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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Jul 22. 2024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친근한 옆집 예술가 이한나

[문화다원 No43]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마흔세 번째 좌표는 미술 작가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얼마전 성남문화재단에서 예술가 역량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예술가의 퍼스널 브랜딩과 포트폴리오>를 테마로 지역 예술인을 만나뵐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드리고 싶은 부분은 그 중 한분이었는데요, 타인에 대한 깊은 공감 능력과 작품의 표현에서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작가님이었습니다. 글을 통해 한번 만나보시고, 기회가 된다면 좋은 작업을 제안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친근한 옆집 예술가 이한나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이한나입니다. 작업을 해온 지는 15년 됐습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 역할 속에서 자신의 직업정체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한나 <16년 그리고 한 달 뒤 (2019)"

저는 영상과 설치로 평소 연민을 강하게 느꼈던 주제들을 작업해요. 우리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존재(안타까운 사고나 불합리한 일에 연루되어 희생된 분)에 대해 말입니다. 예를 들어 <신성한 어머니>는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에요. <人>작업은 제주 4.3 사건에서 희생된 분들, <16년 그리고 한 달 뒤_2019년3월18일>은 대구 중앙로 화재 사건에 희생된 분들을 기리기 위해 작업했습니다. 그리고 거북이를 주제로 한 <Black Warrior>는 인간으로 인해 더 이상 육지로 알을 낳으러 오지 못하는 상황에,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태어나지 못하는 수컷 거북이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작업했습니다. 운 나쁘게 잘못된 때에잘못된 장소에 있었을 뿐”(송은주 <인류세 시나리오>) 세상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던 일들이기에 마음이 더욱 쓰여 이를 작업으로 표현합니다. 제 유일한 소통창구인 작업을 통해 위로를 전하고 우리 자신을 상기시키려고 해요. 저의 작가로서의 역할을 생각했을 때, 제 직업정체성은 당신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친근하고 쉬운 옆집 예술가(Artist next door)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왔던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초심계기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이한나, "Nine lives" (2019) 

20대 초반에 다친 허리로 현재까지 조금 무리하면 척추뼈가 빠지고 심한 통증이 유발돼요. 당시 보잘것없이 버려진 휴지심을 보면서 마치 쓸모없어진 제 척추와 닮아 보였어요. 휴지를 지탱해 주는 역할이 끝나고 나면 그 쓸모를 잃은 종이심은 버려지죠. 이를 계기로 업사이클링 재료를 사용하게 되었고더 나아가 좀 더 가벼운 재료를 찾다가 2017년부터 플라스틱 병뚜껑을 작업의 재료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2018년에는 대구에 레지던시로 내려가서 간편식으로 햇반을 먹다 보니 플라스틱 그릇이 쌓여갔고 인간의 편의를 위해 태어났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 플라스틱을 재료로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후 진짜 자연을 위한 작업을 고민하게 되었고 2021년 자연이 너무 아름답고 때 묻지 않은 제주 산양리에 위치한 레지던시로 내려오면서 흙을 사용하여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끔 계획했어요

저는 제가 있는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렇다 보니 다양한 지역(광명, 대구, 전주, 제주도)에서 레지던시를 하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4. 당신의 작업이 누구에게 가 닿기를 원하시나요?

이한나, "Black Warrior(2022)"

저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에게 제 작업이 가 닿기를 희망해요. 첫 번째는 제 작업의 주제인 소외된 약자예요. 두 번째는 약자를 돌보고 아껴줄 힘을 가진 사회 속 기득권자들이에. 세 번째는 제 작업의 중요한 부분인 상실아픔을 경험한 이들이에요. 아픔을 간직한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당신이 겪고 있는 아픔에 나 또한 낯설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5. 당신이 하고 계신 작업의 시퀀스(순서)는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이한나, "무제_길양이" (2019)

1) 영감을 받습니다. 일상 속이던, 사회적 이슈, 사건 등에서 유독 신경 쓰이고 계속 생각이 나는 주제를 가지고 충분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요. 대부분 신경이 쓰이는 주제들은 한꺼번에 소화하거나 다루기가 버겁기에, 충분한 소화의 시간과 조사과정을 거쳐요. 

2) 스스로가 준비됐다고 느낄 때 이를 어떠한 매체로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고민합니다. 이 단계에선 매체나 구현 방법을 조사하거나 알아가는 시간이에요.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스케치하거나 적어두죠.

