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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묭 Apr 26. 2022

너의 이름은


새벽, 땅바닥을 긁으며 흙을 파내는 소리에 잠시 잠에서 깨다.

아침, 얇은 울음소리 여럿에 자리에서 일어나다.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 비닐하우스 구석 틈. 비닐에 가려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진 않는다.

집에 들어가 소식을 전하고 아빠가 들여다본다.

 마리. 잠시 , 다섯 마리. 아니, 일곱 마리.

새끼는 여덟 마리였다.

눈을 뜨는  보고 가야 하는데.

눈을 뜨는  보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쯤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다시 올게, 꼭.

 지내,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가 되어버린 개는 아직도 이름이 없다.

1년 전, 지금은 엄마가 되어버린 개가 새끼였을 때.

엄마가 출근길에 지금은 엄마가 되어버린 개의 엄마와 새끼인 지금은 엄마가 되어버린 개를 발견했다.

지금은 엄마가 되어버린 개의 엄마는 죽어있었고 방황하는 새끼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엄마는

지금은 엄마가 되어버린 개를 집으로 데려왔다.

이름은 붙여주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명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를 바라볼 뿐이라고 친구에게  말은 

물론, 그냥 하는 말이다.

나도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어째서?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애써 타일러 본다.

마침, 얇은 울음소리 여럿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비닐을 살짝 거두어 여덟 마리의 새끼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불러 본다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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