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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Aug 21. 2024

조직의 미션과
나의 직업 소명과의 대화

[장석류의 예술로(路)] 2024.08.14

미션, 비전이 있기는 한데, 잘 모르겠어요 

최근 출범한 지 20년 정도 된 문화재단의 조직문화를 살펴볼 일이 있었습니다. 직원들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미션, 비전이 정해져 있기는 한데, 전사적으로 공유되지 않아요. 사실 미션, 비전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동의도 잘 안 되고, 공감도 잘 안 돼요.” 이런 상황은 이 조직에서만 벌어지는 특이한 상황은 아닙니다. 대체로 그렇고, 소수의 조직에서만 조직의 미션과 비전이 구성원의 가슴에서 함께 뛰고 있습니다. 많은 공공조직이 출범 초기에는 비교적 명확한 ‘설립 목적’, ‘존재 이유’를 드러내면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20년 정도가 되면 성장이 멈추고 이전에 하던 일을 변주하는 선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조직이 20년 전에 왜 태어났었는지, 지금은 왜 있는 것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며 방향을 잃어버리는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 “미션, 비전이 있기는 한데, 잘 모르겠어요.”라는 상황은 왜 벌어질까요? 여기서 잘 모른다는 것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미션과 비전’의 글귀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글로 쓰여 있는 그 의미를 나의 언어로 설명하기 힘들거나, 문장의 의미는 알겠는데, 이게 왜 우리의 미션과 비전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에 좀 더 가깝습니다.


조직이라는 배를 항해할 수 있게 만드는 힘

우리가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일을 시작할 때, ‘조직을 출범(出帆)’ 시켰다는 말을 잘 사용합니다. ‘출범’의 ‘범’은 돛, 돛단배를 의미해요. 그래서 출범은 배가 항구를 떠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배가 항구를 떠났으면 어디론가 가야 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리고, 애초에 이 배를 왜 만들었을까요? 여기서 이 배를 만든 존재 이유는 ‘미션’이 되고, 이 배가 항해를 통해 도착하고자 하는 지점은 ‘비전’이 됩니다. 5년의 항해를 통해 하나의 비전에 도착했으면, 다음 5년의 비전, 다음 10년의 비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직 구성원이 이 배는 왜 만들어졌고, 이 배는 어디로 가는 것인지 잘 모르면 ‘조직이라는 배’는 어떻게 될까요? 서로의 일하는 머리는 연결되지 않을 것이고, 배는 제대로 움직여보지 못하고, 내부의 문제로 침몰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공공 문화예술 조직이 구성원의 일하는 머리를 연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끼워야 하는 첫 단추는 무엇일까요? 피터 드러커는 저서 <비영리 단체의 경영>에서 “비영리 기관에서 미션 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다양한 구성원을 묶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장기적 안목에서 함께 이루어 보겠다는 미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라고 하였습니다. 미션과 비전을 기반으로 조직이 ‘일하는 방법과 태도’를 연결할 수 있어야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돈을 벌어 흑자를 내는 조직도 아니고, 국민의 세금을 주로 써야 하는 조직에서 미션은 조직 존립의 핵심 뿌리와 같습니다. 그래서 공공 문화예술 조직에서 구성원의 일머리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 조직의 미션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가 머리와 가슴에 공통으로 내장되어 있어야 합니다. 좋지 않은 조직문화를 가진 조직은 일머리를 연결하기 위한 첫 단추부터 잘 끼워져 있지 않습니다. 미션이나 비전이 홈페이지에 나와 있어도, 실제 조직의 미션이나 비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잘 모르거나, 동의나 공감을 잘하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이런 조직의 경우 미션과 비전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방식으로 외주를 준다거나 경영 부문 일부 임직원이 다른 조직의 미션, 비전 체계를 참고해서 그럴듯하게 짜깁기하여 스티커 붙이기 다수결 방식 등 형식적인 과정을 통해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미션을 가지고 있고, 어떤 비전을 향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시겠어요?”라는 질문을 조직원에게 하면,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하거나, 서로가 동상이몽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직의 미션과 개인이 추구하는 직업 소명과의 대화

조직과 개인이 만났습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면 일차적으로 어떤 조건이 맞아야 할까요? 그건 조직의 미션과 개인의 직업 소명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어느 정도 맞아야 합니다. 특히 공공조직은 돈을 버는 조직이 아닙니다. 그래서 조직은 개인에게 커다란 금전적 보상을 통해 동기부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나의 직업 소명이 조직의 미션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조직 울타리에서 하면서 다른 관점의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공공에서 하는 일은 공익적 가치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세상의 변화를 만들고, 일의 과정에서 공공적 가치가 발생하는 것을 피드백 받았을 때, 일에 대한 성취와 보람, 그리고 자신의 쓸모와 존재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마음은 개인이 추구하는 ‘직업 소명’과 ‘조직 미션’이 톱니처럼 물려서 돌아갈 때,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치와 행정의 변화, 리더의 변화에 따라, ‘참을 수 없는 소명의 가벼움’이 생기면, 나의 직업 정체성도 속절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유연하게 휠 수는 있지만 굳건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조직의 미션과 비전을 세우고, 이 미션을 나의 직업 소명과 어떻게 연계할지 동료들과 함께 대화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좋은 조직문화를 가진 곳의 강점을 찾아보면 조직의 주요 회의, 팀 워크샵, 팀 스터디, 구성원 간 스몰토킹에서 ‘우리 조직은 왜 있는가, 나는 이곳에 왜 있는가?’라는 질문이 조직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조직은 팀 차원에서, 개인 차원에서, 고객 차원에서 미션과 비전의 재해석을 통해 그 의미를 깊고, 넓게 만들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내재화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직개편이 있으면, 해커톤 방식으로 새로운 팀의 미션과 비전, 나의 미션과 비전을 리빌딩하는 것이 조직문화로 자리잡혀 있는 것이죠. 조직의 미션과 구성원의 직업 소명이 일치하여, 그 톱니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이 조직은 무서운 조직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열정과 욕망을 가지고 함께 달려가기 때문입니다. 미션과 비전이 무너진 조직을 확인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조직에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할 때, “이걸 왜 해야 해?”라고 묻게 됩니다. 우리 조직이 좀비화되어 있다면, 구성원 대부분이 “내가 왜, 가야 해?”, “내가 왜, 해야 해?”라고 질문하면서, 왜라는 질문은 오로지 ‘나의 이익과 편의’로만 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문화예술×공공조직의 리더가 되었다면,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까요? 그건 바로 조직의 미션과 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치열한 대화를 통해 손잡게 하는 일입니다.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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