3) 구현을 시작합니다. 구현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부분이건 어떤 변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 과정 또한 모두 열어두어요.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입니다

    

6. 작업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한나, "人"(2021)

“고정관념을 깨는 것”과 “관객과의 소통”입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면 무조건 마주하는 문구: “눈으로만 보세요”. 같은 예술가로서 작품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려고 이 문구를 쓰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만지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그리고 어릴 적부터 청개구리처럼 남들이 하라고 하면 반대로 가려는 습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 저는 관객이 만져야만 완성되는 작업을 했어요. 또한, 저명한 미술관에는 보존연구팀이 꼭 존재합니다. 명작들을 오래도록 보존하여 더 많은 세대가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 소멸하는 재료를 가지고 작업합니다. 예를 들어 초, 비누, 2차 가공하지 않은 흙 등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술관에 갈 때마다 작품을 보면서 불통을 경험했어요. 작품이 하나같이 너무 난해하고 어려워, 보면서도 도저히 공감할 수 없어 힘든 시간이었어요. 이런 경험들이 한두 해 쌓이다 보니, 미술관에 가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아 졌어요. 그래서 저는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이 가능한 쉬운 작품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합니다.     

이한나, "人"_25일 뒤 (2021)

7. 최근 3년 동안 작업적으로 당신이 특히 시도하거나 해결해보고 싶었던 과제는 무엇인가요, 어려움은 무엇이었고무엇을 어떻게 풀어보려고 접근하셨나요?

금전적인 부분과 기술적 부분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완하고 싶습니다. 지난 3년간 자연으로 돌아가는 흙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를 제대로 기록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환경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카메라를 설치해서 온전히 사라져 가는 과정을 제대로 영상에 담아보고 싶습니다.   

  

8. 최근 3년 동안 당신이 기억나는 ‘보람의 순간’이 있었다면?

작가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나 내 작업을 통해 내가 던진 화두에 깊이 공감하고 고민해 주었을 때입니다. 제가 고민하던 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로써 나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을 때예요. 그리고 제 작업을 보고 좋아해 줄 때 가장 행복합니다.     

 

9.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 강점나 다운 것

공감 (감정이입)과 이해입니다. 예를 들어 슬픈 이야기를 듣거나, (영화 등) 보면 내 일처럼 같이 아파하고 슬퍼합니다. 또한, 신체적으로 아파본 경험 및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험 등 제 또래가 흔히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통해 약자나 아픔을 가진 이들의 마음에서 작업을 표현합니다. 이것이 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0. 당신이 가진 예술적 역량 가운데, 가장 잘 사용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이한나, "식당 시리즈 2_그림의 떡" (2018) 

모든 작업은 작가의 초상화라고 생각합니다. 입으로는 거짓을 말할 수 있지만 작업만큼은 가장 솔직하고 가장 작가를 많이 투영하고 있다고 믿어요. 미술관계자들은 저에게 작업이 너무 직설적이고 1차원적이라고 말합니다. 소위 말하는 현대미술은 난해하고 어렵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작업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보는 관객의 관점에서 작업을 만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직접적이라 쉬워 보이는 것도 제가 가진 모습입니다. 현대미술에 대해 어려워하는 관객들에게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대부분은 이를 단점이라 하겠지만) 저의 장점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11. ‘나는 OOO을 OOO하게 도울 수 있다.’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신다면?

나는 아픔, 상처를 가진 이들을 위로하게 도울 수 있습니다.      


12.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해 주신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스트릿 아티스트(street artist)인 ‘뱅크시(Banksy)’와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는 작가 ‘펠리스 곤잘레즈 토레스(Felix Gonzalez-Torres)’입니다. 제 작업의 중요한 포인트는 관객의 참여와 관객과의 소통입니다. 위 작가 모두 본인만의 색깔과 개성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작가들이라 존경하고 좋아해요. 예술을 꼭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지 않고도, 미술관에서도 작품을 만지면서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작가들이에요. 예를 들어 작품을 관객이 먹거나 가지고 가게끔 (눈으로만 보세요가 아닌 매우 혁신적인 작업) 시도했기에 존경합니다. 기존에 작가들과는 매우 다른 시도와 시각 그리고 도발성을 뜁니다. 또한 펠리스도 본인이 경험한 상실과 아픔을 작업으로 표현한 작가로 유명합니다. 먼저 떠난 연인에 관련된 작업들을 여러 차례 진행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FfEbEgvBD8

https://www.youtube.com/watch?v=ULdtbtfgCGc


13.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이한나_지관작업 中

블로그: https://hannalee.tistory.com/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artist_hannalee/          


장석류의 예술경영 인물열전,

"Fusion of horizon".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친근한 옆집 예술가 이한나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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