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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May 01. 2022

이천시 독립 책방
'오월의 푸른 하늘' 최 린 대표

https://youtu.be/PbrbZYdNTLg


어렸을 때 서점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아무래도 5권의 문제집이 필요하다고 부모님께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두 권의 문제집과 세 권 분량의 용돈을 구할 수 있는 고마운 공간...? 뭐, 나만 이렇진 않았으리라 믿는다. (솔직해집시다, 우리.)


시대가 흐르고 서점은 점점 복잡해져갔다. 서점의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되면서 서점은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덩치를 불려갔다. 단순히 책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 카페도 들어서고 각종 문구류, 액세서리류 등 여러 판매 용품들이 포함되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어 책을 한 번이라도 더 접하게 됐을지 모르겠지만 글쎄, 그렇다고 그것이 독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보긴 힘들다.


서점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그렇다.

책이라기보단 필요한 어떤 것을 구매하는 곳.

그렇다 보니 큰 서점들도 결국 사람들이 필요한 책 이외의 어떤 것들을 포함시키기 시작했고 그것이 이만큼이나 몸을 불려서 이젠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그래서 '책방'이 좋다.

어감도 좋다.

책방.


책이 있는 공간. 책이 숨 쉬는 공간. 책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 (으~하고 손사래 치는 당신-! 진짜 좋다니까?) 정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을 모아 만든 공간.

책을 좋아하고 책이 있는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지나치기 힘든 공간. 그곳을 이천에서 찾아냈다.


조금은 독특한, '오월의 푸른 하늘'이라는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최 린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원래부터 책을 좋아한 건 아니었어요.

일본 유학을 떠나고부터 생존을 위해 읽기 시작했고

스킨헤드에 스크래치까지 내고 굉장히 개성 넘쳤던 일본 친구가

환경과 정치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제게 책 추천을 부탁했을 때 (웃음)

충격을 받고 본격적으로 더 깊이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오월의 푸른 하늘 출입구에 선 최 린 대표


최 린 대표님은 본래 책과 관련 없는 학과를 나온 일반적인(?) 학생이었다. 건축학도였던 그는 일본으로 유학길에 오르고 그곳에서 공부를 시작하며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해 책을 접했다. 교수님의 조언도 한몫했다. 그래서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책을 접했을 때 정말 마음이 어려웠다고 한다.


문법의 배열은 영어보단 일본어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의 책들은 한국과 글자 배열 자체가 다를뿐더러 한국은 책의 외형과 내부 디자인에 굉장히 힘을 쏟기 때문에 눈이 금세 피로해진다. 그래서 오히려 일본 책이 더 읽기 편했다고.


여하튼 일본에서도 평범한 청년이었던 그가 책에 열의를 가지기 시작한 건 너무도 책과 멀어 보였던 한 친구가 책을 사느라 돈을 다 써서 술값 좀 내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을 때, 그 친구가 환경과 정치에 관련된 책에 관심이 많고 자신에게 한국에 유명한 작가와 책을 소개해달라고 했을 때였다.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운동뚱으로 유명한 개그맨 김민경씨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그맨 김민경씨는 본인의 체형에서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어려운 동작들도 금세, 쉽게 해내신다. 그런 의외의 모습들에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더 김민경씨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사람인지라 첫인상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내 판단으로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의외의 행동이나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종종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될 때가 있지 않은가? 최 린 대표님 역시 그런 케이스였던 것이다.


아, 책을 진정성 있게 읽어야겠다.


그때부터 그는 일본에서 독서에 완전한 취미를 가지게 되었고 또 다른 친구에 의해 일본 책방들도 경험하면서 한국으로 넘어오게 된다.




사실 이곳은 저희 할아버지의 집입니다.

추억이 깃든 공간이기에 그냥 두고 싶지 않았고

책방이라는 특성상 임대료는 큰 부담이 되기도 했거든요.


가족들과 힘을 합쳐 이 집을 직접 리모델링하고

외졌지만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책방의 본질을 전달하며

성장해 갔던 것 같아요.

본책방의 내부


오월의 푸른 하늘은 사실 굉장히 외진 곳에 위치해있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그곳에 책방이 있는지도 모를 곳이다.

그리고 외관 역시 특별하다. 기와집 지붕이 얹어진 독립된 공간이 네다섯 분포해있다.


이곳은 사실 그의 할아버지가 살았던 곳.

그 이후 아무도 살지 않는 이곳이 단순히 가족들의 창고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그는 첫 시작의 단추를 꿰게 된다. 지금은 본책방을 포함해서 홀로서기 및 잠을 잘 수 있는 레오의 다락방, 어학당, 헌책방까지 총 다섯 개의 공간이 오월의 푸른 하늘에 존재하게 되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부모님을 포함해 온 가족이 건축과 연관 있는 일들을 하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사람을 쓰기엔 자본도 부족했고 힘이 센 (당시 공병으로 군 복무 중이었던) 동생에게 도움도 받고 자신도 목공에는 실력과 경험이 있어서 이것저것 뚝딱 뚝딱 만들어내고 배치하며 공간을 전체적으로 바꿔 놓았다. 처음에는 본책방부터 그리고 차차 넓힌 게 지금이다.


