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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Aug 01. 2024

연결과 도전의 장을 매개해 변화를 만드는 기획자 김상아

[문화다원 No46]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No43, No45에 이어서 마흔여섯 번째 좌표까지 춘천입니다. 춘천 문화도시를 대표하는 사업 중에 <도시가 살롱>이라는 사업이 있습니다. <도시가 살롱>은 음식점, 카페, 책방, 농장, 미용실, 게스트하우스 등 춘천 내 다양한 공간 주인장과 시민이 함께 모여 취향과 관심사를 나누는 커뮤니지원 사업입니다. 작은 커뮤니티가 모여 춘천이라는 도시를 변화시킨 이야기입니다. 2023년에는 <도시가 살롱>을 사례로 가톨릭대 임학순 교수의 '문화도시 사업의 사회적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발표되기도 하였는데, 지난 3년 동안 약 5억 원의 사업 운영을 통해 158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은 <도시가 살롱>이라는 사업의 이면에서 이 사업을 준비하고 추진해 온 사람을 만났습니다. 어떤 사업이 무르익었다는 생각이 들면, 이 사업과 닮아 있는 무르익은 담당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과 사람, 사람과 일은 닮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도시의 변화를 만든 <도시가 살롱>과 닮아 있는 사람이 궁금하다면, 공공 문화예술 분야라는 망망대해 위에서 가야 하는 방향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 분을 한번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  


연결과 도전의 장을 매개해

변화를 만드는 기획자 김상아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나요?

안녕하세요. 김상아입니다. 올해로 사회생활 8년 차이며, 현재는 춘천문화재단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 역할 속에서 자신의 직업정체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역문화재단에서 시민 커뮤니티 지원,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커뮤니티 축제, 아카데미 사업과 정책포럼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도시를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돕는 <전환학교>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문화재단 입사 2년 차에 나는 행정인인지 기획인 인지 혼란을 느낀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역문화재단은 플레이어들의 더 괜찮은 활동 환경을 고민하고 지원하는 기관인데, 어? 이거 기획의 영역 아닌가? 하는 일들도 해 왔거든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왜 이 장소에 모여야 하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함께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해 왔습니다. 조금 헷갈려서 센터장님에게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물어봤습니다. 그때 해주신 이야기가 ‘우린 생태계를 기획하는 사람들이지’ 였어요. 당시 생태계를 기획한다는 말을 콘텐츠나 프로그램을 기획란다기보다는, 만나고 얘기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기획한다고 생각했어요.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만나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거요. 자기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같은 일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힘을 만들고, 이 생태계에 인연이 없던 사람들도 무언가 도전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거요. 아직 스스로를 생태계 ‘기획자’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지향하고 있습니다.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첫 직장은 영화 마케팅 대행사였어요. 시나리오를 먼저 읽는 재미가 있었고, 이번 영화는 어떤 매체(콘텐츠)와 콜라보하면 사람들에게 새롭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까? 기획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이 세계에서 쓰는 언어와 맞지 않았어요. 영화의 메시지와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클라이언트는 최신 트렌드, 유행하는 언어와 결합하는 걸 원했죠. 유행하는 언어를 쓰는 일에 허무함을 느꼈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일은 ‘본질을 이야기하는 일’, ‘의미를 만들어 가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2024 상반기 문화예술교육팀 워크숍

춘천문화재단에서 가장 오래 했던 일이 시민 커뮤니티 지원사업입니다. 책방, 카페, 식당 등 다양한 공간을 운영하는 주인장들과 함께 일했어요. 그들이 가진 생각과 성향, 경험치가 다 다르다 보니 만나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풍부했어요. 캐주얼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했지만, 주고받는 대화 속에 이 사업의 의미, 우리가 현재 와 있는 지점, 앞으로의 방향성들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페이퍼 상에만 있던 정책사업의 가치들이 현장의 대화에서 몸소 느껴지니 신이 났던 것 같아요. 대화를 하다 보니 이야기가 쌓이고, 그 이야기를 사업의 언어로 만드는 일을 고민했습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가 사업의 서사가 되어가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했고요. 이 일을 3년간 했는데, 포스터에 들어가는 카피는 매년 달랐어요.  

