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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이라는 소명, 비전으로 가기
위한 변화의 어려움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1장 1절]

by 장석류

조직을 통해 변화를 도모한다는 것

문화예술 조직에 새로운 리더가 임명되었다고 상상해봅시다. 조직 구성원들은 어떤 마음이 클까요? 리더의 경력과 이전에 했던 말과 글, 평판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왜, 이런 정보를 확인할까요? 그 이면에는 이 리더로 인해 우리 조직과 나에게 어떤 변화가 마칠지 예측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몇 년간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괜찮은 사람이 올지 더 이상한 분이 올지 걱정이 됩니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가 새로운 팀장이나 상사를 만나게 될 때도 비슷한 염려와 걱정을 합니다. 종종 기대감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여기서 기대감은 이 사람을 만나게 되어, 우리 조직이, 우리 팀이, 내가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것입니다. 인간은 변화를 도모하지만, 변화가 두렵기도 합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도 변화를 도모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조직이 변화를 도모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조직’과 ‘변화’, ‘변화’와 ‘조직’에 대해 함께 사유해볼까요. 인간은 혼자 일할 수도 있는데, 왜 조직을 만들까요?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그 범위와 크기가 한계가 있지만, 조직을 만들면 더 큰 뜻을 품고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 가는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이 함께 가는 한 걸음이 더 크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조직은 구성원이 한곳을 바라보며 힘을 합칠 수만 있다면, 개인이 만들 수 있는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조직마다 미션과 비전을 설정합니다. 매년 매월 어떤 목표도 세웁니다. 미션은 이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비전은 조직이 미션을 수행했을 때,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지, ‘변화의 상(象)’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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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에서 B로 가는 것은 결국 변화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B의 모습은 비전이 됩니다. B에 도착하면, 다시 다음의 비전 C를 설정해서 갑니다. 그런데, 왜 A에서 B로, B에서 C로 향해야 할까요? 국방을 위해, 외교를 위해, 교육을 위해, 문화예술을 위해 등 각기 자신의 존재 이유를 감당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을 가게 됩니다. 조직마다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외교의 임무가 있는 조직, 교육을 통해 사람을 키우기 위한 조직, 다양한 문화와 예술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한 조직 등 조직은 제각기 가지고 있는 미션이 있습니다. 정부 부처에서도 기재부, 행안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문화부 등 다양한 조직이 있지만, 비전과 미션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지점에서는 협력할 수 있습니다. 개인도 각자 생각하는 존재 이유와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듯, 조직도 서로 다른 존재 이유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여기서 우리의 주 관심사인 문화예술 분야 조직으로 가보겠습니다. 어떤 조직은 예술창작에 좀 더 집중하는 DNA를 가진 곳이 있고, 어떤 조직은 지역문화, 어떤 곳은 문화예술교류, 혹은 문화예술보다는 예술인의 처우와 사회환경에 집중하는 미션을 가진 곳도 있습니다. 공공분야에서는 국민 혹은 시민들의 시대적 요구를 통해 어떤 변화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만들어지면 의회를 통해 법을 만듭니다. 제정된 법적 토대 위에 예산이라는 강이 흐르게 하고, 강줄기 옆에 조직이라는 집을 짓습니다. 조직은 법에서 언급하는 조직의 존재 이유, 미션을 운명처럼 가지고 태어나 정책과 사업을 통해 비전이라는 변화를 도모하게 됩니다. 개인에게도 ‘나는 누구인가, Who am I’라는 질문은 인생을 살아갈 때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나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찾는 열쇠가 됩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Who are we, 우리는 무엇인가? What are we, 우리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Why do we exist’라는 질문은 중요합니다.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필요할 때, 하나로 모아진 힘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답이 막히거나 모호한 대답을 하는 조직은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왜, 조직까지 만들어서 변화를 도모할까요?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영역에서는 품질의 변화, 기술의 변화, 가격의 변화, 인지도의 변화, 브랜딩의 변화,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변화 등을 통해 고객의 선택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큰 기회와 부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변화가 또 다른 변화를 촉진하기도 합니다. 정부를 기반으로 하는 공공영역에서는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향하기 위해, 혹은 더 나빠지지 않아야 하는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주도하거나, 진흥하거나, 규제하거나, 조력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개인이 꿈꾸는 세상의 변화와 조직의 미션이 일치한다면, 서로가 호우시절(好雨時節)의 여정을 보내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조직을 만드는 이유는 우리가 바라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혼자서는 우리기 어렵지만 함께하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가지는 변화에 대한 다양한 두려움

