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는 생각.
나는 그다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걸까.
아니, ‘그다지’라는 것도 부족하다.
나는 “실망스럽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걸까.
아니다, 오늘 또 책 택배가 온 걸 보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
나는 실망스럽게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걸까.
여태껏 내가 읽어온 그 많은 (그중 몇몇은 밤을 새우며 읽을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책들과
책장을 가득 채우고도 집안 여기저기 쌓여있는 이 책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책을 읽으면 칭찬을 듣던 유년기의 행동강화가 아직까지 이어지는 걸까.
예쁜 표지 혹은 유명한 작가의 책을 사모을 뿐이면서 ‘나 책 좀 읽는 여자야’ 하고 싶은 허영이었던 걸까.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다.
책이 사고 싶고, 갖고 싶으니까.
결국 넌 읽지도 않을 책을 사기만 하는 인간일 뿐이라고 한다면, 그건 또 좀 억울하다.
다만 책에 우선하는 재밋거리가 너무 많은 게 문제다.
넷플릭스와 영화 채널은 24시간 내내도 볼 수 있고,
친구들과의 술자리라거나 하다 못해 강아지들과의 산책이랄지.
또, 운전을 하면서 책 읽을 시간이 확 줄어든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미치게 읽고 싶다.
그냥 어영부영이 아니다.
적당하게 어두운 방, 적당하게 밝은 조명 아래서
폭신한 소파에 깊게 눌러앉아 책을 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깨닫는다.
그 ‘완벽 모먼트’를 기다리는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미뤄둔 책을 읽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