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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묭 Apr 02. 2022

찬바람이 불면


끝이 났습니다. 1년을 버텨온 일의 계약이 종료되었습니다. 이번엔 얼마나 버틸 수 있으려나 했는데 역시 1년 이상은 힘이 드네요. 끝에 가서도 연장을 하느냐 마느냐로 고민을 했지만 예상과는 다른 이유로 계약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사하는 곳과 가까운 지점으로 지점 간 이동이 가능한지 문의를 드렸고 현재 지점의 인원이 부족해서 보낼 수 없다 거절되었지요. 사실 꼭 가고자 한다면 그만두고 난 후 가고자 하는 지점으로 다시 지원을 하면 되는 것이기에 꼭 이래야만 하는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결국 계속 일을 하고자 하지만 지점 이동은 불가하기에 그만두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은 지속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 쉬면서 정비를 하고 다시 또 일해야죠. 한 달 정도의 정비기간에 푹 쉬면서 운동도 하고 계획도 짜고 미뤘던 책들도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이사 전부터 몸살 기운이 느껴지더니 이사한 다음날부터 감기몸살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가 아닐까 싶어 바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하필 그날이 백신을 맞기로 한 날이었고 괜찮겠지 싶어 음성결과를 받자마자 백신을 맞으러 갔습니다. 사실은 코로나였던 것인지 그저 감기였던 것인지 백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습니다. 며칠은 몸살을 앓더니 그 후엔 목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침을 삼킬 때마다 전신을 떨어야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자가 키트로 검사했을 때도 음성이었는데 PCR  검사를 받았어야 했나? 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내부 결정으론 코로나였던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지금은 회복기에 있습니다. 목에 통증은 사라졌고 약간의 잔기침과 감기가 나아가는 즈음에 느껴지는 옅은 가래로 인한 불편감만이 남았습니다.

1월부터  봐왔던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코리아)" 스프링 리그가 오늘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습니다. 근무 타입이 마감 근무로 변경되면서 제대로 챙겨  수가 없어 아쉬웠던 시즌이었습니다. 결승전만큼은 제대로   있었는데요. 이제 진짜 끝이 났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도 끝났고 오락의  축을 담당하던 경기도 끝이 났습니다. 방풍목들이 잘려나간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바람이 불어옵니다. 마주해야 하는 것들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어느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계획을 짜는 것은 제가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실행과는 별개로 계획을 짜고 우선순위를 두는 것에는 능한 편입니다. 정말  모르겠다 싶으면 일단 영화를 보면 됩니다. 좋은 영화를.

"코다"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최근에 점심을 먹다가 마침 티비에서 아카데미 시삭식을 중계하기에 봤는데요. 남우주연상을 시상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윌 스미스가 받는 것을 보았고 사과하는 내용은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죠. 아무튼 그렇게 시상식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아카데미가 진행되고 있었구나, 작품상은 어떤 작품이 받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품었고 근무를 나가야 했기에 결과는 알지 못했습니다. 후에 "코다"라는 작품이 받았다는 걸 듣고 호기심에 소개 영상을 찾아보았습니다.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타이밍에 만나서 감사했습니다. 보는 동안 간만에 꽤 울었습니다. 울어야 할 때를 언젠가 놓쳐버렸는데요. 그때 울지 못한 것이 조금 쌓여있었는데 후련해졌습니다. 방풍목에다가 옷까지 벗어버린 꼴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더는 피할 곳이 없어져버렸고 움직이는 수 밖엔 없게 되었습니다.

찬바람이 불고 저는 몸을 움찔거리고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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