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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May 22. 2023

세상의 올곧은 것들을 응원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러 최근우

[문화다원 No36]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서른여섯 번째 좌표는 예술 영역 중에서 '사진 분야'로 가보았습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또한,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 직업인으로서 사진 분야에 있기 위해서는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직업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지는 게 필요합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많은 20~30대가 '직'과 '업'으로서 진로와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고민합니다. 이번 인터뷰이는 ‘나의 일’을 동시대와 소통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 쌓아갈지를 고민하는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올곧은 것들을 응원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러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최근우라고 합니다. 전역을 하고 복학을 한 2014년부터 일을 받아 활동하기 시작했으니, 사회에서의 연차는 올해가 10년이 됩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 역할 속에서 자신의 직업정체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촌 필운대로의 벚꽃길(by 최근우)

삶의 대부분을 사진 찍는 일로 채우고 있으며 때로는 영상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는 존재하는 것을 담아내어 표현하는 일이기에, 저의 일터는 그 존재가 자리하고 있는 모든 곳입니다. 저의 역할은 관찰하고, 해석하고, 이미지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현장은 대부분 한정된 시간 내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군분투와 같습니다. 하지만 피상적인 관찰만으로는 대상을 온전히 이해하고 오롯이 담아내기 어렵기에, 이미지 이전에 존재하는 메시지와 맥락을 읽고 잇는 작업에 집중합니다. 스스로를 포토그래퍼이자 ‘비주얼 스토리텔러’라는 명칭으로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자라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꼭 필요한 표현을 담아 대중에 전달하는 일은 보람차고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공도 사회학과 신문방송학을 선택했습니다. 사회를 더 잘 이해하고 분석하는 공부를 하는 사회학과 언론의 이론 그리고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을 배우고 실습하는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면 기자로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언론사에 취직하여 기자가 되는 것에서 점차 자유로운 삶을 살며 메시지를 읽고 담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사진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사진이 있기 위해 꼭 필요한 빛과 대상, 그중 대상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표현하는 ‘스토리텔링’의 영역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시점에 학생설계전공이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고, 취지가 너무 좋다고 생각해 꼭 승인받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2012년에 아트앤테크놀로지 학과가 신설되었고, 저는 제가 탐구하고 싶은 ‘비주얼 스토리텔링’이라는 학문을 사회학(무엇을 왜), 아트앤테크놀로지(어떻게), 신문방송학(소통하는지)을 주축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 그리고 두 번의 도전 끝에 7학기에 마침내 승인받았던 전공 ‘비주얼스토리텔링’은 제게 있어 작업의 나침반이자, 지금과 앞으로의 모든 작업 활동에서도 이어가고 싶은 방향성니다.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늘 자유를 선망해 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행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자유를 포함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삶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들, 그것을 깊게 파고들어 큰 성과를 거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그 분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고, 저 역시 그러한 마음을 갖는다면 그 원동력으로 진심을 다해 삶을 그려나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은 것은, 내가 해야만 하는 것과 괴리가 있을 수 있음을 (대개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 더 나아가하고 싶은 일로 삶을 영위하는 것의 필연적인 조건은 “그것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잘해나가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것”었고, 그렇게 해야만 내가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속 카메라를 곁에 두고 살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대학 시절부터 저는 “평생 사진을 하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말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제 첫 번째 꿈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 소방관, 경찰, 게임 기획자, 광고인, 그리고 기자 등 다양한 꿈의 연대기가 떠오릅니다. 사진이 저의 마지막 꿈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이른 30대의 아직 한참 어린 나이지만, 평생 사진을 하고 싶다는 꿈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일로든 취미로든 일상으로든, 사진은 누구나 찍습니다. 그만큼 보편적인 것이 사진이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표현수단인 이 사진이라는 것을 저는 너무나 사랑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저는 이것을 일로 하고자 마음먹었을 때부터, 앞서 말한 것처럼 ‘사진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잘해나가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것’이 저의 숙명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진가 중 한 명으로서 저만의 무언가가 있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제가 사진을 전공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예술과 사진 그 자체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실력과 잠재력, 그리고 노력을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를 굳이 분류하자면 빼어난 감각과 재능이 있는 예술가라기보다, 사진 그 자체의 의미를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상상력과, 이미지 이전에 존재하는 어떠한 메시지와 맥락, 그리고 서사를 읽고 잇는 데에 큰 의의를 두는 쪽에 가깝습니다. 아마 제가 기자를 한때 꿈꿔왔던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이야기를 담기 위한 하나의 표현수단으로써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가, 즉 사진은 하나의 ‘비주얼 스토리텔링’의 수단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늘 해왔던 데에서- 제가 가진 나름의 깊이를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4. 당신이 하는 일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고객은 누구인가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의 실효적인 측면에서는, 사진이 필요한 모든 분들이 저의 잠재 고객입니다.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필요한 지점을 찾아 제안하고 실행하기도 하는, 이미지와 관련된 다방면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머셜, 혹은 B2B의 영역에서 누구나 저의 고객이 될 수 있겠지만, 앞으로 중요한 것은 제가 저의 쓸모를 증명해이고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작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요에 의한 사진만이 아닌, 필연에 의한 사진을 지향합니다.” 스튜디오 오프비트의 슬로건입니다. 필요에 의해 찍는 기능적인 사진만이 아닌, 자신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거나 지금 이 순간의 나의 모습을 남기고 싶은 필연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포트레이처를 희망하는 잠재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4-1. 당신이 생각하시는 고객에게, 당신은 어떤 역할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AFTER WAR> 덴마크 오딘극단과 아시아문화전당 공동창제작 by 최근

