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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hanl Jul 22. 2020

책을 소장하고 싶습니다.

정말로요.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EW2cPMEp0mI


매번 책을 실물로 살까 말까 고민한다. '다시는 실물 책을 사지 말아야지.' 다짐하다가도, 좋은 책을 만나면 홀린 듯이 만지작거린다.


'내 원룸 한 칸은, 이 책을 소장하기에 합당할까.'


책을 모으는 건 즐겁다. 미니멀 라이프를 다짐하며 '밀리의 서재' 어플도 쓰고 있지만, 아무래도 디지털로 보기보다는 실물로 보는 게 좋다. 디지털로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실물로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을 넘길 때 나는 소리, 차분하게 정리된 활자가 좋다. "읽고 있다."라는 충만감 또한 더 크다. 그러다 보니 매번 책을 욕심내서 하나 둘 샀다가, 감당이 안 돼서 정리한다. 버리거나, 나눔 하거나, 파는 행위를 반복한다.


"책이랑 물이 제일 무겁다."


힘든 얘기를 할 때 종종 꺼내는 말이다. 실제로 둘보다 더 무거운 거야 수두룩하겠지만, 어중간하게 무거워서, 들고 다니다 낑낑거리는 '생활적 무거움'이다.


매번 이사 갈 때쯤 되어서야 또 언제 이렇게 늘었나, 보낼 책과 남길 책을 정리한다. '안녕, 다음에 좀 더 큰 집에 가면 보자.' 멋들어진 서재와 작업실을 상상해 보지만, 현실은 원룸 방 한 칸이니까. 언젠가는, 아마도 언젠가는.


그런데 요즘은 한 가지 고민이 더 늘었다. 습기다.


올해 1월에 이사 왔는데, 겨울이 지나가고 비가 몇 차례 오고 나니 방이 습하다. 곰팡이가 구석에 피는 거야, 어느 반지하나 연례행사지만... 책이 운 걸 발견하고 정말 놀랐다. 부랴부랴 제습기랑 선풍기를 장만했지만, 책도 울고 나도 울었다.


책 하나 마음 놓고 둘 수 없는 공간을, 과연 집이라 볼 수 있을까. 앞으로 잘 관리하면 되겠지만, 마음이 참 먹먹하다. 다음 집은 습기 없는 곳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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