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묭 Oct 02. 2022

놓아버림

나를 위해 한다는 말을 너를 위한다는 말로 포장하고

다듬지 못해 뾰족하니 가시가 군데군데 삐져나와 날카로운 마음을

태어난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내 전하고 전하는 것에

일말의 거리낌이 없는 자신을 바라보고 후련해하다가도

전하고 남은 것은 텅

비어버린 공간에서 소리쳐 불러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없어

끝내 나는 내게 없는 것을 너에게서 찾고 있었고

나에게 없는 것 혹은 가지고 있던 것을 찾아보려 하지 않았음에

마음이 거기에 가닿아 이르고 나니

끝끝내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채 떼를 쓰고 있는 아이 하나가 보이고

아이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살포시 포개어 힘을 빼어도 된다며

등을 쓰다듬으며 타이르는데 아이는 말한다

못 버티겠어

괜찮아, 그동안 잘 버텨주었다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 괜찮다고 했지 아무렇지 않다고 하진 않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