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의 시대
#지방소멸 이 핫한 키워드로 떠오를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수도권이나 혹은 주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구절벽 이나 소멸이 남의 일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이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꽤 된 일이지만, 응답하라 시리즈가 유명해지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추억했다. 그리고 그 과거를 떠올리며 다시 찾은 동네에서는 과거의 향수를 느끼기 쉽지 않다. 많은 것이 변해 있거나 혹은 사라졌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옛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나 역시 동일하게 고향이 없다. 나의 부모 세대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된 고향이라고 표현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 우리네는 고향의 정취에 흠뻑 빠지지 못하고 빠르게 커 버렸다. 내가 고향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의 부모 세대가 기억하는 고향은 좀 남아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우리 자녀들이 대한민국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공간을 방문할 기회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디저트 카페 이야기할 거면서 뭔 이런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자빠졌냐고? (ㅋㅋ; 들어봐라.)
나도 그냥 단순히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시는 대표님을 만나러 갔을 뿐이다.
그러나 그분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곳에서는 장사가 잘 되고 못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이 소멸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더 심각했다. 오늘은 서울에서의 삶을 내려놓고 고향 #하동으로 내려와 그곳에서 청년들과 함께 하동을 지켜가고 있는 #달달하동 과 #다른파도 의 이강희 대표를 만나보도록 하자.
경남 하동
많은 분들이 잘 알지 못하는 동네이기도 하다. 그나마 #화개장터 가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고 #녹차 역시 아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하동의 특산물이다. 그 외에도 깨끗한 공기와 섬진강 줄기 따라서 높게 솟아 있는 산줄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알프스라는 별칭까지 가지고 있는 정말 청정 지역이다.
처음 차에서 내려 하동의 공기를 마시는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동안 미세먼지에 코로나 바이러스, 그리고 여러 매연과 불쾌한 냄새들로 가득했던 도시에서 한참을 달려 도착한 하동의 공기는 오랜만에 폐에서 비명을 지를 정도로 깨끗하고 맑았다. (거짓말이 아니라 지금 다시 하동으로 내려가고 싶은 단 한 가지 이유가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공기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 하동에서 만난 이강희 대표는 조금 독특한 사람이었다.
하동이 고향이긴 했지만 그는 서울로 상경해 젊은 나이에 자리를 잘 잡고 살아가던 건실한 청년이었다. 심지어 요즘 핫하다는 IT 계열의 능력 있는 프로그래머로 앞날도 창창했고 누가 봐도 보다 쉽고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었다. 재능도 있고 미래도 밝다. 그러나 그는 고민 끝에 결국 하동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유는 다양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하나하나 캐묻고 싶진 않았다. #서울 과 하동.
이 두 대명사가 내포하는 의미를 알고 왜 하동을 선택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뻔히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결코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보다 '나다운 삶을 위해' 한 보 물러서 다음을 준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당시 서울에서 잘나가고 있던 독특한 도넛을 아이템으로 선택한 뒤 하동으로 향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넛이라면 가운데가 뻥 뚫린 동그란 링 형태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달달하동에서 판매하는 이런 형태의 도넛들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강희 대표는 이 도넛이 단순히 서울에서 잘나가고 있기 때문에 가져온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하동에 없는 특별함을 하동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지만 뿐만 아니라 하동에서 자라는 여러 특산물과 잘 배합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도넛의 속 재료를 하동의 특산물들로 채웠다. 크림을 채우고 나면 마지막으로 위에 해당 특산물을 알 수 있도록 포인트 데코로 마무리한다. 맛 역시 충분히 보장되고 가격도 나쁘지 않다. 달달하동의 위치가 #최참판댁 옆에 있기 때문에 관광 오는 손님들이 하나 둘 달달하동을 방문하여 도넛을 사가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하동에서는 나름 가볼 만한 곳이 되어 인기가 있다.
그는 하동이 기회의 땅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의아해서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러자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하동은 지방 소멸 도시 10위 안에 들기 때문에 글쎄요, 저는 저의 생존을 위해서, 그리고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든 하동을 살려보고 싶어요."
이강희 대표의 말에 의하면 하동은 심각한 지방 소멸의 위기 앞에 있다고 한다.
이것은 비단 하동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두 번째 대도시 부산에서도 인구가 빠져나가는 숫자가 심상치 않다. 그렇다는 건 이미 지방의 소도시들은 이제 코앞까지 닥치고 있는 소멸의 위기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귀촌, 귀농이라는 키워드로 청년들을 끌어당기고 있기는 하지만 이강희 대표는 오히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처음 하동에 내려왔을 때 막막한 것도 상당했지만 그보다도 #청년 들이 없다는 것에 심각함을 많이 느꼈다. 외로움이 찾아왔고 하루하루가 지루해졌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그는 하동에 남아 있는 친구들과 그들의 친구들을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것 없었다. 그저 모여서 이야기하고 보드게임을 하며 친목을 다져갈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모임이 점점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이는 하동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확장되었다. 이제 그들은 '다른 파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이 '#다른파도' 안에 여러 청춘사업가들이 연합하여 하동의 청년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
결국 어떻게 하면 청년들을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상권을 확장하고 도심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건 청년들이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은 당연히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이런 청년들의 연합일 것이고 다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것 또한 이런 청년들의 활력일 것이다. 이른 저녁인데도 이미 늦은 밤의 분위기를 보이는 번화가에 누가 남아 있고 싶겠는가. 이제 각 #지방도시 들은 이런 청년 상권, 청년 연합을 어떻게 하면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지원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의 지친 삶을 뒤로하고 고향인 하동으로 내려와 디저트 카페에서 시작해 이제는 다른 파도라는 로컬 벤처 창업, 나아가 하동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 기획까지. 매일매일 하동의 청년들과 더 나은 하동을 꿈꾸는 이강희 대표는 정답이 없는 세상에 정답을 강요하는 사람들의 말은 가볍게 흘려들으라고 말한다.
좋은 직장, 탄탄한 미래를 내려놓고 본인이 주체적인 삶을 꾸려나가며 느끼는 건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은 있고 그 안에서 더 많은 가능성과 마주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그렇게 자기 자신의 인생을 보다 값지게 꾸며 나가고 있었다.
나는 하동에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그가 왜 하동으로 내려왔는지, 왜 하동을 지키고 싶은지 깊이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 지도 알게 됐다.
주체성을 가진 삶이란 그런 것이다.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과정 안에서 배움이 있고 끝에는 보람이 있는 것.
또한 그는 단순히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동이라는 고향을 지키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내가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하동은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진심이었다.
참 좋은 곳, 아름다운 경관, 매력 있는 사람들까지.
나는 하동 사람은 아니지만 하동을 응원하고 하동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달달하동 그리고 다른 파도의 이강희 대표님
그 앞길에도 오늘의 열정이 밑거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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