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테이블>
영화 <더 테이블>을 개봉하고 어느 관객과의 대화를 가지던 중 외국어대 학보사 출신이라는 관객을 만났다. 나의 지난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의 촬영 공간이 외대 학보사였는데 그 당시 학교를 다닌 듯했다. 지금은 없는 학보사를, 종종 지난 내 영화를 보며 동문들과 추억한다며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내가 만든 작은 영화가 좋은 인연으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며칠 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영화 속 ‘카페’라는 공간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카페는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고 카페가 아닌 누군가의 작업실을 개조한 것이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내가 잘 가는 카페는 영화 속에 나오는 공간 같은 느낌이 아닌 동네 스타벅스라고 말했다. 아마도 거기 앉아서 여러 가지 글을 쓰다가 지나는 사람들의 인상을 보고 떠오른 시나리오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 외에도 여러 카페를 전전하고 다양한 카페를 즐기기도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른 시간에 나와 작업할 수 있는 유일한 카페이고 와이파이와 전원 스위치와 편한 의자가 있어 꽤 긴 시간 아침을 그곳에서 열었다. 아메리카노 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크렌베리 아몬드 롤이라는 빵의 한 종류를 주문하고는 몇 년간 카페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폈다. 5~6년 사이 나이 가장 반복적인 삶이 거기에 있었다.
배우와 함께한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난 배우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와중에 한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꽤 긴 시간, 동네의 스타벅스에서 봐왔던 다소 무뚝뚝한 성격의 점원이었다. 서로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는 점원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처음 그의 미소를 보았다. 그는 그 날 아침에도 스타벅스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그는 오늘이 마지막 출근이었다며 종이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관객들 사이에 떠밀려 나와 그와 제대로 인사를 할 수는 없었다. 극장에서 나오는 길 봉투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음료수와 크렌베리 아몬드 롤이 담겨있었다. 내가 매일 아침 스타벅스에 들러 멍하니 노트북을 들여보는 동안 내가 모르는, 어느 사람의 온정 어린 시선이 있었다는 것을 느꼈고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좋은 인연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