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 번째 좌표는 그림책으로 감정을 보듬어주는 작가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최근 3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하는 예술인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많은 예술인을 만났습니다. 예술가 분들이 자신의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게 협력하는 역할을 했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작가님은 이때의 만남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저는 좋은 행정인과 함께 있으면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고, 좋은 기획인과 있으면 즐거운 마음이 들고, 좋은 예술인과 있으면 아름답다는 감정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오늘 소개드리고 싶은 예술인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예술가와 인터뷰를 해보면 직위, 직급, 직책 등 '직(職)'이 없어도 예술가로서 나의 '업(業)'이 튼튼하면 흔들리지 않고 '나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흔들리면서도 나로서 사는 삶에 관심이 많은 분에게 작가님과의 인터뷰 글을 권해보고 싶습니다.
따뜻한 그림책으로
살아있는 감정을 안아주는 작가 곰민정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안녕하세요. ’ 곰민정’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림책 작가 권민정입니다. 건축을 전공하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짓다가 지금은 마음이 쉬는 집 같은 그림책을 짓습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 역할 속에서 자신의 직업정체성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생각해 보면 제 작업은 모두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이었어요. 조금 느린 편이라, 그때그때 스스로의 감정을 충분히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작업을 통해, 조금 늦지만 나의 감정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엉켜있던 감정들이 참 많이 풀린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위해, 뒤늦게 발견한 나의 감정들을 한지 위에 그려내고 있습니다. 맨 처음 했던 작업은 그림 시집 <산과 나>였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자꾸자꾸 푸른색 물감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산과 나_메인 이미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한지 위에 푸른색을 펼쳐 놓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시원해지면서 편안해졌거든요. 그래서 한참 푸른색을 사용한 작업을 해왔는데, 마침 어느 날 친구들과 전시를 준비하면서 포스터 주제였던 ‘화산’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푸른색 붓을 들고 여러 모양의 화산을 계속 그리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화산은 제 마음속에서 짧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터지지 못해 꾸역꾸역 참고만 있는 작은 화산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매듭짓고, 그제야 저는 지난 회사에서 꾹꾹 쌓아두기만 했던 제 마음속 분노가 터지지 못한 채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야기 속 화산은 장렬하게 터졌고, 제 마음은 가뿐해졌습니다.
눈사람은 눈사람_표지
가장 최근 작업은 그림책 <눈사람은 눈사람>입니다. 붕어빵은 ‘빵’이고, 악어새는 ‘새’고, 강아지풀은 ‘풀’인 것처럼, 눈사람은 ‘사람'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는 눈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눈사람의 마음이 되어 신나게 말놀이 같은 궤변을 늘어놓다가 언젠가 이야기를 다시 바라보니, 왠지 눈사람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끊임없이 스스로가 ‘사람’ 임을 주장하는 눈사람의 모습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무엇으로든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힘들어하던 내가 보였습니다. 이야기 끝에서 눈사람보다 더 요상한(?) 주장을 펼치는 꼬마 아이를 보면서, 아-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정하면 되는구나, 꼭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구나, 하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뒤돌아보니, 제 주된 역할은 ‘곰민정 담당 심리치료사’인 것 같네요. 곰민정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보듬어준 사례 기록집을 책으로 엮어 출판하는 작가도 겸업하고 있고요.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또렷한 어떤 사건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는데, 엄마가 회사에 갈 때마다 무척이나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는 우는 저를 떼어놓기 위해서 그림책 전집을 사두고 매일 아침 그림책 1권을 주셨습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울음을 그치고 책을 봤다고 합니다. (조금 섭섭할 정도로요.) 하루 종일 그 한 권의 책은 제 세상이었습니다.
건축하던 시절의 여행 스케치
초중고 시절에는 그림이나 그림책과는 관계없는 일상을 보냈습니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건축을 전공했고, 물론 공간을 짓는 일도 참 좋아했지만 여전히 마음속에는 ‘나만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휴학하고 하고 싶은 것들 맘껏 해야겠다-‘ 생각하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그림책 수업을 신청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정말 오랜만에 다시 그림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롭고, 편안하고,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철학과 메시지가 있고. 그래서 너무나 매력적인 것. 다시 만난 그림책은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건축학부를 졸업하고 건축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의 작업실을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밤을 새워가며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작업실을 지었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꿈과 이야기를 키워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내 그림책을 그릴 거라고 주변 동료들에게 자주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 ‘언젠가’는 저에게 ‘죽기 전에’ 같은 먼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프로젝트를 만났고, 삶이 지치자 다시 그림책이 떠올랐습니다. 문득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안정적인 삶과 도전 사이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문득 먼 훗날 손주에게 ‘할머니 젊었을 때 그림책 그리고 싶었었는데…’라고 말하는 상상을 하자 슬퍼졌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 당신이 하는 일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고객은 누구인가요
고민하는 사람.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 감정을 꺼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 결국은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가 가 닿기를 바랍니다.
