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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북토크 리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2025.06.18]

by 장석류

[현장에서] 문화도시에서 발견한 조직문화의 온도,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북토크


문화도시에서 발견한 조직문화의 온도문화도시에서 발견한 조직문화의 온도

장석류 교수 두 번째 저서, 춘천·영도 두 문화도시 관찰 기록

실무자·연구자·편집자가 함께 만든 협업 집필 과정 소개

“문화도시 일몰 이후에도 회복 이끌어낸 기록의 힘”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사과나무미디어 출판/250p, 19,800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이른 장마가 시작된 지난 13일 저녁,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한 공간에서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북토크가 열렸다.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에 이어 장석류 교수가 두 번째로 집필한 이 책은 춘천과 영도, 두 문화도시조직의 사례를 통해 공공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 탐색한 결과물이다.

45379_91080_5655.jpg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북토크 행사 전경

문화도시 사업의 현장에는 때로는 ‘이건 정말 오래 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특정한 결과물이나 공연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 어떤 태도로 사람과 협업했는지에 대한 기억이다. 하지만 기록은 쉽게 소실된다. 많은 공공사업이 종료와 동시에 사람들의 고민과 태도, 관계의 온기를 놓치곤 한다. 장석류 교수는 단지 결과 보고서에 머무르지 않고, '읽히는 언어'로 조직의 시간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장석류, 19,800원, 사과나무미디어)는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기록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춘천문화도시센터는 유연한 사고와 주도적인 태도로 사람 중심의 행정을 실험해 왔다. 조직 내부에서는 신뢰와 주도성을 바탕으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일하는 방식에 대한 자율성과 실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성과의 근간이 되는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 책의 또 다른 중심에는 영도문화도시센터가 있다. 고윤정 전 센터장이 이끌었던 이 조직은 ‘매뉴얼화된 사업’이 아닌, 사람들의 관계와 호흡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온 곳이다. 타 지역의 벤치마킹이 아니라, 영도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책 곳곳에 담겼다. 장석류 교수는 이 두 도시의 문화를 단순 비교하거나 평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참여관찰이라는 방식으로 그 안의 ‘톤’을 읽고, 리더십이나 사업성과가 아닌 ‘일하는 분위기’ 자체에 주목했다.


북토크는 책의 탄생 배경과 취지, 연구 과정의 디테일, 그리고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낸 두 리더의 이야기까지 담아낸 긴 대화의 장이었다.


행사는 이 책의 편집자로도 참여한 이나래 콘텐츠 기획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저자인 장석류 교수 외에도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집필의 중심을 이룬 두 문화도시센터의 리더, 강승진 전 춘천문화도시센터장, 고윤정 전 영도문화도시센터장, 책에 실린 서평을 쓴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이번 행사를 주최·주관한 이은영 사과나무미디어 대표이자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그리고 사전 신청한 독자 50여 명이 함께했다.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유쾌하고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쉼 없이 이어졌으며, 발표자들의 발언 하나하나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음이 터지는 순간도 잦았다. 참석자들의 집중도 또한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 보고서를 넘어, 기록으로 남는 사람들의 이야기

