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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Dainn Feb 06. 2017

이 과장의 스타트업 생존기 3

제2편_ 시장조사의 중요성


"oo과장님~~ 잠시만요."

"네?"


오전부터 이사님의 호출.

내용인 즉슨, 회사 브로셔랑 회사소개서를 담을 포켓용 파일을 찾아보라는것이었다.


"수량은요?"

"음.. 한 300개 정도?"

"예산은 얼마 잡혀있나요?"

"2-300보고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나의 두번째 삽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파일을 찾아서...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아기물고기 '니모'가 인간에게 납치되어 아빠가 상상초월의 위험이 도사리는 먼 여행을 떠났던가? 그런 니모아빠와 비슷한 처지가 되어버린 나.

나의 심경을 가장 잘 표현한 '니모를 찾아서'


'파일? 파일... 파일?파일? 파일... 파일? 파일... 파일? 파일... 파일?'

하루종일 나의 머릿속을 맴도는 파일....

인터넷 쇼핑창에다가 '파일'이라고 검색해보았다. 수 많은 비슷비슷해보이는 아주 많~~~~은 파일들..

일단 보이는대로 닥치는대로 모든 쇼핑몰이란 쇼핑몰의 파일을 다 쓸어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첫날은 폭풍 시장조사, 이튿날은 단가대비 디자인 품질이 괜찮아 보이느걸로 분류작업.

여태껏 이런건 제작팀에서 필요할때마다 알아서 물품구매를 해주었기에 왜 파일에 이틀을 날리고 있는거지... 그냥 가격 싼거 아무거나 사면 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시장조사... 아웃!


"더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디자인을 하다보면 상사에게 아웃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장조사로 아웃이라니...

이렇게 많이 찾았는데... 또 찾으란 말인가...

순간 내가 왜 이곳에 앉아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자괴감이 들 정도로 내가 경력을 제대로 쌓았던게 맞나? 싶은 마음이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깊은 호흡을 내쉬고 심기일전하고 또 다시 인터넷 창을 뒤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조사한 자료들 캡처사진만 몇백개.... 하... 지쳐간다...


다음날, A4판형에 이미지들을 얹혀서 예~쁘게, 디자이너답게 정리해서 또 다시 이사님에게 들고갔다.


"더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같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으면 좋겠는데...."

보고하고 축쳐진 어깨로 돌아서는 순간 이사님의 조언


'아! 제작!'

뉴턴도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이랬겠지?;; 

나에게도 한줄기의 빛이 보였다. 

잽싸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이번에는 파일을 도매로취급하는 회사들 중에 주문제작도 맡아서 해주는 곳을 찾아보았다.


"띠리리리리~네 고객센터 입니다"

"저 주문 제작을 하고 싶은데 최소 수량이 어떻게 되나요?"

"최소 1000개부터 취급합니다"

헉...1000개부터 주문 가능하다니...난 300개 밖에 안만드는데....ㅠㅠ


다시 또 업체를 찾아 전화를 걸어봤으나 또 같은 대답

또...또....계속 실패의 연속이었다.

예산과의 싸움이 또 시작된 것이다.

첫번째 삽질때도 느꼈듯이 스타트업은 예산이 정해져 있어서 그 예산 안에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또 하루 이틀...시간만 지나갔고

시간이 가면갈수록 나는 점점 초조해지고 지쳐가기 시작했다.







고생끝에 낙이 온다?

계속 삽질만 해대던 어느날, 종이소재로 파일을 만들면 전개도를 인쇄해서 제작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그 전부터 알아왔던 인쇄소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파일을 제작하고 싶은데 가능한지요?"

"인쇄로 못할게 뭐있겠어요? 다 되죠!"

"300개 제작인데...."

"소량도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사장님의 확답을 들은뒤부터 나는 나의 주특기인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선 노트에 우리 LOBIG의 특징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로빅, 인공지능, 빅데이터, 많은정보, 신속한 처리, 부동산 시세...'


"그래 인공지능 빅데이터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비주얼은 조각을 이용하자!"

그렇게 하여 나의 조각 삽질이 시작되었다...







조각하나, 조각둘, 조각셋.....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으로 빅데이터를 쌓는 로빅의 특징을 이용하고자 조각을 데이터에 비유하여 작업을 시작하였다.

우선 일러스트 대지에 조각을 그릴 판을 짜기 시작했다.


조각을 그리기 위한 조각판

그 다음에는 조각판에 맞춰 마름모 꼴의 조각을 하나하나 그리기 시작했다. 

컬러는 로빅이 오렌지색이니 오렌지와 회색계열의 컬러를 이용하여 조각을 그렸고 가로, 세로 일단 그릴수 있는 만큼 그려내었다. 










조각의 초안


초안을 그리긴 했는데 너무 산만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나씩 제거해 가며 조각 초안을 정제하기 시작했다. 제거를 할 때에도 비중, 배치, 균형에 신경써 장인의 마음으로 한땀한땀 제거하고 추가하고를 반복해가며 작업을 시작하였다.


정리된 조각


조각은 정리된듯하나.. 심심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각판을 다시 올려서 디자인해보기로 하였다.

조각과 조각판을 얹히고 로빅 로고를 배치한 L파일의 초안

그렇게 1차안이 정리되어 이사님께 가져가 보았다.