‘이렇게 찍어주세요’ 와 같은 직접적인 요구에는 그 기대치에 부합하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기본이고, ‘어떻게 찍으면 좋을까요’ 와 같은 질문에는 경험에서 축적된 해답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업과 예술은 분리가 될 수도 있으면서도 서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업사진을 맡기는 분들은 누군가의 예술성과 작업 방식을 높이 사서 의뢰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의 콘텍스트와 맥락을 파악하고 스토리텔링에 주안점을 두는 저의 방식도 어쩌면 하나의 강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싶은 영역이기도 하고, 더 나은 사진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이해와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시퀀스( '기-승-전-결')는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제가 하는 일의 시퀀스는 대개 아래와 같은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킥오프 → 아이디어 개발 및 콘셉트 연구 → 콘셉트 확정 → 세부 계획 수립 → 촬영 → 리터치 및 피드백 → 최종 납품. 

스튜디오 오프비트에서 진행하는 인물촬영의 경우, 아래와 같은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촬영 전 : 신청 및 사전질문 작성

촬영 당일 : 상담


스튜디오 오프비트는 늘 두 가지의 질문을 드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 BEAT. 당신의 삶의 박자는 어떠한가요?

두 번째 질문 OFF-BEAT. 가장 기억에 남는 OFF-BEAT를 말씀해 주세요. 

긴 호흡의 문장, 간결한 문장, 한 단어 모두 좋습니다.


이를 통해 함께 발견하는 당신의 KEYWORD. 당신을 오롯이 담아드릴 수 있도록, 당신을 표현하는 키워드를 함께 도출합니다.

촬영에 참고했으면 하는 REQUEST. 자, 이제 본격적인 사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촬영 전 참고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촬영 시작. 무대 진행 중. NOW ON STAGE.

무대에 올라,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무대의 주인공은 PERFORMER가 되고, 촬영을 하는 저는 CONDUCTOR가 되어 당신의 무대를 지휘합니다. 기억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생각은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튜디오 오프비트에서, 당신의 엇박을 기록해 드리겠습니다.   


6.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요구받는 가치는 아마도, 제가 받는 일의 대가에 부족하지 않은 ‘결과물의 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그것의 ‘과정’과 ‘소통’입니다. 기억에 남는 사진은 결국, 보기에도 좋아야 하겠지만, 볼수록 좋은 사진은 그 안의 이야기도 즐겁겠지요. 스튜디오 오프비트에서 진행하는 포트레이처에서는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스튜디오 오프비트는 사진에 사람을 맞추지 않고, 사람에 사진을 맞춥니다.”   


7. (최근 3년 동안) 당신이 특히 해결해보고 싶었던 문제(과제)는 무엇이었나요,  (문제) 과제를 만났을 때, 진입장벽 혹은 페인포인트(그 동안 해소하지 못한 불편함, 어려움 등)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풀어보려고 접근하셨나요?

<Remedy>, Andante (76-108), 덴마크 홀스테브로에서 코로나 격리 중 마주한 풍경 by 최근

어떻게 하면 사진의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진을 통해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작업만 잘하기에도 벅찬데, 스튜디오도 잘 운영해내야만 한다는 현실에 부딪힐 때.  


8. (최근 3년 동안) 당신이 기억나는 '보람의 순간'이 있었다면

<전시 BEATS by OFF-BEAT>

최근 3년간 있었던 저의 ‘보람의 순간’은 대부분 스튜디오 오프비트와 관련이 있습니다. 2021년7월2일에 시작된 스튜디오는 3일간 진행되었던 오프닝 행사를 마치면서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3단계를 맞이하였고, 쉽지 않은 시간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올곧은 마음으로 꾸준히 나아가고자 했고, 일주년을 맞이하면서 스튜디오 위층의 갤러리 ‘무목적’에서 전시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BEATS by OFF-BEAT> 전시 전경. 무목적, 종로구 필운대로 46, 3F