4-1. 당신이 생각하시는 고객에게, 당신은 어떤 역할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솔직하고 담담한 고백. 부끄러운 감정을 숨기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쉬운 결론을 내거나, 함부로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감정을 담담한 목소리로 그저 꺼내놓으려고 노력합니다. 늘, 쉽지는 않지만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작업을 보는 이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두었던 가시를 거두고 솔직해집니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시간, 그 시간을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5.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시퀀스( '기-승-전-결')는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감자 1
최근에 시작한 ‘감자’ 작업의 흐름을 소개하겠습니다. 기,우연히 무언가 눈에 들어옵니다. 예를 들자면 갑자기 아빠가 사 오신 치악산 감자 박스를 눈여겨보게 된다거나, 길 가다 엉뚱한 곳에 놓인 감자를 발견하게 된다던가, 집에서 싹 난 감자를 수경재배로 키우게 된다던가- 하는 다소 어이없는 방식으로 무언가 눈에 들어옵니다. 승, 계속 그려봅니다. 통감자, 감자튀김, 감자전, 싹 난 감자, 잘린 감자, 굴러가는 감자, 감자 쪼아 먹는 비둘기 등등 의식의 흐름처럼 몇 주간 생각나는 감자에 대한 이미지들을 한 노트에 쏟아냅니다. 감자를 나무위키에 검색해서 잡다하고 재미있는 정보들을 찾아본다던가, 감자도리 애니메이션을 본다던가, 감자와 함께 연상되는 모든 것들을 글로도 그림으로도 노트에 기록하고, 그 기록을 보고 또 봅니다. 전, 계속 그리다 발견한 의미를 길어냅니다. 감자에 대해 발견한 진실들 - 특별한 맛이 없어서 더 다양한 음식 이 될 수 있다거나, 동그라미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울퉁불퉁한 대로 괜찮다거나 - 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승’에서 그린 그림들과 글들을 재배열해 봅니다. 결,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냅니다. 이 작업(기-승-전-결)을 계속하다 보면 점점 더 완성도 있는 책이 됩니다.
감자 2
6.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내 이야기인가? = 내가 진심으로 믿고 있는 이야기인가? = 삶에 대해 내가 믿고 있는 진실이 이야기 안에 담겨 있는가?
산과 나_대형 작업
7. (최근 3년 동안) 당신이 특히 해결해보고 싶었던 문제(과제)는 무엇이었나요, (문제) 과제를 만났을 때, 진입장벽 혹은 페인포인트(그동안 해소하지 못한 불편함, 어려움 등)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풀어보려고 접근하셨나요
어떻게 살아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림책을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하게 쓰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 가보려고 했는데, 스스로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가려니 이야기가 힘이 없고 무엇보다 제가 재미없었습니다. 막막한 마음에, 할 수 있는 건 무작정 많이 그리는 것밖에 없어, 하고 막연히 계속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키워드(화산) 하나를 만나고, 꽂힌 키워드에 대해 여러 시점으로 계속 그리다 보니 어느새 마음속에 저도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고요한 한지 작업의 시간
그 이후로는 꽂힌 키워드에서 섣부른 결론을 내려고 애쓰기보다는 계속 그림을 그리다 이야기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고민은 아날로그냐, 아이패드냐,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한지 위에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한지에 그림을 그릴 때면 맨발로 비 오는 날 잔디 위를 산책하는 기분 이 듭니다. 일반 종이는 조금 텁텁한 기분이 듭니다.) 더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지는 특히나 다루기 어려운 종이로, 비용도 많이 들고, 공간도 많이 필요하고, 그림을 그린 뒤 후반 작업도 필요하고, 스캔과 포토샵 과정도 복잡합니다. 그러다 보니 비용도 안 들고 간편한 아이패드를 사용해 볼까, 엄청나게 갈팡질팡 했었습니다. 그러다 찾은 결론은 지난번 장석류 교수님이 들어주신 로스팅 카페 예시와 비슷한데요, 나는 느리게 감정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작가이므로 느리고 번거롭더라도 한지의 물성을 살린 작업을 계속해 본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다만 간단한 외주를 할 때는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것으로!
