니고 경력자로 스타트업에 입사한 이상 뭐라도 보여야 하는데

어설퍼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압박으로 크게 다가왔다.

그때 출판사에서 기자들이 여러 가지 사전을 이용해 글을 썼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냥 옆에서 보기만 했던 것들을 내가 써먹을 줄이야… 이래서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었나...

서당개 경력이 이럴 땐 이런 도움이 되는구나 싶었다.  

그동안 직장 경험이 뭐 하나 버릴 게 없었던 거구나...

원고초안





















                                   초안을 토대로 다듬은 원고





무에서 유를 만들다


기획을 보니 핸드폰 캡처를 받아 앱의 내용을 보여주고자 하려면 긴 형태의 이 사이즈가 가장 효율적이었다.

핸드폰 캡처 화면 4개 정도가 들어갈 길이로 사이즈를 조정했다.

일단 앞면의 사이드에는 회사의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인 LOBIG앱의 주요 이미지와 튜토리얼을

넣기로 했다. 가운데에는 왜 우리 기술이 좋은지.. LOBIG에 대한 스토리를 넣기로 하였다.



브로슈어 구성페이지

‘페이지 구성은 됐고 이제 디자인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이사님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던져주셨다.

“앱 설명 부분은 핸드폰 모형을 만들어서 끼워서 움직이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고객들에게 앱 설명용으로 쓸거라 홍보로 하기에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학생 때는 저런 아이디어 많이 생각했었는데 언제부터 난 기성 디자이너가 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여러 가지 서적들을 참고하고, 신입의 마음으로 무엇이든 배워서 흡수하리라!!라는 생각으로

여러 디자인 이론서를 대여해 읽어도 보며 마음을 다 잡았다.

그러면서 나만의 기준이 잡혀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에서의 경력직 디자이너는 경험은 갖고 가되, 마인드나 생각은 기존에서

벗어나야 되겠다고 생각하였다.


디자인 작업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일단 웹 기반으로 되었던 이미지들을 인쇄용으로 돌리려고 하니

쉽지가 않았다. 특히 핸드폰 이미지 캡처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핸드폰 모형을 끼웠을 때 잘 보일 수 있게 비례도 고민했어야 했고,

어떤 부분은 해상도가 너무 떨어져 인쇄용으로 다시 그려내야 하는 재작업을 했어야 했다.

말 그대로 "노. 가. 다"


기존에는 팀 단위로 공동으로 일을 했다면, 이제는 혼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야 하는

만능 디자이너가 돼야만 했다. 사수도 없었고 후임도 없는 고독한 자리였다. 오로리 혼자!

하지만 나약해지지 않으리!! 언젠가는 든든한 동료들이 생기겠지?

이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만약 내가 스타트업의 신입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엄청 헤매고 지금보다 더 답답해하며 다녔을 것 같다.

그나마 여기저기 구르면서 보고 겪은 수많은 경험 덕에

이렇게 혼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지 않았을까 싶었다.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신입 친구들은 정말 인정!!





인포그래픽 요소 적용해보기

한참 디자인 고민을 하다가 라인을 이용하여 흐름에 따라 글을 읽을 수 있게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도 몇 번 해봤던 스타일이라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이미 머릿속에 있었다.

그렇게 구상 후,  라인 진행에 맞춰 글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숫자를 크게 표기해 글의 흐름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어 아이콘도 글 내용에 맞게 찾아 자리 잡았다.


앞면 디자인


앞면은 어떻게 정리가 됐는데 문제는 뒷면이었다.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기술용어가 한가득이었고, 원고도 너무 어려웠다.

이것들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던 중에 전 직장에서 맨날 해오던 인포그래픽 요소를 좀 넣어서 정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 개수를 세어보니 6개, 짝수로 딱 떨어졌다.

“그래! 인포그래픽이다!”


뒷면을 인포그래픽으로 풀어보려고 글을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원고 내용이 기술 위주 설명이라 글을 짧게

칠수도, 비주얼로 표현이 안 되는 알고리즘에 대한 내용 설명이 많아 디자인 콘셉트에 한계가 왔다.


며칠은 고민하다가 원고에 대한 기술 설명은 최대한 살리고, 대신에 내용을 요약정리하여 카피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LOBIG에 대한 6가지 장점이니 로빅을 중앙 배치하여 방사형으로 원고를 구성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포그래픽 참고안

그렇게 방사형 인포그래픽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술 설명 원고를 도저히 짧게 정리할 수가 없어서

방사형 포맷만 가져오기로 했다.

대신 정확도나 검색 속도 부분은 숫자를 이용하여

그래픽 표현하였다.





방사형 포맷 차용후 그래픽적 요소를 추가한 뒷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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