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끈을 줄여 가방끈을 늘리지
대학원생은 공부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주변에서 대학원을 진학했다고 하면, 두 가지의 반응을 보인다. 먼저, 취업에 실패했나? 두 번째, 공부 정말 잘(혹은 좋아) 하는 구나.
일단, 난 둘 다 아니고요. 취업에 실패하진 않았다. 분명히. 왜? 난 취준생이었던 적이 없다. sbs 서류를 광탈 한 뒤로, 영문학도로서의 한계를 느꼈다. 내가 봐도 거북할 정도의 자소설을 써 대는게 너무 불편했다. 그 후에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없는데, 내 스스로도 내가 모지리라고 느끼니 공부나 더 해야겠다, 하고 온게 대학원이다. 자연스럽게 두 번째 시각도 부정했다. 좋아하진 않는다. 공부를. 실제로 정치경제 공부를 할 땐 이해가 하나도 안 돼 글자 그대로 눈물을 뚜욱-뚝 흘리며 공부했다.
방학은 뭐 했는지 모르겠고 새학기가 시작됐다. 공부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방학 때 못(혹은 안) 한 공부를 지금 모두 몰아서 하는지... 하루에 영어로 논문을 두 개 읽기 + 세미나 준비 + 논문 공모전 준비로 당췌 시간이 없다. 쥐어짜야 나오겠지. 내 정신과 체력을.
대학원생은 생명끈을 줄여 가방끈을 늘리는 직업이다. 공부를 업으로 하고 있기에 직업이 맞다. 10시에 연구실에 들어가 11시에 퇴근하고, 12시부터 2시까지 또 공부하는데 이게 직업이 아니라고 하면 너무 억울하다. 심지어 월급도 없다고!
밥먹고 공부만 하는데, 공부하면 할 수록 "오~ 똑똑해지는데~"보다는 내 지식이 세상만물 전체 지식의 1%가 아니라 0.1%, 0.01%, 0.001%쯤도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괴이한 현상을 겪는다. 오호 통제라,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글 쓰면 서도 내가 우주 미세먼지 같은 생각이 든다. 우주 미세먼지가 나보다 나을 듯. 최소한 등록금은 안들잖아... 이것봐, 이렇게 내가 보잘 것 없게 느껴지니 결국엔 내가 나를 보호하는 수밖에 없다. 뭔 말이냐면, 이렇게 내 뜻 대로 되는게 없고, 따뭉에 자존심이 짓밟혀도 자존감으로 버틴다고...(그래야 또 하루를 살지! )
(사진출처 : 네이버 웹툰 "공대생 너무 만화" 캡쳐, 최삡뺩, 문제가 될 시 삭제할게여.. 이 웹툰 잼쓰오 보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