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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 Nov 02. 2021

나의 부캐에 ‘연기자’를 추가해도 괜찮을지 몰라

회사에서는 분기별로 팀원 면담이라는 것을 한다. (물론 분기에만 진행하지 않는다. 나 또는 팀원들이 필요에 의해 수시로 면담을 하고 있다.) 내 마음은 만년 대리이나 팀 리더인 현실세계에선 이 분기 면담을 매번 이끌어야 한다는 미션이 있다.


출근과 동시에 다른 자아를 갈아 끼워 넣지만 사람이 그리 쉽게 바뀔 수는 없는 것. 긴밀한 사람이 아닌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 심지어 그 대화를 리드하고 선배랍시고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나에게는 늘 미션이고 여전히 어렵다.


2021년의  번째 분기가 지났다. 어김없이 정기 면담을 진행했고 새로운 팀원의  면담을 진행했다. 내가 그려놓은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으로 거듭나고 싶은 욕심에 이번 면담에도 진심과 연기를 적절히 믹스한 사원   팀장으로 거듭났다. (물론  혼자만의 생각임)


꼰대스럽진 않고 프로페셔널 하며, 이해심 깊고 약간의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팀 리더.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면담을 앞두고 몇 가지의 리더십 칼럼을 읽기 시작한다. 필요한 내용은 열심히 메모하고 실전에서 적절히 현실적인 피드백을 주었다. 모든 팀원들의 면담을 끝마치고 보고서 작성과 HR공유를 끝낸다.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탓에 편도가 살짝 붓고 기운은 빠졌지만 큰 산 하나 넘겼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집에서 하루를 곱씹어보는 시간. 평소라면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두곤 하는 데, 회사에서 만들어 가는 내 모습은 좀처럼 뜻대로 되질 않는지 생각이 많다. 문득 내가 올 바른 피드백을 준 걸까, 가식적이라 생각되진 않았을까 내가 과거에 선배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이 나에게도 꽂히지 않았을까, 말 뿐인 영양가 없는 피드백이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들이 결국 새벽까지 이어졌다.


“말은 나도 해” 내가 자주 하던 말이다. (물론 지금도)

하지만 그 멘트를 해를 거듭할수록 나에게 대입해 보는 상황이 많아졌다. 왜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 수록 고달파졌는지도 알 것 같다. 고달파지지 않기 위해 적당한 눈치와 연기를 더하는 생활을 이어간다. 이번 면담에서도 분명 나의 부캐는 명 연기를 펼쳤을 것이다.

사회생활의 내공이 결국 나의 연기력 상승이 아닐까


가식이 바탕은 아니라 할 지도, 연기를 하는 과정이 달갑지는 않다. 하지만 점점 나의 부캐의 역량은 강화되겠지. 씁쓸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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