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3화. 집에 머문 이야기들
우리의 촬영은 먼 나라에서 시작해 조제의 집에서 마무리를 했다. 가장 마지막 촬영은 수족관 촬영이었지만 촬영의 막바지 부근 목포에서 조제의 집의 마지막을 찍을 때 영화가 끝에 다다른 것을 비로소 느꼈던 것 같다. 이국의 땅에 카메라를 놓고 먼 풍광 사이 휠체어를 타고, 밀고 오는 그들을 보았을 때 우리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저렇게 생겼구나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담았다. 간절하게 원하고 수없이 시도해야 하나를 얻을 수 있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현장이었고 그렇게 소중한 조각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제의 집 마지막 촬영 날 예상치 않은 비가 내렸고 땅이 젖었다. 처마 밑에 배우들을 앉히고 모닥불을 피웠다. 계획과 다른 촬영을 했지만 다행히 영화 안에 담겨있다.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는 조제와 그녀의 환상을 이해하고 그녀의 두려움을 안아주는 영석의 짧은 대화가 이어지는 장면이다. 컷을 외치고 일사불란하게 집이 치워졌다. 조제의 취향을 드러내는 많은 소품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처음 로케이션 헌팅을 왔을 때 봤던 그 채로 남은 빈집을 잠시 바라봤다. 조제의 삶과 그 안에 들어온 영석의 기척이 어디엔가 남아있을 듯했다. 빈집은 쓸쓸했지만 그들의 자취가 남아있어 따듯하게도 느껴졌다.
우리는 때로 쓸쓸한 이야기를 두려워한다. 삶의 그늘에 숨어들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이들이 빈집에 머물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빈집은 수많은 이야기와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고 그림자는 빛에 닿지 않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
우리의 영화 속에서 쓸쓸한 공간에 잠시 따뜻한 빛이 들치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바랐다. 그 공간에 아름다운 순간들이 머물고 있었음을 관객들이 느끼게 하고 싶었고 그 기억이 따뜻한 추억이 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