작년 여름, 많은 분들의 도움을 통해 스튜디오 오프비트는 사진전 <BEATS by OFF-BEAT>를 선보였습니다. "사진을 연주하는 공간" 스튜디오 오프비트의 이야기, 그리고 "평생 사진을 하겠다는" 저의 이야기를 2주간 진행된 전시에서 펼쳤습니다. 스튜디오 오프비트에서 주창하는 OFF-BEAT의 의미를, 제가 그동안 마주했던 엇박의 순간들을 포착한 사진들을 통해 전하는 전시였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영화감독 봉준호의 말을 곱씹으며, 제가 선보이고자 했던 가장 사적이고 가장 사진적인 전시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오프비트에 대한 이야기. 그로 인해 기록된 나의 삶의 삶의 박자들. 그 박자들이 결국 스튜디오 오프비트라는 공간으로 이어지고, 일 년을 맞이하여 전시를 선보이게 되는 (지금은 과거가 된) 나의 지금에 대한 이야기.

전시에서 선보인 모든 사진들에는 해당 사진에 얽힌 서사와 박자를 기록해 두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찍은 사진 한 장이 우리의 기억을 풍부하게 담아준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사진전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삶의 박자를 생각해 보고 기록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참 진지하게 나누었고, 잠시의 시간을 내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방문을 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전시 기간 동안 약 1000명 이상이 전시에 방문하였고, 약 500명 이상이 한 시간 남짓 진행되었던 도슨트를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2주간 진행된 전시 기간 동안 하루 3회 차의 도슨트를 진행했으니, 2주간 쉼 없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외 여러 정량적, 정성적 지표들을 적어가며 생각한 것은, "언젠가 또 하고 싶다, " 그리고 "더 잘하고 싶다, " 그리고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늘 스스로 부족했던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지만, 마음을 보내주신 분들 덕분에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소중한 발걸음에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받은 응원을 잃지 않고 살아가며, 사진을 하며 보답하고 더 큰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서촌의 사진을 담기 시작한 것>

서촌의 어느 오후 by 최근우

저의 첫 공간을 구하면서 많은 후보를 제치고 서촌이라는 동네를 택했던 그 이유들은 자연스레 이 동네를 향한 애정으로 이어졌고, 그 마음은 매일같이 담은 동네의 사진들이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 매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학교와 친구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공유하는 게 일상이었던 것처럼 스튜디오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집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담은 사진들을 소소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이따금씩 동네를 거닐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서촌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여기 정말 좋으니까 놀러 오라고, 마치 자랑을 하듯이. 그러다가, 로컬 매거진 서촌라이프와 감사한 인연이 닿아, 오프비트의 서촌 사진들을 <서촌비트>라는 이름으로 연재를 하게 되었고, 최근에 오픈한 서촌라이프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서촌비트 엽서와 액자를 판매하고 있기도 합니다. 동네를 위하는 마음으로 담은 사진들이, 동네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는 것이 참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동네의 사진을 담고 싶습니다.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올곧음, 꾸준함, 이타성, 그리고 응원하는 마음을 꼽고 싶습니다.

“평생 사진을 하는 것”을 삶의 목표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해 오면서, 종종 스스로에게 그 말의 진심에 대해 반문하고는 합니다. 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사진 이외의 무언가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내가 왜 사진을 그토록 좋아할까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면서, “사람들은 왜 지금의 일을 할까?” 와 같은 화두에 몰입하고는 합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지점을 찾았는데, 그것은 제게는 “안 찍고는 못 배기는 순간”이 너무 많아서, 저는 앞으로도 어떻게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사진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삶에서 내게 다가오는 새로운 인연들, 현상들, 풍경들이 제게는 너무나 특별해 그것을 저의 가장 특별한 표현과 기록수단인 사진에 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게 사진을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은 이타성에 있습니다. 사진의 이타성. 이것에 대해서는 조금 설명이 필요합니다.

OFF-BEAT 스튜디오

‘호혜’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 특별한 혜택을 ‘주고받는’ 일을 일컫는데요, 사람은 모름지기 은혜를 입으면 보은을 해야만 하는 습성을 지녔습니다. 받았으니, 나도 보답을 한다는 좋은 마음이죠.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호혜’에 입각한 사고방식이 부담으로 남거나 곤란함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무언가를 받았는데 보답을 하기에 어려운 상황이거나, 받은 것에 상응하는 것을 마련하는 것이 난처하거나, 원치 않았던- 은혜 아닌 은혜를 입은 경우 등이 그럴 것입니다. 무언가를 준다는 것이, 좋은 마음으로 주는 것이 되려면 꼭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하며, 종종 이러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사진을 찍어서 주면, 상대방에게 자칫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선한 마음으로 찍어준 사진이, 다른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까. 사진을 찍어 ‘주는’ 여러 경험들을 통해,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진심을 담은 사진이라면, 상대방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았습니다. 마음을 담아, 마음으로 전달을 하면 누가 싫어할까요. 하지만, 이것이 앞서 언급한 ‘호혜의 부담’ 이 되지는 않을까, 이어서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father1 by 최근우