다른 자영업자들은 외진 곳, 상권이 살아있지 않은 곳은 창업에 '창'자도 꺼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최 린 대표님은 달랐다. 애초에 그에게 이 공간은 가족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기에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마케팅에도 큰 힘을 주지 않았다. 그저 책방이 왜 책방인지, 책방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구현해 내기만 한다면 누군가의 니즈에 맞춰 줄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에게 흘러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히 맞았다.   




숙박을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이 테마 모텔인 줄 알고 오기도... (웃음)


이제는 정말 책을 좋아하고 책과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이 알아서 찾아오세요.

코로나 덕분도 있죠. 도서관이 문을 닫으니 부모님들에겐 자녀를 위해

이런 독립적인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거예요.

인터뷰 중인 최 린 대표


코로나가 시작되고 책방에도 위기가 찾아오나 싶었지만 오히려 최 린 대표님은 코로나 덕을 봤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책방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그냥 단순히 책을 사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러 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두 시간 단위로 인원수에 따라 소수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기에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이 문을 닫은 시점에서 오월의 푸른 하늘은 어린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찾는 작고 프라빗한 도서관이 되었다.


예약제이고 사람이 적다는 것이 오히려 코로나 시국에 빛을 발했던 것이다.


게다가 오월의 푸른 하늘은 숙박도 가능하다. 처음엔 에어비앤비에 올려놨다가 테마 모텔로 오해받은 웃픈 사건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책에 푹 빠져 새벽까지 독서를 즐기다가 책 속에서 잠드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책방이라는 공간 자체를 브랜딩 한 그의 의도 대로 책방이 운영되고 있음에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그는 말한다.




대한 일종의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지하철에서만 봐도 책을 읽는 사람이 적은데

또 책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레 시선이 가잖아요?


만약에 지하철에서 그림책을 성인이 보고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그 장면조차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본책방에 진열된 책들


오월의 푸른 하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의 장르 중 하나는 '그림책'이다.


그림책 하면 보통 어린아이들이 읽는 책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 요즘 시대에는 '그림책 테라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인들에게도 참 좋은 책이 그림책이다. 쉽게 말해 시에 한 구절 구절마다 아름다운 삽화들이 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림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구절을 통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림책의 수준은 이만큼이나 발전했는데 아직 사람들의 인식은 발전하지 못한 것 같다.


지옥철이라고도 불리는 지하철.

휴대폰이 생기고 나서 지하철은 휴대폰이 지배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책을 들고 읽고 있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다. 개중에는 구태여 지하철에서 책을 읽어야 하나?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이하다고 쳐다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최 린 대표님의 말처럼 이런 지하철에서 다 큰 성인이 그림책을 꺼내 찬찬히 보면서 고심에 잠긴 듯 앉아 있거나 서 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어떻게 볼것인가? 그는 그림책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 그런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언젠가를 바라고 있었다.




이 책방을 예약해 주는 책방 가족분들을 저는 "오늘 지기"라고 부릅니다.

그분들은 오늘을 만들어가시는 분들이니까요.

저는 "책방 지기"니까 책방을 만들어가고 지키는 사람이죠.


좀 더 독서라는 문화가

내 마음을 채우는 재미있는 여가활동으로 변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숙박 공간 '헌책방'에서 인터뷰 중인 최 린 대표


최 린 대표님에게 그의 책방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책방과 서점으로 불려서 규정화되는 것이 싫어 책방 이름도 독특하게 '오월의 푸른 하늘'이 되었다.

자신이 어렸을 적 어머니의 회사명을 붙여줬던 기억과 오월이 가지는 가정의 느낌을 살린 이름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공간은 추억이 깃든 공간이기에 그는 오월의 푸른 하늘이 100년 가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에서 백 년 가업을 이어간다는 친구를 만나고부터 생긴 하나의 비전이다.


그는 오월의 푸른 하늘이 긴 시간 동안 본질과 가치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한자리에서 굳건히 서있기를 원한다. 어린아이였던 손님이 어른이 되고 자녀를 데려고 오기까지, 책장을 올려다보던 아이가 어느새 책장에 눈높이가 맞춰질 때까지, 그가 이 오월의 푸른 하늘이라는 공간이 가진 추억을 되살려 책방으로 만들어 냈듯 이 공간을 기억하는 누군가의 추억을 지켜주기 위한 다짐 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의 이런 다짐이 부디 끝까지 계속되길 바란다. 그렇기에 이곳의 미래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오월의 푸른 하늘



많은 것들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소멸하는 시대.


1년 만에 바뀌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오랜만에 찾은 곳에서 추억이 담긴 곳이 남아있다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점점 그 미소를 잃는 사람들이 많을까 봐, 추억이 가져다주는 마음 한편의 감동을 잊게 될까 봐 나는 두렵다.


그러나 자리를 지키려 다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월의 푸른 하늘 최 린 대표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 그곳에 남겨 놓은 그날의 나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서점이 아닌 책방으로서,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 기쁨을 알려주고 책이 주는 평안을 안겨주며 책과 함께 추억을 남겨주는 이곳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물론 책을 진짜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그래서 최 린 대표님이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철학과 생각들이 서점이 아닌 책방으로서 널리 전달되고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오월의 푸른 하늘의 최 린 대표님.

그 앞길에도 오늘의 열정이 밑거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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