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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Apr 17. 2023

40대에겐 무모한 도전

누군가에겐 그렇게 생각될지라도

“축하합니다. 모든 심사가 통과되었습니다.”


그날은 영주권 신청을 위해 서류를 접수 한 지 대략 1년이 지난 2019년 어느 봄날의 오전이었다.


기적처럼 나와 우리 가족은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 대사관 문을 나서면서 아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이게 정말 되네?”


너무 기뻐하던 나와 달리 아내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정말 미국에 이민을 가야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니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했다.


사실 아내는 미국에 1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아내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평생을 한국에서만 살아왔고

고국을 떠나 미국에 이민을 가서 산다는 걸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처음에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는 꿈을 말하고 영주권 신청을 한다고 했을 때에도 아내는 그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아내가 나를 응원 안 해준 건 아니지만 속으로는 ‘설마 그게 진짜 가능하겠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이렇게 현실이 되고 나니 덜컥 겁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의 그 마음이 이해는 갔지만 한편으론 속으로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아내가 말했다.


”뭐 아직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게 된 것도 아니고 결정난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직은 간다고 생각하지 않을래요.”


그 말에 나도 동의했다.


그래,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본격적으로 미국 이민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나는 먼 여정을 나서기 위해 고작 외투의 첫 단추를 채웠을 뿐인걸.


하지만 그 첫 단추가,

뭔가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던 내 전략이 유효했음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영주권이 있는 상태에서 본 그 이후의 인터뷰 들은 이전과는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일단 신분상의 문제가 해결된 상태였기 때문에 리쿠르터와의 대화가 훨씬 매끄러웠고 다음 단계로의 진행 역시 체감상 더 빠르다고 느껴졌다.


물론 이후에도 몇 번의 인터뷰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대체로 이전보다는 뭔가 훨씬 수월 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부족한 영어실력이었음에도 비슷한 인터뷰를 수십 번 보다 보니 어느 정도 질문의 패턴도 파악되었고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도 어떤 부분을 더 중점적으로 설명해야 하는지, 그들에게 어떤 프로젝트가 먹히는지 또한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나의 하루는 그야말로 24시간이 모자랐다.


기존의 회사일과는 별개로 퇴근 후에는 새벽 늦게까지 인터뷰 준비를 병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40대 중반인 내게 밤을 새운다는 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었다.


잠을 깨기 위해 커피엔 늘 샷 추가가 필수였고 에너지 드링크를 사러 편의점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


하루는 오랜만에 한 친구를 만나 내 근황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친구는 내 말을 듣더니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인생을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않고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거야?”


무슨 의미로 그 친구가 그 말을 했는지 너무 잘 안다.


40이 넘은 나이.


누군가에겐 이제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시기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모든 걸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런 나의 도전이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속에는 그 모든 걱정과 제약을 넘어서는

끓어오르는 열정과 의지, 그리고 용기가 있었다.


나는 누군가 먼저 닦아 놓은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미래로 도달하는 길을 나 스스로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삶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른 2019년 7월의 어느 날 새벽,


나는 미국의 한 회사로부터

인터뷰의 최종 단계인 ‘On-site interview’를 미국 현지로 보러 오라는 이 메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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