하지만, 사진을 찍어준다는 것은, 어쩌면 ‘호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사진이라는 것은 필시,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내가 찍어서 준다는 것은, 그 대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진은 그 순간 내가 거기에 있었기에, 그리고 찰나의 시간만 허락한다면 셔터를 누름으로써 담아낼 수 있는 순간성이 있고,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담아낼 수 있는 즉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잠시의 필연적인 침잠을 통해 그려낸 그림, 써낸 글, 만든 음악보다 호혜의 부담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진 또한, 제대로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현상과 가공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노고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내가 널 위해 그림을 그렸어.

내가 널 위해 글을 썼어.

내가 널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왔어.

내가 (널 위해) 너의 사진을 한 장 찍어봤어.

어느 것이 가장 부담이 적은가요?

father2 by 최근우

십중팔구, 사진이라고 말하시지 않을까요. 이렇든, 사진의 즉흥성과, 피사체와 사진의 관계 속에서, 사진은 어쩌면 ‘호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그 자체의 선물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매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선물이 될 수 있는 사진을 담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작은 카메라 하나를 메고 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제게  있어 사진은 응원과 같습니다. 제가 가장 잘하고 기꺼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세상의 올곧은 것들을 응원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의 핵심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지점들로 인해, 저는 앞으로도 올곧은 마음으로 사진을 통해 세상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꾸준히.   


10.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예전에 사진 하는 사람들과 시시콜콜 사진 이야기를 하다가 “만약에 무인도에 표류한다면 무엇을 챙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배터리가 필요 없는 기계식 카메라와 필름 등등을 이야기하다가, 무인도에 홀로 남게 되더라도 반드시 가져가고 싶은 책 이야기를 할 때 즈음 필립 퍼키스의 <사진 강의 노트>를 이야기했는데, 함께 있던 일행 중 한 명도 이 책을 선택하는 바람에 이 책에서 배운 것과 좋았던 점들을 나열하며 즐겁게 이야기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출처. Yes24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제목은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지를 알려줄 것만 같으면서도, 사진의 기술적인 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백년이라는 긴 세월 간 대학에서 사진을 가르쳐온 교육자이자 사진가인 저자 필립 퍼키스는 사진을 가르친다는 것은 자로 잴 수 있는 결과를 바로 제공하는 일이 아닌, 세상을 구석구석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며, 사진을 통해 우리의 삶을 받아들이는 훈련이라 말합니다. 이 책의 책장을 반복해서 펼치며 저의 삶에서 사진이 주는 의미에 대해 곱씹으며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이처럼, 저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을 주었던 것들은 대개 누군가의 서사가 진하게 깃든 것들이었습니다. 반복된 생각이 누적되고 그것이 표현이 되면, 울림이 있는 무언가가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콘텐츠는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와 <그린북>, 연극 <키스>, 웹툰 <더 복서> 등이 있습니다. 경험이 풍부할수록 나의 것을 더 나답게 세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더 많이 접하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https://home.ebs.co.kr/jisike/vodReplayView?siteCd=JE&courseId=BP0PAPB0000000009&stepId=01BP0PAPB0000000009&lectId=10470151 (지식채널 e)


11.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싶)나요?

우선은 꾸준함이 목표입니다. 배울 것도 많고, 해온 것들에 대한 복습도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근시일 내에 더 많은 분들에게 저와의 촬영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스튜디오 오프비트에서 진행하는 포트레이처(인물 사진)를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이 그저 이미지에 나의 모습을 담는다는 것을 넘어, 나의 현재를 마주하고 현세대와 미래에 지금을 전달하는 일이라는 것을, 작업을 통해 나누고 증명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저의 견문을 넓히고 사진을 연마하는 과정에 있지만, 사진은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저와 제 사진에 본인의 지금을 허락해 줄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기에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협력을 요합니다. 


기꺼이 협력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더 많이 나누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저의 앞으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12.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VDCM 2021년 신년호 단독인터뷰 <비주얼 스토리텔러 최근우, 그 누구도 반할 이야기를 구도에 담는다>

http://www.vdcm.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94


"사진은 누군가에게 선물이 될 수 있어요" 읽는 사진을 만드는 [작가초대석 #3 최근우 작가님]

https://www.youtube.com/watch?v=-59wK0tcGKw&t=9s   


스튜디오 오프비트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tudio__offbeat

스튜디오 오프비트 유튜브 www.youtube.com/studio__offbeat

최근우 개인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chalkak___

최근우 개인 페이스북 www.facebook.com/gnugdo.choi


장석류의 예술경영 인물열전,

"Fusion of horizon".


세상의 올곧은 것들을 응원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러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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