<도시가 살롱> 포스터들

조직에서 일을 하면서 항상 내가 일을 선택할 순 없잖아요. 조직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배려해주기도 하지만,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고 만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나는 이런 일을 선호하는구나, 나는 이런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를 배워가고 있어요. 다만 일을 하면서 누군가가 정성 들인 경험과 이야기를 만날 때면, 소멸되지 않게끔 정리하고 공유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작동하는 것 같아요. 문화재단에서 일을 하면서,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고, 들을 때마다 무거웠는데, 이게 제 안의 사명감인 것 같아요.


4. 당신이 하는 일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고객은 누구인가요

사유학교_인문아카데미

일을 하기 위해 설득해야 하는 사람들, 함께 일하자고 제안해야 하는 사람들 모두요. 그중  단골고객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에요.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죠.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계속 설득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각자의 생각이 있더라도, 상대방의 생각은 어떤지 듣는 노력도 하고 있고요. 3년 이상 같이 일한 동료들과는 어느 한 사람의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생각을 합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성향이 다른 사람과도 일을 할 수 있고, 성향이 다른 사람과 함께 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도 경험했어요. 물론 모든 과정이 매끄럽진 않아요.    

사업 파트너들도 중요한 고객이에요. 사업의 찐 의미를 만들어주시는 분들이니까요.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나 일하게 될지 모르니, 예전에 함께 일한 파트너들도 중요해요. 전문가 분들도 중요한 고객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거든요. 함께 일하는 파트너 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활동을 읽어주는 전문가 분들이 필요해요. 원하는 전문가 분을 섭외하기 위해선 평소에 어떤 관심을 가지고 계신지 리서치도 해야 하고, 아주 정성스럽게 메일도 써야 하죠.      


4-1. 당신이 생각하시는 고객에게, 당신은 어떤 역할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공유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생각해요. 사업 파트너 입장에서는 필요한 정보는 함께 공유하고, 사람들이 만나고 연결될 수 있는 장이 꾸준히 마련되길 원하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만남에서 협업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재단 내부에서도 공유하고 연결하고자 하는 태도는 중요해요. 비슷한 단위의 사업들이 개별사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고 확장될 수 있는 지점들에 대해 소통하길 원해요.


5.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시퀀스(기승전결)는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는가?

우선 제게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리서치(현장방문, 기존문서, 타 사례, 도서 및 영상)와 방향성 고민을 병행해요. 이 내용을 토대로 1차 자료를 만들고, 상사와 동료로부터 피드백을 받습니다. 저의 경우, 정책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그래서 설득의 힘이 떨어지거나, 사업의 목적과 콘셉트가 헷갈려서 발생하는 보완사항들이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혼자 끙끙 안고 고민했지만, 이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춘천문화재단에서 일을 하며 동료들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거든요. 특히 팀 밖에도 언제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있음을 알고 있어요. 사업이 진행될 때는 열심히 들으려고 합니다. 현장의 언어, 정책의 언어를 들으며 저도 다시 한번 더 사업에 내재화되는 시간을 보냅니다. 간담회나 리뷰 자리를 통해 사업의 의미와 보완지점을 정리하기도 하고요. 주어진 일마다 패턴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보통 과제파악- 리서치& 동료피드백- 실행-리뷰&정리의 흐름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6.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도시가 살롱> 여름밤 포럼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변화’입니다. 크고 대단한 변화는 아닙니다. 안주하지 않으려고 하는 정도의 힘이에요. 가령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에게 ‘이 사업 안에서 실험하고 경험해 보세요. 이번엔 다른 시도를 해보세요.’라고 이야기하면서 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함께 노력해야죠.  


파트너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업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음을 경험했어요.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일에 대한 애정과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 들려주세요. 그 이야기만 잘 들어도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어요. 주인장 모임 운영방식에 변화를 만들고, 커뮤니티 지속성을 고민하는 파트너들과 모여 소모임을 결성해 공부도 하고, 아카이빙 북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반복적인 지원 사업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변주의 힘들이 작동해요.


