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묭 Jun 21. 2022

그 여자의 생일


어제는 사랑하는 그 여자의 생일이었다. 나와의 생일은 9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 나의 생일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받아들이다 보면 문득 그녀의 생일이 다가오는 것이다. 내 생일이 되기 전에 나는 미리 축하를 받았고 그녀는 본가로 돌아갔다. 그녀는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가 그녀의 생일이 다가올 때쯤 다시 본가로 돌아갔다. 나는 내 생일 전에 그녀에게 편지를 받았고 나는 미리 준비하지 못해서 이런 방식으로, 그마저도 하루가 지난 후에야 전하는 것이다. 여기에 어떤 찝찝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왜냐고 묻는다면 뭐랄까,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이라고 감히 칭할 수 있는 범주에서의 기념일이라던가 그런 형식이라던가에서의 자유를 우리는 누리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글이다 보니, 뱉어 내어 본다. 그리고 술김에.

당신들이 말하는 범주에서의 연애, 해야 할 일, 마땅히 그래야 할 것들에 대해서 감히 우리에게 이야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보통은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에서 많이 벗어나 있을 것이기에. 당신들을 위해서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말하는 것이라면 그래, 감안하여 줄 수는 있지만 글쎄. 당신들이 거기까지 생각에 이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비판이 아니라 솔직한 감상이다.

어떤 비난이나 불만을 담고 싶은 것인가? 모르겠다. 딱히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것보다는 그런 느낌을 당연히 느낄 수 있고 그 느낌을 느끼고 수용하면서도 온전히 수용하기보다는 수용하는 과정에서의 잔해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알지만 안다고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 과정에서 오는 부차적인 파편들. 흩트려진 파편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편지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풀어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글쎄, 이 문장은 농담이라는 이야기를 일부러 넣어본다. 지독한 이야기지.

아무튼, 나는 술에 취했고. 그녀는 가족들과 즐거운 여행길에 마침 잠에 든 참이고 이 글을 새벽, 혹은 아침에 읽게 되겠지.

나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 너를 만나기 전과 나의 삶은 많이 달라졌고 물론 너도 그렇게 이야기하겠지. 서로가 서로를 필요했기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에서도 먼저, 용기를 내어준 것은 너이기에.

그녀의 내려놓음이 내게는 용기로 느껴졌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필요로 한 사람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함께한지도 시간이 꽤 흘렀고 그녀는 지금 아주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글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상태가 중요한 것이기에 그런 상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에 그녀는 스스로에게 중요한 어떤 것을 몸소 겪어내고 있는 중이기에. 그걸 바라보는 내게는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와는 다른 방식의 삶을.

다른 방식의 삶임에도 몰입해도 괜찮은 타인의 삶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색다른 자극이기에.

나는 그녀를 응원하고 있고, 물론 그녀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녀를 응원하고 있고 그녀는 나를 응원하고 있고

우리는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너의 이름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