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희정 Jan 27. 2022

[독서일기] 긴긴밤

‘우리’로부터 힘을 얻어 ‘나’로 살아가기

2021년 최고의 책은 단연 <긴긴밤>이었다.

그림책을 수집하고, 종종 청소년 문고를 즐겨 읽는 취향이기도 하지만, 

모든 장르와 취향을 넘어 <긴긴밤>은 단연코 최고. 


2021년 책 선물은 아묻따 <긴긴밤>으로 통일이었고,

한 달여간 입원할 때에도 챙겨 갔으며,

2021년의 마지막 날에도, 2022년의 첫날에도 <긴긴밤>을 읽었더랬다.

그리고 나의 긴긴밤 동안 몇 번이고 치쿠와 윔보, 노든과 아기 펭귄, 코끼리를 생각했다.  


노든은 왜 코끼리 무리에서 떠나왔을까? 

코끼리들과 함께라면 줄곧 행복했을 텐데, 나는 그 헤어짐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렇지만, 아마도, 그 수많은 긴긴밤을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든과 아기 펭귄에게는 각자의 바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는 거라고 다독일 수 밖에. 


긴긴밤 서로의 품을 내어주고

각자의 바다를 응원하는 마음의 연대.

언제든 날 알아봐 줄 거라는, 언젠가 날 찾아낼 거라는 믿음의 연대.


그 힘으로, 다시 코와 부리를 맞대고 인사할 그날까지

서로의 몫까지 자기 앞의 생을 가열차게 살아내어

그렇게 우리의 역사를 흐르게 하는, 사랑. 사랑의 연대.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_125p


나는 지금 강아지를 한 마리 임시보호 중이다.

속초 길거리에 묶여있던 개를 발견해서 직접 구조해 온 아이라 더욱 애틋하다.

하지만 임시보호는 말 그대로 임시 일 뿐.

언젠가는 좋은 가족을 만나 나를 떠나야 한다.


“둘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만이 해피엔딩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서로의 바다를 향해, 우리는 곧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조금 슬프다.



+)

<긴긴밤>을 읽으면서 <자기 앞의 생>이 계속 겹쳐 보였다.

<긴긴밤> 압축가이드 삼아 <자기 앞의 > 방향을 잡고,  

또 <자기 앞의 생>을 통해 <긴긴밤>의 행간을 채웠다.

오로지 세상에 둘 뿐. 그 기적 같은 힘으로, 씩씩하게 내 앞의 삶으로, 내 몫의 삶으로.


작가의 이전글 [일상단편] 책을 읽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