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여의 오늘 본 영화
프레젠스 | Presence | 스티븐 소더버그 | 2024
4.0/5.0
스티븐 소더버그의 <프레젠스> 속 존재는 집안을 부지런히 머물며 가족을 응시합니다.
각각의 상처와 부담 속에 외롭게 고립된 가족들 사이,
분명히 머물러 있지만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 채 관계 밖을 맴도는 시선. 이 지독한 무력감이 영화를 압도합니다.
슬픈 건, 이 영화에서 ‘Presence(존재)’는 유령의 이름만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한 공간에 살면서도 서로의 진심을 외면한 채, 서로에게 기꺼이 유령이 되어버린 가족들의 모습또한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극 중 일종의 스포일러인 소년의 등장입니다. 그는 상대방을 통제 불능의 상태로 몰아넣고 생사권을 쥐락펴락하며
본인의 뒤틀린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는 존재에
대한 강한 결핍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고요.
결국 진짜 공포는 유령의 존재가 아니라,
점점 더 파편화 되어 가는 사회와 가정에서,
살아있으나 서로에게 유령이 되어버린 살아있는 존재들임을 깨닫습니다.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지배나 방관, 무시가 아닌
온전한 의미로 존재했던가, 고민하게 되는 밤이네요.
+전체적으로 막막한 고립감이 <고스트 스토리>와 궤를 같이 합니다.
+왜 공포장르로 홍보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무섭기 보다는 우리 삶의 단절을 해부하는 서글픈 실험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