7. 당신이 특히 해결해보고 싶었던 문제(과제)는 무엇이었나요. 과제를 만났을 때 진입장벽 혹은 페인포인트(해소하지 못한 불편함, 어려움 등)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풀어보려고 접근했나요?

현재는 성과관리가 큰 과제예요. 커뮤니티 사업을 하면서 일상의 변화가 가능함을 체감했어요. 그런데 이 안에서만 아는 거죠. 이 변화증거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발신해야 하는지 고민이에요. 문화재단에서 일을 하며 사업을 지키는 힘도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거든요. 당시 시민문화팀 동료들과 함께 ‘안녕지표’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시민활동의 효과성을 몸과 마음의 건강으로 연결해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문화도시 연구 PM의 자문을 받으며 저희 힘으로 만들었어요. 지표의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같이 공유한 동료들과 함께한 시도였고, 나중에 연구 PM님이 안녕지표를 발전시켰습니다. 아직 성과관리는 굉장히 어렵지만, 여러모로 객관적이면서도 살아있는 성과정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재 정책공부도 시작했습니다!


8. (최근 3년간) 당신이 기억나는 보람의 순간이 있었다면?

<도시가 살롱> 주인장 모임

작년 가을즈음,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어요. 그때 한 예술가 분이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돌이켜보니, 스스로 가장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이 문화재단과 함께 한 일이었다고요. 또 어떤 공간 주인장은 문화재단과 일을 하며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하게 되었고, 나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경험하신대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2020년 커뮤니티 사업을 준비하면서 도심 내 여러 공간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올라요. 그때 어느 카페 주인장이 “우리 공간은 이제 막 인기를 끄는 핫 플레이스인데, 공공과 손잡고 뭔가 하면 구려질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죠. 그런데 이젠 공공과 일하는 것이 꽤 괜찮대요. 오히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필드를 넓혀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공공도 매력적인 파트너가 되었구나 생각이 들 때 보람이 들어요.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도 더 많아질 것 같고요.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것들이 강한 것 같나요?

지구력 하나는 강합니다. 이 지구력이 일을 할 땐 책임감으로 발현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 허점도 있어요. 처음부터 에너지를 많이 쏟으면, 마지막엔 얼버무리려는 경향도 있어요. 그 시점은 제 자신이 제일 잘 알기에, 얼버무리고 싶어 할 때 스스로를 견제하려 노력합니다.


10.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김현우 다큐 PD의 「타인을 듣는 시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종교는 없지만, 제게 바이블 같은 책이에요. 우선 많은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가 있고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닌 듣는 사람의 태도와 언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에요. 타인의 이야기에 들어가면서도, 타인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으려고 적정선과 태도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모습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또 중간중간 저자가 가지고 있는 타인, 다름, 삶에 대한 생각도 묻어나고요. 본업이 다큐 영상 제작이다 보니, 글에서도 영상 편집점이 느껴져요. 이런 걸 발견하는 재미도 있어요.


11.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싶) 나요? 

일을 하면서 확실히 사람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관심이 있고 마음이 가는 사람들은 티가 나지 않더라도 자기 자리에서 꾸준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잘 보이진 않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들의 직업적 가치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어쩌면 지금 이 인터뷰도 비슷한 취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이 일을 하는 파트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궁금해져요. 언제 처음 공공과 일을 시작했고, 왜 공공의 영역에서 일을 하는지요. 그런데 이 질문을 제게 대입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떠오르는 매력은 ‘동료애’인 것 같습니다. 공공에선 가치 중심의 일을 하는데요, 가끔은 동료들이 망망대해 위 한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가치가 있고 없고의 기준은 잘 모르겠어요. 다만 가치 있다고 믿고 함께 움직이는 동료들이 있기에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 일은 힘들어도 여기서 오는 감동이 있어요.


12.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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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류의 예술경영 인물열전,

"Fusion of horizon".


연결과 도전의 장을 매개해, 변화를 만드는 기획자

김상아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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