조직은 변화를 도모하기도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개인도 변화를 추구하기도 하지만, 변화를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추구하고자 하는 변화’와 ‘두려워하는 변화’는 같은 변화일까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 최근 3년 동안 어떤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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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변화는 잘못된 방향이었다고 평가받거나,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평가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비전이라고 생각하고, 힘들게 A에서 B로 변화를 만들어 왔는데, B는 아니라고 부정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다시 B에서 A로 돌아가라는 변화를 추가로 요구받거나, 특정한 방향도 없이 그냥 바꾸라는 변화를 요구받을 때도 있습니다. 조직은 이러한 요구를 두려워할 때가 있습니다. 이 두려움은 무섭다는 감정보다는 답답함과 피로함에서 오는 거부감에 가까울 것입니다. 5년에 한 번씩 정권이 바뀌는 변수가 있을 때, 2~3년에 한 번씩 조직 리더가 바뀔 때마다 A와 B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상처가 되지만 나중에는 딱지가 앉아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무감각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으로 흐르게 되면 조직과 구성원이 가진 잠재력도 시들어갑니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an Festinger)는 조직심리학 분야에서 ‘인지부조화 이론’을 정립한 학자입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내면의 일관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이 가는 곳으로 일도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은 생각과 말이 일치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대체로 마음에 편안함을 느낍니다. 조직에서 내가 추구해온 변화, 혹은 추구하고자 하는 변화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바뀐 리더나 상위 조직으로부터 요구받는 변화가 내 생각과 크게 다르면, 둘 사이에 부조화, 불일치, 긴장이 만들어집니다. 이때, 우리는 요구받는 변화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습니다. 변화를 요구하는 쪽에서도 불편함을 느끼죠. 서로 다른 변화에 대한 의지와 요구가 충돌할 때, 이 부조화 상태를 조화의 상태로, 불일치 상태를 일치의 상태로, 긴장 상태를 균형 상태로 바꿔내지 못하면 조직은 뇌사 상태로 빠질 수 있습니다. 부조화 상태가 길어지면 구성원들은 조직의 현실을 회피하며 포기와 무감각 상태로 갈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겠다.”는 누적된 책임 회피로 생각하는 힘을 잃게 되거나, 버티는 힘만 강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조직이 변화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그동안 어떤 변화에 대한 요구를 받아왔는지, 추구하고 싶었던 변화가 어떤 좌절을 만났는지 등 변화에 대한 조직의 트라우마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리더십 전문가로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신수정 부사장은 저서 <일의 격>에서 이런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일을 꺼리고 저항하는 이유는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다.” 익숙함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공공 문화예술 조직에서도 자주 만나는 일입니다. 변하라고 지시한다고 사람이 바뀌진 않습니다. <일의 격>의 신수정도 ‘사람을 바꿀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잘못되었다는 견해를 밝힙니다. 질문을 바꿔서, ‘스스로 변화를 선택하게 도우려면 어떻게 할까요?’라는 물음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억지로 바꾸는 건 쉽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뀌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과 조직을 포기하지 않고 잘 도울 수 있다면 변화의 가능성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직이 변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힘은 무엇인지 질문해보고, 이를 실제 사례를 찾아 그 힘의 원리를 발견해보고 싶었습니다.


(다음. 1장 2절) https://brunch.co.kr/@ryujang2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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