편집자로서 이 책에 참여한 이나래 기획자는 “너무 감사하게도 편집의 기회를 저에게 주셔서, 문화도시 춘천에서 마지막 프로젝트로 이 책의 편집을 맡았다”라며 “예전에 제가 기획했던 책들이 현재의 도시 속에서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양과 태도를 다루는 것이라면,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는 문화도시센터라는 조직에서 5년 동안 일해온 방식과 태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나중에 도시 안에서 이야기가 회자될 때 단지 ‘문화도시 그런 게 있었다더라’가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저와 제 동료들이 어떤 마음과 태도로 어떤 방식으로 일해왔는지를 복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열심히 임했다. 이런 조직문화가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출판사 사과나무미디어의 이은영 대표는 “장석류 교수의 첫 저서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는 사과나무미디어 출판사의 첫 책이자 저자의 첫 책이기도 해서 더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현장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책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먼저 출간을 제안했다”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는 벌써 3쇄까지 찍었다. 2024년 세종도서에도 선정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고, 출판사로서도 첫 책이었던 만큼 감회가 깊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고윤정 전 센터장은 “저에게 전화를 걸어 ‘조직을 때려치우고 싶다’고 말하는 동료들은 정말 많지만, 아무도 ‘계속 있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라며 조직에 대한 회의와 고민의 출발을 털어놓았다. 이어 “리더로서 다양한 실험도 했지만, 정리는 스스로 되지 않더라. 결국엔 누군가가 이 과정을 정리해줘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강승진 전 센터장도 “우리가 이 책을 쓰게 할 것인가, 누가 써줄 것인가, 내가 직접 쓸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라며 “공모사업은 끝나고 나면 사람이든 성과든 모두 휘발된다. 남는 것은 성과자료집뿐이다. 그 안에는 사람의 고민이나 태도는 기록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엔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좋은 작가님과 출판사를 만나 그 이야기들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라도삼 박사는 축사를 통해 “문화도시 사업 도중에 정권이 바뀌며 지속성과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단순히 의도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문화사업 실험을 시도했고, 그 과정을 통해 고윤정 센터장과 강승진 센터장 같은 사람들을 육성했다. 경험 속에서 미래를 봐야지 경험 없이 막연하게 바라는 미래는 의미없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요즘 가장 재밌게 보는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모른다고 말한다. 저는 이 시간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고, 그 가능성 속에서 내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간이 그런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45379_91081_5721.jpg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저자 장석류 교수

■ 장석류 교수, 3년에 걸친 참여관찰의 여정

장 교수는 이 책이 시작된 배경을 조심스럽게 풀어놓았다. 그는 “정책이 아니라 그 정책을 어떻게 집행하는지, 즉 행정의 ‘행태’를 연구해온 사람이다. 많은 조직이 시간이 쌓이면서 좀비화되는 징후를 보였고, 20~30년 된 조직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관료주의 속에서 서로 무관심하고, 답답해하고, 증상이 반복되는데 문제만 지적하는 연구로는 답이 안 나왔다”라고 집필 계기를 전했다.


이어 “모든 조직이 다 이럴까? 그런데 왜 어떤 조직에서는 계속해서 좋은 톤의 사업이 나올까? 그런 궁금증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영도문화도시센터와 춘천문화도시센터를 눈여겨보게 됐다. 그 과정에서 두 조직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구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메일 한 통에서도 감동을 받았다. 사전에 나에 대한 리서치를 충분히 하고, 이 조직이 나를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가 보였다. 말하는 방식, 단어의 구조, 초청 방식 모두가 조직의 일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듯했다”라고 회상했다.


영도에선 크루들의 단톡방에 참여하고, 사무실 안에서 회의와 통화, 웃고 때로는 의견이 부딪히는 순간까지 함께하며, 조직의 흐름을 지켜보았다. 춘천은 3년 연속 조직진단을 함께 하며 조직의 변화를 데이터로도 관찰했다.


그는 이 책의 문체를 설명하며 두 명의 상정 독자가 있었다고 했다. “첫 번째 책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가 좀 어렵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실제로 춘천문화도시센터에서 함께 일했던 5년 차 실무자인 승욱이라는 동료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첫 책을 읽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쓸 때는 승욱이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승욱은 현장에서 발로 뛰며 기획하는 사람이었고, 실무자의 언어에 민감했어요. 그래서 책을 쓰는 내내 ‘승욱이라면 이 부분을 어떻게 읽을까?’라는 질문을 놓지 않으려 했습니다. 더불어 ‘문제는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중간관리자를 함께 염두하며 썼다. 책을 읽다 보면 어쩌면 제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르겠다. 맥락에 고민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북토크 중반, 고윤정 전 센터장은 “솔직히 원고 읽기 싫었다. 마지막 해엔 상태가 안 좋았고, 책을 펼치면 그 시절이 떠오르니까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문화도시 사업 일몰이) 내 탓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라고 당시의 감정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문화도시 사업이 마무리되던 시기의 심리적 부담이 컸고, 그만큼 책을 읽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고백이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책을 덮는 순간, ‘우리 진짜 잘했네’ 싶었다. 우리 팀, 후배들 정말 열심히 했고, 그걸 남겼다는 데에서 회복이 시작됐다. 책을 읽으며 변화를 시도하는 모든 리더들에 대한 존경과 응원의 마음이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강승진 전 센터장도 “저도 책 보기 싫었다. 미룰 수 있을 때까지 피드백을 안 드렸다”라며 웃었다. 이어 “아름답고 재밌게 일했던 시간이지만, 그 끝을 알고 있는 내가 다시 들여다보긴 힘들었다. 무엇보다 조직문화는 결국 리더십의 문제이고, 리더는 정치에 따라 바뀐다. 조직은 스스로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현실이 아프게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45379_91082_5825.jpg ▲(왼쪽부터)북토크 행사 진행을 맡은 이나래 콘텐츠 기획자, 고윤정 전 영도문화도시센터장, 저자 장석류 교수, 강승진 전 춘천문화도시센터장

