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사와무라 이치
어린 시절 읽었던 무서운 이야기 중,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한 것은 '창귀'에 관한 것이었다.
한 겨울 밤,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에 섞여
누군가 부르는 내 이름에 답을 하면 절대 안된다고.
대답하면 그것을 불러들이게 된다고 하는, 뭐 그런 이야기였다.
특별히 무섭거나, 잔인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는 어른이 다 된 지금까지도, 겨울 밤 바람소리나, 창문에 어른대는 나뭇가지 그림자에도 겁을 먹고 만다.
"그것이 오면 절대로 대답하거나 안에 들여선 안돼"
그런 나에게 <보기왕이 온다>의 이 한마디는,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탈출을 해야만 하는 미궁같은 존재랄까.
정면 승부를 하는 수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시즈씨 있나요? 긴지씨는요?"
어린 시절의 기억 속, 불투명한 유리 문 밖으로 우리 가족의 이름을 부르던 기괴한 그림자.
나뭇가지처럼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그 묘사 만으로도, 나는 너무 두려웠다.
누군가 내 기억 속 창귀 이야기를 다시 꺼내놓은 것 같았다.
게다가 보기왕이란 놈은,
핸드폰으로, 전화로도 접근을 해오고, 교활한 책략으로 사람을 낚기까지 하는 바람에,
이제 더 이상 옛날 이야기라고 제쳐두기도 힘들어졌다.
어서 이 주인공인, 아빠가 된 히데키가 우리 가족을 위협하는 보기왕을 물리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거기부터는 제 일이니까요"
나도, 나도 철썩 같이 믿었다. 안심했다. 든든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전의 연속.
보기왕이 무엇인지 알아내기는 커녕,
사람들은 죽고, 다치고 도리어 아무도 믿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미궁 속에서 헤매고 있다.
나는 미처 몰랐던, 나의 과거가 나를 저주하고,
나는 알지도 못하는 이유로 나를 증오하고 저주하는 사람들이 있고,
무엇보다 남을 증오하고 미워하는 동안 생겨버린 골이 내 마음을 잠식하고 있다.
그것들이 보기왕을, 그것을 불러 들이고 있다.
집요하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맴돌고, 이름을 부르고 집에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람을 구하는건 사람.
나를 구할 이유가 없는, 제 삼자인 그들이
목숨을 걸고 결계를 친다. 기도를 한다. 보기왕과 싸운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거기에 있다.
보기왕이 얼마나 공포스럽게 묘사 되느냐 보다도,
누구 하나 허투로 지나갈 캐릭터 없이, 나름의 스토리를 가지고 전진한다.
결국은,
우리 모두 그렇게 누군가의 저주가 되기도, 결계가 되기도 하며
각자의 보기왕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덧1.
고토코의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라, 그녀에 대한 프리퀄이나 스핀오프시리즈가 나왔으면 좋겠다.
덧2.
보기왕을 원작으로 한,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온다>가 12월 일본 개봉이라고 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영화에 대한 기대가 엄청 났었는데,
나는 아마 그 영화를 못볼 것 같다.
하드보일드의 집약체인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이 창조할 보기왕의 이미지라니...
행간 속에서 파편적으로나마 떠올린 보기왕과는 차원이 다른, 어마어마한 공포물이 될것 같다.
덧3.
원래부터 겁장이인 나는
arte21의 책표지도 무서워서, 읽는 내내 다른 종이로 책을 포장해서 읽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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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