"조각 컨셉 좋네요! 근데 이렇게 잘리는거 말고 전 조각이 전체로 깔리면 어떨까 싶네요."

이사님의 조언을 듣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정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2차 수정이 진행되어 다시 이사님께 가져갔다.

"확실히 까는게 좋은것같네요. 근데 좀 캐주얼틱한거 같은데... 저희 업체는 은행을 상대로 하니깐 가벼운 느낌은 아닌거 같은데..."


그렇다! 나는 디자인 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나의 디자인물을 받아보는 클라이언트의 성향분석이 덜되었던 것이었다. 중대한 실수를 발견하고는 자리에 돌아와 다시 디자인을 하기 시작하였다.



L파일의 2차안

로빅의 컬러가 오렌지인데 이거와 어울리면서 은행권과 맞는 컬러가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블루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다시 내가 만들 조각 하나하나를 블루톤으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블루톤 작업을 다 마치고, 로고도 좀 다듬고 전개도까지 다 완료한뒤 직접 프린트를 하여 실제 사이즈로 전개도를 만들어 보았다. 


가제본을 떠서 보니 전개도의 미흡한 점도 함께 보이기 시작했다. 또 다시 전개도를 다듬고 영업용으로 생각하고 명함을 꽂을 칼선까지 완료 한뒤 다시 가제본을 만들어 이사님께 가져갔다. 


"좋네요! 이렇게 가죠"


이사님의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난 얼마나 많은 삽질을 했었던가... 


중간중간 분노의 삽질을 해가며 중도에 머리채 잡고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꾹꾹 이겨낸 내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잘 참아냈어. 잘 견뎠어.. 그래그래..


그렇게 하여 완성된 최종 L파일의 전개도




마지막 관문, 발주


다 끝났다~~~! 하기엔 아직도 한 고비가 남아있었다. 그것은 발주.


'종이는 어느정도 두께를 써야 되는걸까?'

'코팅을 해야 찢어지지 않겠지?'

'제작기일은 얼마나 걸리지?'

'견적은 얼마나 나올까. 예산을 초과하지는 않겠지?'

등등의 온갖 제작에 대한 고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제작부에서 해주던 업무를 혼자 해내려니 두려움반, 설렘반이었다. 

그래도 옆에서 주워들은건 있어서 인쇄소 사장님께 온갖 아는척을 해대기 시작했다. 


"종이는 OO지 300g쓸거고요. 무광코딩한번 하고 칼선들어가고 에폭시 할거예요"

"네? 무광코팅할거면 종이 싼거 써요~ 어차피 그게 그거예요."

"앗! 그래요? 그럼.. 사장님 추천해주세요~ 제가 처음 제작관리하는거라.. 헤헤"


인쇄소 사장님 한마디에 

바로 꼬랑지를 깨갱내리고 종이는 사장님의 추천을 따르기로 했다. 대신에 가공관련해서 강조를 줘야 할 부분에 대한 포인트는 내가 이끌고 가기 위해 애를 썼다. 


견적을 내기 위해 가공 들어갈 부분을 표시해서 전개도를 사장님께 보내드렸다. 

견적을 내기 위한 용도로 업체서 알기 쉽게 보낸 전개도


몇시간이 지났을까,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견적은 OOO만원입니다"

헉... 초기 예산보다 몇만원 더 나온거 아닌가.. 

나는 인쇄소 사장님께 사정사정하기 시작하였다. 


"사장님 금액 더 깍아주면 안되요? 대신에 다음에 발주할때 사장님께 넘길께요~"

"아.. 이미 많이 깍아드린건데..."

"사장님... 첫거래인데... 제가 전 회사에서 사장님 기억했다가 여기와서 연결한건데...."


등등의 온갖 애교 + 애걸이 들어가자 사장님은 마지못해 단가를 맞춰주셨다. 

시장에서 가격 잘 흥정하는 사람들도 있듯이 인쇄관련된 단가도 내가 하기 나름인거 같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작업물을 완료하고

인쇄를 넘겼다. 

인쇄를 넘길때 외주 업체가 헷갈릴수도 있으니 파일에 명칭을 정확히 표기하고 깔끔하게 파일도 분류해서 

업체에 인쇄를 의뢰했다. 

가공 용도별 분류하여 구분하기 쉽게 업체에 넘긴 레이어 모습, 이정도는 해야 외주업체 사장님께 깔끔하게 파일보내준다고 칭찬받을 수 있다(이건 작업팁!)




이런저런 우여곡절끝에 두번째 미션도 클리어.

생각보다 제작물이 이쁘게 잘 나와서 칭찬도 받았다ㅎㅎ  

최종 인쇄물. 생각보다 너무 이쁘게 잘 나왔다. 인쇄소 사장님 감사합니다!!



내부포켓의 모습. 1화에서 작업했던 브로슈어는 덤으로 넣어보았다.




스타트업에서의 제작기는 우여곡절이 많다. 수량으로 인한 제작문제, 예산문제... 

혼자 다 처리해야되는 프로세스 문제...

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해체나가면서 성장하고 배우는거 아니겠는가?

과장이지만 신입의 자세로 열심히 하나하나 배우며 오늘도 나는 성장한다!


자 이제.. 다음 삽집을 하러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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