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삼중 유행(Tripledemic)’이 드러낸 현실
유럽은 지금 새해를 앞둔 연말 축제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Catalonia) 지역의 주요 병원들이 독감(Influenza), RSV(호흡기 세포융합바이러스), 그리고 COVID-19가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삼중 유행(Tripledemic)’ 으로 의료 과부하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 복도까지 침대가 늘어섰고, 응급실 대기 시간은 평균 30~60시간, 일부 지역은 그 이상이라는 보고도 나온다.
이 상황은 단순한 감염병 증가 현상이 아니다. 유럽 보건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과 팬데믹 이후 축적된 사회적 피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 조기·집단 확산: 왜 올해는 더 심각한가
2025년 겨울 바이러스 확산 패턴은 전통적 역학 곡선과 다르다.
독감 유행 시점이 예년보다 3~5주 빠르게 시작되었고,
RSV는 특히 영유아층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COVID-19 변이(현재 유럽에서 확산 중인 HV.3 변종)는 기존 면역 또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고령층 감염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백신 접종률 저하라는 문제까지 더해졌다. 팬데믹 이후 마스크 착용 약화, “나는 이미 걸려봤다”는 심리적 방심, 백신 정책 피로감 등은 공중보건 대응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2. 의료 인프라의 ‘한계치’가 드러나다
카탈루냐 병원들은 이미 겨울철 병동의 최대 운영 한계를 넘어섰다. 문제는 일시적 붐이 아니라 지속적 가동 압박이라는 점이다.
현재 나타나는 병원 상황 특징
현상의미응급실 포화 → 복도 입원 증가치료 우선순위가 아니라 물리적 공간이 환자 흐름을 결정의료진 탈진 및 결원 증가팬데믹 후 이직, 번아웃, 근무 기피 효과가 현실화소아 감염병 병상 부족 RSV와 독감이 동시에 증가 → 소아 환자 급증일반 의료서비스 지연암 검사, 정형외과 수술, 만성질환 관리 등 후순위로 밀림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감염병 외 비감염질환 환자까지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3. 단순한 바이러스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 행동, 문화의 교차점
이번 사태는 다음 세 가지 요인이 교차하며 발생한 결과다.
1) 바이러스 역학
동시 다중 감염, 변이 확산, 자연면역 취약층 재노 출.
2) 정책 및 보건 인프라
팬데믹 직후 단기 비용 절감 정책, 병상 축소, 의료인력 재배치 실패.
3) 사회·문화적 행동 변화
방역수칙 준수 약화
마스크 거부감 증가
SNS 기반 백신 회의론 확산
삼중 유행은 바이러스가 강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바이러스에 덜 대비된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강해진 현상이다.
4. 유럽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
카탈루냐의 상황은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탈리아 북부, 프랑스 남부, 독일 바이에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감염 곡선이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 비중이 높은 유럽 의료 시스템은 겨울 감염병 흐름에 매우 취약하다. 만약 이 같은 유행이 향후 6주간 이어진다면, 병원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넘는 ‘의료 수요의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5. 향후 4주 전망: 3가지 시나리오
시나리오확률전망 A안: 안정화(낮음) 20% 백신접종 및 마스크 재도입으로 감염률 완만 감소 B안: 높은 파동·서서히 감소(중간) 55%12월 말~1월 초 정점, 의료 압박 지속 C안: 2차 피크(심각) 25% 크리스마스 여행·모임 → 재확산, 병원 시스템 중단 위험
지금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B안(파동형 감소)이며, 정책介입 여부에 따라 A or C로 이동한다.
6. 이번 위기가 주는 교훈
이번 상황은 우리에게 다음 질문을 남긴다.
팬데믹이 남긴 가장 취약한 지점은 의료 인력이었는가?
감염병은 끝났다는 대중의 인식은 유효한가?
공공의료 시스템은 “계속되는 위기 시대”에 적응했는가?
지금 유럽에 필요한 것은 긴급 방역이 아니라 장기적 보건체계 설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다.
감염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사회가 그 존재를 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