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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Dainn Mar 02. 2017

이 과장의 스타트업 생존기 5

제4편- 스타트업과 브랜드물 1


익히 유명한 몇몇 개성이 뚜렷한 스타트업도 있겠지만

막상 스타트업에 들어와보면 다른 분위기도 많다는것을 알게 된다.

각각의 회사마다 개성이 있고 사내 문화가 있다.

그중에 특히  스타트업은 문화를 만들어가는 단계이고

오너의 성향에 따라 회사 분위기나 직원들의 스타일도 상이하다.

디자인팀으로 입사했고 무색무취의 스타트업에서 디자인으로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보여야 하나

고민했던 과정을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한다.




무식한게 답!은 아닌가보다..

2016년 연말이었다. 연초에 거래처 상대로 배포할 다이어리를 제작해야할 일이 생겼다.


"과장님... 저희 다이어리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수량은 100개정도 할거예요. 리서치 부탁해요"

하핫.. 그렇게 삽질해왔던 삽질이 또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이번엔 좀 똘똘하게 나가볼까?(사실 난... 삽질의 여왕...)'


몇번 삽질을 하다보니 이젠 요령이 조금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다이어리 업체중 독판인쇄가 가능한 업체를 찾아보았다. 독판인쇄는 기존 기성품외에 회사의 로고나 이미지등을 제작하여 프린트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업체 리스트를 추린 뒤 하나하나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띠리리리링~~~ 네 OO 판촉 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다이어리를 100부정도 제작하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100부요? 지금 연말에 다른 기업들 주문이 밀려서.. 소량은 힘들것 같네요.."

"아..네 알겠습니다"


"띠리리리링~~~ 네 OO 판촉 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다이어리를 100부정도 제작하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표지에 로고 박는건 가능하지만 소량은 가격이 더 올라갑니다"

"얼마나 올라가나요?"

"판비 oo만원들어가고... 인쇄비...oo만원에..."

"아...네 알겠습니다"


......


계속 되는 문의전화에 지쳐갈때쯤 나에게 한줄기 빛이 보였다.


"띠리리리링~~~ 네 OO 판촉 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다이어리를 100부정도 제작하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네! 가능하죠. 저희는 소량도 제작합니다"

"저.. 샘플을 보고 싶은데 직접 가서 봐도 되나요?"

"네 언제든 오세요!"


희망의 빛을 본 나는 점퍼를 주섬주섬 입고 나갈채비를 하였다.


"이사님 시장조사 다녀오겠습니다!!"

"네, 다녀오세요."




을지로에 첫발을 딛다

업체 주소를 받아들고 무작정 나섰다.

을지로1가쪽이었는데.. 충무로랑 거리가 멀지 않은곳이었다.

네이버 지도를 바라보며 업체를 향해 가는데 옛날 시골골목같은곳으로 구불구불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지류업체, 포장업체, 인쇄업체, 가공업체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여있었다.

항상 제작팀에 디자인결과물과 사양만 던져왔던 나로써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와... 외주업체가 이곳에 몰려있었구나.. 신기하다..'

그렇게 구경하느라 정신팔려있을때쯤 나는 어느덧 작고 허름한 엘레베이터도 없는 빌딩에 서있었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oo다이어리..가 맞나요?"


간판하나 붙어있지 않은곳에 들어가 조심스레 말을 건네 보았다.


"아.. 전화하신분이시죠? 앉으세요."

"제가 다이어리를 보려고 하는데요 직접 만져보고 내용물도 파악하고 싶은데요."

"그럼...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


업체 대표님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어느덧 자리엔 다이어리가 수북히 쌓이게 되었고.. 나는 일일히 손으로 만져가며 가죽의 촉감과 내지의 실용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가 들어가서 보고를 해야되는데 팜플렛있나요? 가격은 소비자가에서 얼마나 할인되나요?"

몇번 삽질을 해와서 그런지 꼼꼼하게 체크를 했다.

  "그럼 보고 드리고 진행하게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업체를 빠져나왔고 이 업체만 볼것이 아니라 여러군데 둘러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을지로에 있는 지류업체가서 종이 샘플 받아오고, 스티커 업체가서 스티커 샘플도 받아오고.. 여러가지 팜플렛을 주섬주섬 왔다.

가는 길에 인쇄 싼곳도 보이는것 같아 사진까지도 찰칵.



처음 방문했던 다이어리 업체에서 샘플을 만져본뒤 세가지로 추려보았다.



나중에 행사장 나가면 우리 회사 캐릭터를 이용한 브로셔 꽂이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았다.




포장도 할지 몰라 미리 방문해보았다. 업체 직원분이 패키지 종이 종류나 지기구조등을 너무나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왼쪽 하단은 깨알같이 받아적은 나의 노트.





또 다시 시작된 혼돈

추운겨울 찬바람 맞아가며 이 업체 저 업체 다니며 자료조사를 마친 나는

사무실로 복귀를 했다. 코가 빨개져서 미쳐 녹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사님께 시장조사 다녀온 내용과 다이어리 샘플들 그리고 추후에 생길 제작까지도 브리핑을 했다.


한참을 얘기를 듣던 이사님은 ..

"다이어리를 더 찾아봐야겠는데..."라는 한마디를 남기셨고..

그렇게 또 다시 나는 혼돈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


무얼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분명 업체 조사도 다 하고 시장조사도 하고 그중에서 좋은걸로 가져온건데...

무엇이 문제인걸까...

그렇게 또 다시 삽질이 시작되었다(그렇다.. 나는 삽질의 여왕..ㅜㅜ)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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