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1장 3절]
문화행정 분야를 중심으로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문화도시’ 분야 그중에서도 왜 춘천과 영도 문화도시 조직을 선택했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먼저 연구자로서 문화도시 사업을 다루는 조직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습니다. 저의 견해로는 2020년 이후 한국 문화행정 분야에서 가장 치열한 각개전투가 벌어진 곳이 문화도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국공립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혹은 예술창작지원, 문화예술교육 분야 등은 어느 정도 정책과 사업 골격이 갖춰졌습니다. 하지만 문화도시 분야는 지역별로 마치 스타트업 영역을 보는 것처럼 각자의 미션과 비전, 일하는 방식을 찾아야 했습니다.
여기서 문화도시 정책과 사업, 조직에 대해 간단하게 짚고 가보겠습니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고, 바로 다음 해 제1차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이 수립됩니다. 이 법을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기초문화재단 조직이 양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역문화진흥법을 토대로 정부는 2018년 5월 도시 단위 중장기 문화기획사업으로 문화도시 추진계획을 발표합니다. 2022년까지 30곳 내외 문화도시를 지정해 지역 주도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발표가 문화국가를 지향하는 시대에서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시대, 국가의 시대에서 도시의 시대로 변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1차 법정 문화도시 7곳 지정 및 2차 예비 문화도시를 발표합니다. 당시 정부는 2022년까지 30곳 내외 문화도시를 지정한다고 발표했으니, 1차 문화도시 지정은 마치 프로야구 1순위 드래프트 지명같이 느껴질 수 있었던 거죠. 여기에 선택되기 위해 전국의 도시들이 영혼을 갈아 넣으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문화도시에 지정되기 위해서는 두 번의 관문을 뚫어야 했습니다. 먼저 예비도시로 지정이 되어야 했고, 그다음 본 도시로 지정되어야 했어요. 1차 문화도시의 경우 당시 신청했던 지자체 19곳 중에서 10곳만 예비도시에 합격할 수 있었고, 10곳 중에 법정 문화도시로 선택된 지역이 7개였습니다. 부산 영도는 1차 문화도시로 지정된 곳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1년 뒤에 2차 문화도시 지정 드래프트가 열립니다. 2차 문화도시 지정이라는 게임에 참여하려면 예비도시에 먼저 합격해야 하죠. 당시 2차 문화도시 예비고사에 참여한 도시는 무려 25곳이나 되며 10곳만 예비도시에 합격합니다. 이 중에서 2020년 12월 2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곳은 5개 도시입니다. 춘천은 2차 문화도시 5곳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문화도시 조직들은 예비시험과 본시험을 뚫는 과정에서 한 번의 큰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조직은 자체적인 조직의 힘을 더 많이 사용한 곳도 있었고, 어떤 곳은 현장 전문가 그룹을 용병으로 합류시켜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법정 문화도시는 2022년에 4차 문화도시까지 지정되었고, 총 24곳이 있습니다. 이후는 대한민국 문화도시라는 브랜드로 정책 변화를 겪고, 2024년 12월 총 13개 도시가 지정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문화행정 영역에서 조직 간 서로 선택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공공영역에서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조직이 있고, 전국에 문화재단이 많지만 서로 간에 느끼는 경쟁심은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기업에 비해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많은 지역에서 법정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 왜, 그렇게 자발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겪었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지정되었을 때, 사용해볼 수 있는 예산의 크기였습니다. 이 사업은 5년이라는 기간이 보장되고, 정부 지원 100억, 지자체 매칭 100억으로 총 200억 규모 예산으로 우리 지역문화의 변화를 위해 사업을 해볼 기회를 가지는 것입니다. 5년 동안 200억이라는 예산은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규모가 큰 문화예술 조직에서 사용하는 1년 예산보다는 작은 규모입니다. 하지만 지역 기초행정 단위 문화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화정책 분야에서 단골처럼 인용하는 김구 선생이 얘기했던 ‘문화의 힘’은 메트로폴리탄 서울에서는 어느 정도 완성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소 도시에서 체감하는 ‘지역문화의 힘’은 여전히 갈증과 결핍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기적 안목을 가지고 지역×문화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200억 규모의 사업을 해볼 더 없는 기회는 경쟁을 감수하게 했습니다.
여기서 문화예술 조직을 중심으로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문화도시 조직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 업의 생태계는 문화적으로 우리 지역이 열악하고 부족함도 있지만, 가능성이 있는 지역문화를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자랑스러운 도시문화를 가꾸고 싶다는 갈망과 동기부여가 있는 조직이 많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경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경쟁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션과 비전에 대한 고민도 치열했지만, 일하는 방법과 태도, 행동하는 힘, 협력하는 힘이 필요했을 겁니다. 어떤 조직은 갈수록 무너졌습니다. 어떤 조직은 기존 문화행정 조직의 관성에 길들지 않고 새로운 일의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꾸준하게 업계에 인사이트를 준 대표적인 두 조직이 춘천과 영도, 영도와 춘천 문화도시센터 조직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인사이트는 좋은 것, 배울 것만 있는 인사이트는 아닙니다. 공공 문화예술 분야에서 완벽하고 이상적인 조직이 있을까요? 하지만, 이 두 조직은 한국 문화행정 분야에서 조금 더 좋은 조직문화를 가져보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참여 관찰자 시점을 가진 연구자로서 이 두 조직을 2년 정도 지켜보았습니다. 시스템과 행정의 관성에 틈을 내어 전진하는 때도 있었지만, 빈틈이 있어서 힘든 상황을 맞이하는 것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조직 경험이 있는 독자들은 그 틈을 통해 감정 이입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인사이트를 찾아보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심리학자 중 한 명인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저서 <히든 포텐셜 HIDDEN POTENTIAL>에서 개인의 잠재력을 살펴보는 방법으로 이런 언급을 했습니다. “잠재력은 출발점이 아니라 얼마나 멀리까지 가느냐이다. 출발점보다는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했는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춘천×영도 문화도시라는 조직, 이 조직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행동하고 나갔던, ‘항해의 거리’를 보면서 어떤 방식과 태도를 가졌길래 이런 항해가 가능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두 조직이 보여준 사업성과와 ‘항해의 거리’는 두 조직의 협조를 받아 제 개인 브런치 페이지(https://brunch.co.kr/@ryujang21)에 자료를 정리해두었으니, 아래 QR을 통해 들어오셔서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도, 조직이 비전을 향해 큰 바다를 건널 수 있었던 힘이 있다는 것은 이면에 좋은 조직문화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 연구를 하면서, 공공 문화예술 분야에서 ‘최고의 조직’을 만들고 계속해서 유지하기는 어려워도 한 시절 ‘최고의 팀’, ‘최고의 본부(센터)’는 만들고 경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긴 사회생활 중에 매해 ‘최고의 조직’에서 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파랑새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좋은 리더, 좋은 동료들과 일해볼 수 있을까? 라는 기대를 하며 살기도 합니다. 파랑새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좋은 리더, 좋은 동료가 되어 함께 두근거리는 항해를 함께 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춘천×영도 문화도시 사례에서 인사이트를 찾아 함께 사유해보겠습니다.
https://brunch.co.kr/@ryujang2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