8. (최근 3년 동안) 당신이 기억나는 '보람의 순간'이 있었다면
2022 페어 퍼블리셔스테이블, 무신사테라스_전경
몇 년 전, 스스로 터지지 못하는 화산에 대한 이야기, <산과 나>를 가지고 북페어에 나간 적 있습니다. 제 부스 앞에 서서 한참 <산과 나>를 읽어 내려가던 한 중년 여성분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조용히 ‘이 마음, 제 마음이에요.’라고 하시며 책을 사서 소중히 안고 가셨어요. 그때 그분의 눈빛, 표정, 몸짓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 습니다. 솔직해지는 건 때로 부끄럽지만, 그분 덕분에 그래도 내 안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그런 위로를 건넬 수 있다면, 앞으로도 열심히 내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오늘 좌절해도 내일 다시 시작하는 힘. 가끔 제가 좋아하는 한지와 제가 닮았다는 생각 합니다. 한지는 얇고 약해 보이지만 의외로 질기고 강합니다. 오늘은 어려운 상황에 풀 죽고 기운 빠져도, 집에 오는 길 시장에서 제철재료를 잔뜩 사 와서 뜨끈한 저녁을 챙겨 먹고, 내일 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힘. 저는 그런 힘이 강한 것 같습니다.
부끄럽고도 자랑스러운 작업노트
10.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너무 많아서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어려웠습니다. 함민복 시인을 참 좋아합니다. 늘 쓰는 쉬운 단어로 나의 삶에도 있었을 법한 일상적인 순간을 담아내는데, 가끔 읽고 있는 내가 화끈거릴 정도로 너무나 솔직하고 명확하게 감정들을 짚어내서 커다란 울림을 만듭니다. 그의 시 중 가난한 아들에게 헤어지기 전 고깃국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어머니와의 시간을 담은 <눈물은 왜 짠가>를 가장 좋아합니다.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를 좋아합니다. 밤 12시에 문을 여는, 우리가 평범하다고 여기는 9-6의 직장인 궤도 밖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잔잔하지만 따뜻한 빛을 비추어주는 요리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마음을 담은 요리는 치유의 힘을 갖는다고 믿습니다. 영화는 <Love Actually> 딱 하나의 영화를 소장할 수 있다면, 조금은 유치하지만, 러브액츄얼리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공항 풍경입니다. 헤어지고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이 비춰집니다. 당시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던 9.11 사건에 대한 언급과 함께, 사고로 죽어가는 위급한 순간 사람들이 한 일은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이야기를 띄웁니다. 사랑은 어디에든, 어떤 모양으로든, 존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여러 상황 속 모두 다른 모양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11.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싶)나요?
2023 리틀프레스페어 전경
회사에 다니던 시절부터 술만 마시면 주변에 이야기하던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어요. 바로 ‘삶의 낙’ 프로젝트입니다. 마지막에 다니던 회사에서 1년을 정말이지 쉴 틈 없이 보냈어요. 그렇게 한참 일에 폭 빠져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쉬는 날도 일 말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잠시 멈추어서, 내가 좋아했던 시간을 다시 생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고등학교 시절, 야자 끝나고 돌아온 봄밤 아빠가 제철 톳나물을 금방 무쳐서 따끈따끈한 밥에 비벼주신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삶의 낙’은 에세이-그림책-공간으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우선, 에세이를 짓습니다. 제철 재료로 만드는 간단한 식사와 잘 어울리는 술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 계절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들로 자신을 위한 간단한 식사를 차려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레시피와 함께 슴슴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다음으로, 그림책을 짓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철 재료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양파처럼 우리가 평소에 늘 보는 것들에게도 각자 저마다의 제철이 있다는 이야기, 당근처럼 자주 편식의 대상이 되는 야채들의 숨은 매력에 대한 이야기, 싹 난 감자의 엄청난 생명력처럼 일상적인 것들이 가지고 있는 비범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젠가, 스테이와 작은 식당을 운영합니다. 서울에서 1시간-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언제라도 훌쩍 떠나 다다를 수 있는 곳에서 작은 공간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흙에 누운 것처럼 깊이 침잠해서 푹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마음을 데워주는 제철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그리고 그 공간의 곳곳에서 제철 음식 그림책과 글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삶의 낙을 챙길 겨를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작은 틈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언젠가 ‘삶의 낙’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은 그림책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익히고, 힘나는 제철음식 도시락을 지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작업하느라 고생하는 스스로를 챙겨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