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한 발 앞선 부모에게
아빠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부모는 자식의 미래라고 하셨다. 당신이 술을 한 잔 하실 때마다 당신이 그린 미래는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직장을 얻고, 무엇보다 인간이 되는 삶을 바라셨다. 부모를 위한 미래의 역군인 나는 자기만족감과 부채감을 갚아 나가기 위해 언제나 늘 좋은 사람이길 바랐다.
대학원에 붙고 몇 년 간 찾아뵙지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러갔다. 할머니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는 잠들 수가 없었다. 쨍쨍한 빛에 한 숨도 잘 수 없엇던 나는 불을 왜 끄지 않느냐 물었다. "안 보여." 노안이 가져온 어둠은 ‘살 날 보다 죽을 날이 가까운’ 당신의 모습으로 내 가슴을 때렸다.
늙음과 죽음 앞에선 부모가 자식의 미래로 전복된다. 나이 든 부모를 보면서 늙음을 배우고, 링거에 꽂힌 얇을 팔을 보며 쇠약함과 마주한다. 부모에게서 어렴풋하게 죽음을 접하며 애끓는 마음을 다잡고 죽음을 마주하는 보내는 법, 견디는 법을 배우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죽어갈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부모는 죽음을 통과해 자식의 나침반으로, 방향으로 변한다. 탄생과 죽음 스쳐 나에게로 오기까지 나는 억겁의 시간을 넘어 그저 내 옆에 당신이 오래 머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