■ 영도와 춘천, 서로 다른 전략의 문화조직

장 교수는 영도를 “독창성의 조직”이라 불렀다. 그는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 이론을 인용하며 “기존 방식을 거부하고, 대안을 찾는 태도. 바로 그것이 영도 전체에 흐르고 있었다. 독창성이란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면서 더 나은 대안을 찾겠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정 전 센터장은 “처음 함께 했던 25~30세 친구들 대부분이 문화예술 쪽 경험이 많지 않았다. 문화라 하면 벽화나 축제를 생각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거부감도 심했다. 그렇기에 문화나 예술이라는 다소 추상적 표현보다, 구체적 미션을 만들었다. 하루라도 우리 동네 아이들이 재밌게 사는 것, 청년들이 원하는 것을 해보는 도시 등 지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춘천문화도시센터에 대해 장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말빨, 글빨 좋은 사람은 많지만, 일빨까지 좋은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춘천은 일하는 조직이었다. 강 센터장은 조직 안에 들어온 누구에게든 ‘여긴 일하는 곳입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게 조직문화를 만들었다”라며 “문화도시 최상단의 미션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도시적인 것이다’였는데, 공공조직에서 이런 미션을 채택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시민을 돕는 ‘헬퍼’로 포지셔닝했고, 구성원 업무 배치를 섬세하게 설계하며 ‘일머리’를 조직화했다”라고 평가했다.


강 전 센터장은 “지금은 문화재단에서도 정책적 상상력을 가진 인재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조직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스라이팅이라 불릴 정도로 ‘이 일을 어떻게 즐겁게 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먼저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독자들의 유의미한 질문들과 이에 대한 답변들도 눈길을 끌었다. 지방특별시 포럼의 한 관계자는 “‘문화도시’ 사례를 통해 전달한 비전과 미션을 정치 조직문화에 적용해도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강 전 센터장은 “정치 조직에서도 이런 원리는 동일하게 작동할 수 있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책무를 가지고 자율적으로 일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결정 권한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조직은 모든 결정을 팀장, 본부장, 대표이사에게 물어봐야 하는 구조이지만, 실제로 이러한 의사결정의 80-90%는 담당자가 스스로 결정해도 아무 문제없고, 오히려 더 잘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런데도 여러 절차를 거치는 까닭은 조직의 비전과 미션이 명확하지 않고, 상위 리더들의 철학과 가치 기준이 조직 내에 제대로 정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들이 잘 정렬된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판단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어서 대응이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라고 답했다.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북토크는 공공조직을 연구해온 학자와, 조직 안에서 직접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온 실무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대화의 장이었다. 춘천과 영도의 사례를 통해, 한 조직이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는지를 이야기로 나누며, 공공조직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마주하는 자리가 됐다.


행사의 마지막은 짧은 저자 사인회로 장식됐다. 독자들이 저자와 인사를 나누고, 이름을 담은 사인을 받으며 각자의 경험을 덧붙여갔다. 그날의 이야기는 책과 함께 손에 들려 나갔고, 북토크에서 나눈 고민과 통찰은 독자들의 일터와 일상으로 조용히 흘러들었다.


출처 : 서울문화투데이(http://www.sctoday.co.kr)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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